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특집 - 농업계 5대 뉴스

올해도 농업계는 그야말로 악재가 겹치고 겹치며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2월 RCEP이 발효된 데 이어 메가 FTA로 평가받는 CPTPP와 IPEF 등의 개방압력이 이전보다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농정 역시 변화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지난 정부의 치적으로 평가받는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존재가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이고, 농정예산도 약속과 달리 거의 늘지 않았다. 쌀 수요가 줄면서 쌀값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격하락이 계속 이어졌지만 여야의 해법은 평행선을 달리면서 피해는 농가가 고스란히 받게 됐다. 물가를 잡겠다며 정부의 수입축산물 무관세 조치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등 2022년도 농업계에건 암울한 해로 기억되게 됐다.

양곡관리법 개정 두고 여야 강대강 대치
쌀값 요동·축산물 가격 폭락으로 내수 암울
농정예산 제자리…스마트농업 전환은 가속도

쌀값 안정을 위해 여당은 시장격리로 해결가능하다고 보는 반면, 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시장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맞서며 정쟁으로 번졌다.
쌀값 안정을 위해 여당은 시장격리로 해결가능하다고 보는 반면, 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시장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맞서며 정쟁으로 번졌다.

■여야 정쟁으로 번진 쌀값 논란
올해 쌀 생산량은 376만4000톤으로 전년대비 11만8000톤 감소했지만 추정 수요량보다 15만5000톤 많았다. 농식품부는 지난 9월 2021년산 구곡 8만 톤, 신곡 37만 톤, 공공비축미 45만 톤을 포함한 90만 톤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시켰다.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제 시행과 가루쌀 생산을 유도해 적정생산을 이끌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반면 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3% 이상 초과하거나 전년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쌀값을 물가정책과 연동하려는 재정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고, 농가소득 보장과 쌀값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밝혔지만 여당은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타 작물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일방적 처리를 규탄했다.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농민과 농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막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농식품부 정황근 장관도 양곡관리법 개정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며 야당과 큰 입장차를 보였다. 결국 여야의 정쟁으로 번지며 쌀값 안정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말았다.

RCEP, CPTPP, IPEF 등 시장개방이 계속되며 농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농업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RCEP, CPTPP, IPEF 등 시장개방이 계속되며 농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농업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갈수록 넓어지는 농업개방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지난 2월1일자로 발효된 데 이어 문재인 정부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신청을 밝혀 농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11개 국가가 참여하는 메가 FTA로 전세계 GDP의 12.7%, 교역액은 14.9%에 달한다. 15년간 농업계 피해가 연평균 최대 4400억 원으로 전망됐다. 농업계는 경제효과가 0.35%로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인데다 의장국인 일본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점과 수입되지 않던 사과와 배 수입이 허용돼 관련 산업붕괴를 우려했다.

일단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CPTPP 가입은 제동이 걸렸지만 대신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가 추진의 급물살을 탔다. IPEF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으로 참여국간 안정적 공급망, 기후변화 대응을 표방하는 미국 주도의 행정협정이다. 정부는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치 않고, 미국과의 경제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가속도를 내고 있다. 농업계는 농축수산물 비관세장벽 철폐 논의가 있을 수 있음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고물가를 이유로 정부의 수입축산물 무관세 조치는 한우와 한돈 등의 가격폭락을 유발시켰다.
고물가를 이유로 정부의 수입축산물 무관세 조치는 한우와 한돈 등의 가격폭락을 유발시켰다.

■수출은 맑음 내수는 흐림
전세계에 불고 있는 K-콘텐츠의 위상 덕에 올해도 우리 농축산물의 수출호조는 계속됐다. 11월까지 농식품 수출액은 80억 달러를 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하며 역대 11월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역대 최대를 경신한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 85억600만 달러를 무난하게 돌파해 90억 달러도 가시권이다. 동남아·중화권에서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딸기와 포도, 가정간편식과 한식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쌀가공식품, 대표 전통식품인 김치와 장류도 우수함이 알려지고 현지 식문화와 결합해 다양한 조리법 개발이 수출로 이어졌다. 이렇듯 신선농산물과 가공품의 조화와 수출국 다변화로 수출신장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내수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업생산액의 양대축인 쌀과 축산물은 지난해만도 못했다. 45년 만에 하락 최대치를 경신한 쌀값은 올해 8월 기준으로 80kg 산지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3%나 떨어졌다. 정부가 역대 최대인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지만 신곡 수매까지 영향을 미쳐 쌀농가의 소비감소는 최대 1조4700억 원까지 예상된다.

