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투표 끝에 야당 전원 찬성표 던져…여당의원 기권

12월28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 안건이 통과되자 여당은 크게 반발하며 다수당의 횡포라고 성토했다.
12월28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 안건이 통과되자 여당은 크게 반발하며 다수당의 횡포라고 성토했다.

30일간 여야 합의절차 진행 후 국회의장이 표결 부칠 수 있어
여당 간사 이양수 의원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하겠다”

결국 논란 끝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 부의 요구안건이 투표 끝에 의결됐다. 12월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법사위에서 논의도 없이 60일 이상 계류되자 국회법 제86조 3항을 근거로 무기명 투표 끝에 통과시켰다.

이번 본회의 부의 요구는 농해수위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기서 부의는 어떤 안건을 토의에 붙이는 것으로 바로 본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통과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30일간 여야가 합의할 수 있도록 하고, 다만 진전이 없을 경우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다.

국회법에는 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안을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해당 위원회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 요구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할 수 있도록 하되,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19명의 농해수위원 중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포함하면 야당의원이 12명으로 재적의원 3/5를 초과해 여당의원은 모두 기권했음에도 정족수는 충족할 수 있는 상황이라 사실 안건 통과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당은 야당이 7번이나 날치기 통과를 시켰고, 여론을 돌리기 위한 이재명 대표의 방탄용 법안 처리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막대한 예산낭비를 막고 제2의 쌀값 폭락을 방지하고, 농업소득 안정을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고 맞섰다. 농식품부는 김인중 차관이 회의 전날 대통령실과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정황근 장관은 의결 직후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미 회의 시작 전에 여야 간사 협의 없이 무기명 투표를 위해 기표소가 설치되며 항의하자 소병훈 위원장이 철수하도록 하는 등 신경전도 있었다. 회의 도중에는 요구안건이 의결되기도 전에 보도자료가 나온 걸 두고 여야가 대립하며 한때 정회되는 소동도 있었다.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오전 10시에 특정매체 기자에 의결됐다는 보도자료가 전달됐다. 통과도 하기 전에 의결됐다고 보도자료를 뿌리는 게 말이 되나. 야당 농해수위원들이 지도부 지시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라고 비판했다. 결국 소병훈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다. 재개된 회의에서 야당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실무진들이 요구 안건이 통과될 경우를 대비해 만든 보도자료 초안이 일부 기자에 유출된 것이다. 공식적으로 배포한 게 아니라 유출된 게 팩트”라고 반박했다.

농해수위에서 본회의 부의 요구 의결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소병훈 위원장(사진 왼쪽)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농해수위에서 본회의 부의 요구 의결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소병훈 위원장(사진 왼쪽)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안건이 통과되자 야당은 다수당의 횡포로 힘으로 몰아붙인 전례를 만들었다며, 반대의사를 밝힐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겠단 주장도 나왔다. 이양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본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간 정당을 떠나 비교적 여야 구분 없이 합의정신을 발휘해 법안을 처리해 온 농해수위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서는 첨예하게 대립해 온데다 앞으로 특히 이번 부의 요구 통과로 앞으로 여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체회의에서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안에 대한 심사를 거쳐 통과시켰다.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농촌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계획 수립을 바탕으로 농촌공간 기능재생을 위한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해 농촌의 난개발과 지역 불균형, 농촌소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데 취지를 두고 있다. 지역 특색을 고려한 농촌특화지구 설정과 시행계획의 이행을 통합 지원하는 목적의 농촌협약 신설이 핵심이다.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안은 농식품부 장관과 해수부 장관이 고용인력의 적정 수급을 의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국가는 고용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환경조성과 인식개선을 노력하도록 하는 등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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