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Focus -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운영 실태와 개선방안
좁은 판로·획일화된 제품 ‘이중고’ 넘어야
가공농가로 자립 위한 창업프로그램 관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새로운 판로 기회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해당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해 농가가 가공사업장의 투자 없이 상품 개발과 상품화, 식품가공 창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곳이다. 기술이전을 통해 안정적인 창업도 지원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로컬푸드와 소규모 농산물 가공과 연계해 농업이 6차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 농외소득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해왔다.
한재수 경기도농업기술원 생활기술팀장은 “경기도내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2014년 고양을 시작으로 최근 평택까지 12곳이 구축돼 있다”고 소개했다. 한 팀장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가공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농업인이 공동 가공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농업인의 호응이 높다”면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HACCP 인증과 컨설팅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곳당 10억원의 예산 중 국비와 시·군비가 각각 50%씩 2년간 지원되는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경기도에서 가평, 안성, 연천, 여주, 양평, 용인, 이천 등이 HACCP 인증을 취득했다. 제품 가짓수를 늘리는 양적성장이 아닌 경쟁력을 높여 질적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품군 중복·기존 판로 한계
하지만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즙이나 잼, 분말 위주의 획일화된 제품과 좁은 판로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이용하는 농업인들은 원물을 모두 출하하기 어려워 가공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즙이나 잼으로 가공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는 과열경쟁으로 이어져 민원이 빗발치면서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운영하는 농업기술센터가 곤혹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경기지역 한 농업기술센터의 A소장은 “즙이나 분말 등을 생산하는 건강원이나 건강기능식품업체에서 농산물종합가공센터가 생산하는 제품들이 본인들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민원을 제기해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무원은 민원을 마냥 무시할 수 없어 결국 가공센터에서 즙이나 잼은 생산하지 않고 다른 제품을 생산하기로 교통정리를 했다”면서 “소비자가 잘 안 찾는 제품만 생산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판로가 좁아졌다”며 아쉬워했다.
좁은 판로도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며 오프라인 매장에 치중한 가공제품은 수익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조금씩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은 주류 판로가 아니다.
판로개척 해법은…
좁은 판로문제는 올해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이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 시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10만원 이하는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고,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공제혜택이 주어진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금액의 30% 이내에서 지역의 농특산물과 가공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
수확시기가 정해진 농산물보다는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가공품이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 초기인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답례품이 더욱 확대되면 농산물종합가공센터에서 경쟁력을 갖춘 가공제품은 답례품으로 선택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경기도 용인시는 답례품으로 백옥쌀, 오이, 청경채, 버섯, 소고기, 토마토, 딸기, 시금치, 포도, 서리태, 들깨, 고구마, 벌꿀 등 농특산물 이외에도 ‘용인의 소반’ 선물세트를 포함했다. 이 선물세트는 밥짓기세트, 차세트, 잼청세트, 천연조미세트 등 4종류로 제작됐다.
정현채 용인시농업기술센터 생활자원팀장은 “‘용인의 소반’은 용인의 가공식품 브랜드로 답례품에 포함된 건 꾸러미 형태로 받는 분의 입장에서 취향을 폭넓게 고려할 수 있어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시설·농업인 모두 업그레이드 돼야
생산만 하던 한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연말 개관한 평택의 경우 건식가공, 습식가공, 식품조리와 아이스크림 가공시설을 갖췄다. 명칭도 농산물가공창업관으로 정하고 선식과 유지류, 반찬류, 젤라또 등을 생산할 예정이며, 유통과 판매까지 가능하다. 가공전문경력관으로부터 창업에 대한 컨설팅과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문교육 이수 후에는 공유주방 형태로 운영돼 많은 가공농가의 활약이 기대된다.
8조원 규모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중소농가들이 본인의 농장이나 공장에서 전문가 도움 없이 혼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상품정보 숙지와 표현능력 키우기, 판매기획과 구매 유도, 휴대폰 조작, 고품질 유지를 위한 교육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가공농업인 스스로의 발전도 중요하다. 식품제조에 대한 전반적 이해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 가공관련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명실상부한 농식품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하는 게 농산물종합가공센터의 최종 목표다.
한재수 팀장은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결국 가공농업인이 창업을 해 독립하도록 하는 창업보육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일종의 인큐베이터다. 이용하는 농업인도 예산지원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자립해야겠다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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