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집단퇴장하며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

1월30일 야당 단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사진은 국회방송 화면 캡처)
1월30일 야당 단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사진은 국회방송 화면 캡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원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찬성 157표, 반대 6표, 무효 2표로 부의가 의결됐다.

지난해 12월28일 농해수위에서 역시 야당 단독(무소속 윤미향 의원 포함)으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처리한 이후 30일간 여야 합의가 없어 이날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개정안 통과까지 추진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제지하고 여당과 추가협상을 이어가도록 했다. 하지만 협의가 쉽지 않아 야당은 2월 임시회에서 본회의 표결을 불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 국회의장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가격 안정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찬성하는 의견과 재정 부담, 장기적인 쌀값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엇이 농민들을 위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해 여야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야당은 쌀값 폭락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정당국이 자의적 판단으로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를 주저한 것이 원인이라며 쌀을 자동으로 시장격리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하고, 국민 66.5%가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월 임시회에서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 쌀값을 물가정책과 연계시켜 방치하는 재정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고 농가소득 보장과 쌀값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최악의 농정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한편, 정부의 쌀 매입을 법률적 재량행위로 명확히 하고 의무적 매입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이른바 정부재량 양곡관리법을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쌀의 무제한 수매가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1호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 이슈 줌인 - 양곡관리법 개정안 찬반 주장

-이래서 찬성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논타작물재배지원으로 과잉공급 해소”
“1500억 예산이면 매년 4만ha의 쌀 재배면적과 쌀 생산 줄이고
쌀값 안정...주요 작물의 자급률도 높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쌀값 폭락을 방치해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는 반성으로부터 출발한 법안이다. 농해수위에서는 지난해 9월15일 첫 법안소위 심사를 시작으로, 9월26일 안전조정위 회부, 10월12일 안건조정위 의결, 10월 19일 농해수위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법사위로 회부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60일 동안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고, 결국 국회 농해수위에서는 지난 12월28일 국회법 제86조3항에 따라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쌀가격이 평년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해 쌀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절대 천문학적 재정이 들어가는 법안이 아니다. 농경연의 부실 보고서가 근거로 활용되고 있지만, 전제조건 자체가 잘못됐음이 최근 밝혀졌다.

농경연은 쌀 소비량이 연평균 1.8%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1월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22년 쌀 소비량은 0.4% 감소했다. 올해 쌀 수요량을 367만 톤으로 예상하는 농식품부도 쌀 생산량 376만 톤과 시장격리 계획 37만 톤을 감안하면 수요에 비해 약 28만 톤이 오히려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정안은 무조건 정부가 매입하는 것도 아니고, 무제한 수매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정부의 쌀 시장격리는 총 10회 있었다. 매년 시장격리를 한 것도 아니었고, 무제한 수매한 적도 없다.

쌀소비 감소 등으로 인한 쌀 공급과잉 문제 역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담겨있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1조원이 아닌 1500억원 논타작물재배지원 예산이면 매년 4만ha의 쌀 재배면적과 쌀 생산을 줄일 수 있고, 쌀값 안정과 밀, 콩 등 주요 작물의 자급률을 높여 우리의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이래서 반대한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

“과잉생산구조 고착화…쌀값 계속 떨어질 것”
“쌀 생산이 더욱 증가하면서 식량안보에 중요한 밀과 콩 등
다른 작물 재배가 감소해 식량자급률이 떨어질 것”

통계청이 지난주 27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에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5g으로 2000년의 256g에 비해 무려 100g이 감소했다. 한 공기에 쌀이 100g 정도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하루에 한 공기 반만 먹게 된 것이다. 감소폭이 밥 한 공기에 이른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쌀 소비량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3년 67kg였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kg으로 10년 만에 10kg 이상 감소했다.

정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안 그래도 과잉 생산으로 매년 남는 쌀이 더 많이 남게 될 것이라며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30년까지 연평균 20만1000톤 규모로 추정되는 쌀 초과생산량이 양곡관리법 시행 이후에는 43만2000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2030년에 쌀 격리에만 1조4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남는 쌀에 대한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공급과잉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쌀값은 계속 하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도는데, 밀과 콩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생산이 더욱 증가하면서, 식량안보에 중요한 밀과 콩 등 다른 작물 재배가 감소해 식량자급률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시장격리 의무화를 반대했던 비공개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시 쌀의 공급과잉과 정부의존도 심화 등의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며 시장격리를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기보다 시장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재량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민주당 법안처럼 ‘수요량의 3% 이상 초과생산, 가격의 5% 이상 하락’ 등 단편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획일적인 의무화를 적용하는 경우, 시장상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경직되고 융통성 없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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