지난해 생산액 7조4016억 원을 기록한 한돈은 요동친 곡물가격에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수입축산물 무관세 조치로 돈육수입이 전년대비 최대 40% 늘며 큰 피해를 봤다. 한우도 11월 기준으로 1등급 경락가격이 1만5000원대로 전년동월 대비 28%나 하락했다. 한우협회는 정부의 수입소고기 10만 톤이 무관세로 들어온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10만 톤은 연간 한우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로 소비가 다 되지 못해 한우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직불금 5조 원 확충을 약속했지만 농정예산은 거의 늘지 않는 등 여전히 농업은 찬밥신세에 머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직불금 5조 원 확충을 약속했지만 농정예산은 거의 늘지 않는 등 여전히 농업은 찬밥신세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찬밥신세 농업
정권이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운 사업들이 일단멈춤 또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위상 추락이다. 일단 총리직속 농어촌 삶의 질 위원회와 통합돼 폐지는 면했지만 그간 축적한 성과를 내놓기도 전에 각 분과위원들이 임기를 마치지도 못하고 해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농식품부와 마사회, 농협 등에서 차출한 사무국 인력은 연말을 끝으로 돌아가지만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후임인사는 나지 않아 상당기간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농특위 한 관계자는 “일단은 법적으로 정해진 2024년 상반기까지 유지는 되겠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없어 앞으로 어떤 사업이나 정책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정예산도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후보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고 농업직불금을 임기 내 5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정부의 첫해 농식품부 내년도 예산으로 17조2785억 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체예산 비중으로 보면 2.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보다 4018억 원 늘어 2.4% 증가해 중앙정부 예산 증가율 1.5%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농업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비판했다.

국회 농해수위에서 정부안보다 1조910억 원을 증액시키긴 했지만 윤석열표 농정의 5년을 점쳐볼 수 있는 첫해 예산부터 농업계의 실망은 컸다. 결국 정권은 바뀌어도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농업의 처지는 바뀌지 않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이 모두 완공되며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이 모두 완공되며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농업 체질 변화 가속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농업의 체질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첨단농업의 거점이자 청년창업과 연관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청년임대농장, 창업보육센터, 실증단지에다 정주여건을 집적화해 배움·주거·창업이 결합된 농업혁신타운으로 기능할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첫 삽을 떴다. 전북 김제, 경북 상주에 이어 올해 전남 고흥과 경남 밀양에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모두 완공되며 스마트농업의 혁신성장을 이끌게 됐다.

그리고 스마트농업 육성과 지원체계를 명문화하고, 관련 기반조성과 기술 보급·확산의 정책방향을 명시한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11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법은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전문성을 가진 스마트농업 지원센터가 총괄 운영, 관련산업을 모아 지역단위로 확산시키는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도입, 스마트농업 교육과 지도, 기술보급을 도맡을 스마트농업관리사 도입 등이 주내용이다.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식량안보와 안정적 경영체계 구축, 동물복지 강화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차관보를 없애는 대신 농업혁신정책실을 새로 두면서 스마트농업과 청년농업인 육성, 대체식품 소재 발굴 등을 이끌도록 했다. 식품산업정책실은 식량정책실로 개편해 국제적인 공급불안에 대비해 안정적인 식량안보를 책임지도록 한다. 신설조직 중 친환경 생명공학을 담당할 그린바이오팀, 첨단식품기술의 푸드테크정책과가 눈에 띄며, 반려동물 산업과 탄소중립을 총괄할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이 국단위 조직으로 승격되며 미래 농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