■ 기획특집 ; 남성 위주 귀농정책, 여성 귀농 이대로 좋은가? - 여성 귀농 이래서 어렵다(현장 목소리)

2021년 30살의 나이에 유재은 ‘도담하다’ 대표가 경기 광주에 귀농했을 때 “아가씨가 어떻게 귀농할 생각을 다 했냐”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고, 별난 사람을 본 양 놀라워했다고 한다. 직장생활하며 저축한 돈, 은행 대출, 도시에 있는 부모님의 도움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한 3억원을 투입한 농지 3960㎡(1200평)에서 생애 3번째 가지를 재배하고 있는 유재은 대표를 만나봤다.

무연고지 경기 광주에 귀농해 가지를 재배하며 부농의 꿈을 펼치고 있는 유재은 대표
무연고지 경기 광주에 귀농해 가지를 재배하며 부농의 꿈을 펼치고 있는 유재은 대표

여성이라서 막막했던 귀농
유재은 대표는 “친구들에게는 귀농을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인 즉 또래 여성들이 ‘커피숍’ 창업은 고민해도 ‘농업’은 ‘ㄴ’자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

나름대로 농사계획을 구상하고, 세대차이 나는 농촌문화에 적응하려고 마음도 단단히 먹었지만, 기댈 곳 없는 농촌에 와서 겪은 시행착오들이 뇌리를 스친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농지에 하우스만 짓는다고 끝이 아니었어요. 농사지을 전기를 끌어오려면 허허벌판에 전봇대를 세워야 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도시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전봇대가 지천인데 농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지하수도 파야 했죠.”

유 대표는 여성은 기술분야에 정보력이 소외된 경우가 많다며, 결국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고 한다. 또 트랙터 등 대형농기계를 몰아 밭갈이를 하는 일도 부친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해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교육을 실시하지만, 여성친화용 소형농기계교육에 참여한 게 전부라고.

“청년농을 양성할 때 농업기술에만 국한하지 말고, 생활의 어려움도 연구해 교육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예비청년농들이 실전에서 버벅거리는 일이 줄어들 거예요.”

열악한 생활인프라 체감해
고향이 경기 성남인 유 대표는 출퇴근 거리가 가까워 광주에 농지를 구했다. 본격적으로 농사에 재미를 붙이면서 올해부터 농막을 지어 완전히 눌러 앉았다.

도시의 지하철, 버스는 물론 공유자전거, 공유킥보드 등에 익숙해 장롱면허였던 유 대표. 귀농하면서는 자동차 운전대를 잡아야 사람다운 삶이 가능했다고. 무료한 저녁시간에는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를 시청하며 농작업 스트레스를 풀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유 대표는 “영화관을 언제 가봤는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가 귀농한 광주 연곡1리 마을 어르신들은 60대가 젊은 축인 영락없는 농촌이지만, 은연 중 다행으로 도·농지역에 속하다 보니 어르신들도 의식이 깨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 대표가 꼽은 농촌에서 어려운 점은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고 싶어도 ‘배달불가지역’에 살고 있는 탓이다. 배고플 때 배달 앱에 뜨는 ‘텅’이라는 글씨가 그렇게 얄미울 수 없다고.

“생리 전 증후군으로 여성들은 떡볶이 같은 구미를 당기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명색에 수도권이어도 농촌마을에 살면 집밥 밖에 먹을 게 없더라고요.”

재배도 벅찬데 판로는 어떻게…
유 대표가 선택한 가지는 모종을 한 번만 심으면 한 해 동안 줄곧 생산할 수 있고, 끝물에 크기가 작은 가지도 납품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작물이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농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은행 대출을 저리로 받아 농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마냥 정부지원사업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어요.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되고, 지원사업은 지체되다보니 하우스시설을 온전히 자부담으로 지었죠.”

유 대표는 가지가 하우스보다 높이 자라는 탓에 하우스를 허물고 새로 짓는 낭패를 봤다고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생산한 가지는 공판장과 경기도로컬푸드직매장에 출하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라이브커머스에서 토마토는 구매해도 가지는 선뜻 구매하지 않는 농산물 같아요. 호불호 있는 가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홍보해야 하는데 힘에 부쳐요.”

같은 이유로 가지를 활용한 가공식품도 도전적인 영역이라고 한다. 유재은 대표는 “영농기술을 익히느라 청년농들의 사회활동은 쉽지 않다”며 “청년농들의 애써 재배한 농산물을 선보일 수 있는 국민적 소비캠페인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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