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청년농도 금수저, 흙수저 빈부격차, 무엇이 문제?
현장 목소리 : 귀농·창농 명과 암

 

지원사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소규모 스마트팜을 구축·하우스 측창 개폐를 자동화한 이수민 대표.

발품 팔아도 시행착오 여전…
손 내밀 곳 없어 ‘전전긍긍’
단체활동 통해 자구책 마련 
청년농단체 간 기싸움 ‘팽팽’

충남 논산 ‘맏딸농장’ 이수민 대표는 지역에서 ‘책방 아가씨’로 더 알려져 있다. 10년 전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 지역 1호 독립서점 ‘호미책방’을 운영하면서 지역 청년들을 알아갔고, (사)논산청년농업법인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모님 농사가 내리막길을 걷자 이를 막아보고자 농업인이 됐다. 부모님의 농지도 임차한 땅이고, 영농기반은 트랙터 한 대뿐이었다고.

“자영업은 매출이 부진하면 사업아이템을 바꿔 즉각 대처할 수 있는데, 귀농인은 한 번 무너지면 1년을 날립니다. 승계농은 실패하더라도 가족·친척의 농지에서 공동작업을 통해 회복이 빠른데, 귀농인은 버팀목이 없어요.”

2020년 당시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표적인 청년농업인 육성사업으로 내세웠던 청년창업농지원사업에 선정돼 본인 명의의 농지원부(임차 포함)를 마련하는 일에 진땀을 빼야 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는 농지은행을 찾아갔지만 당시 매입·비축된 땅은 맹지뿐이었다고.

“농어촌공사 논산지사로 땅주인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느라 힘들었어요. 할머니가 내놓은 금액에 맞추느라 잔금을 따로 입금해드리고 있습니다. 이 방법이 아니면 농사짓기 좋은 땅을 구하기 어려워요.”

이 대표는 하우스 6동(1584㎡)을 마련하고, 바질을 재배하는데 올해 곰팡이병과 진딧물 피해를 입어 송두리째 뽑아냈다. 하우스에는 비트와 컬러당근이 소량 재배되고 있다.

이 대표가 바질 선도농가에서 재배법을 배우고 농장입구에 적어놓은 영농기술.
이 대표가 바질 선도농가에서 재배법을 배우고 농장입구에 적어놓은 영농기술

“논산은 딸기농가가 많아서 교육이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어요. 하지만 바질이나 비트, 당근은 지역 6대 작목에 해당되지 않은 작물이라서 애로점이 많아요.”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기술을 배웠고, 선진지도 견학했지만, 실질적 버팀목이 돼준 건 농사짓는 교인들로부터 영농기술을 배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재배기술을 확립하지 못한 이 대표는 부업을 한다. 오후 4시면 논산청년농업법인 사무실에서 서류작업을 하면서 월 47만원 활동비를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고, 인력 알바도 뛴다고 했다.

청년농지원사업 형평성 ‘의구심’
아는 사람이 없어 지역 4-H회에 가입을 망설였고, 준회원으로 활동할 때도 차량이 없어 커뮤니티 활동이 힘들었다는 이수민 대표. 버스시간에 쫓겨 공동포 작업 참여도 못하면서 회원들과 친밀감을 높일 시간도 갖기 힘들어 탈퇴했다.

“지역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청년농단체에 가입했을 때 귀농인은 공감대가 없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려웠어요. 지인은 청년농단체의 기득권이 승계농이어서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고 탈퇴했다고 해요.”

농업법인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수민 대표는 청년농지원사업을 모니터링하고, 지원서를 작성하는 법을 터득해나갔다. 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타 단체와 갈등이 생긴 일화를 털어놨다.

“특정 청년농단체에서 ‘농업기관이 예산을 들여 청년농단체를 육성하면서, 왜 다른 청년단체를 성장할 수 있게 밀어주냐’고 농업기술센터 담당자에게 따져 물었다는 거예요.”

이전부터 단체 한 곳에서 지원사업을 받으면 이듬해에도 이어지는 관행이 비일비재하고, 지원사업을 신청하려 해도 내정자가 있는 경우에는 하루 만에 공고문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상황도 목격하게 된다는 것.

그는 도비사업으로 친환경조직활성화사업에 농업법인이 선정되면서 자신의 농장에 소규모 스마트팜 시설을 시범 구축한 것이 눈에 띄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과거에 ‘호미책방’을 창업하면서 낸 사업자등록이 이 대표는 농산물 가공사업 창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분야가 아니어도 오래 전 창업을 할 때 지원받은 이력 때문이다. 그러면서 바질 등의 재배기술을 안정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연고 없이 귀농한 청년농이 소외되지 않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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