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Focus - 출산·양육하기 좋은 농촌 만들려면…

부족한 분만의료기관은 농촌여성의 출산을 어렵게 해 결국은 인구유출로 이어진다. 공공형산후조리원은 그래서 더욱 늘어나야 한다. (사진출처:전라남도)
부족한 분만의료기관은 농촌여성의 출산을 어렵게 해 결국은 인구유출로 이어진다. 공공형산후조리원은 그래서 더욱 늘어나야 한다. (사진출처:전라남도)

관내 산부인과 이용률 ‘도시 32.1% vs 농어촌 4.0%’
합계출산율 도시보다 높은 농어촌의 인구증가 잠재력 커

인구증가 잠재력 큰 농어촌
2020년은 대한민국 인구에 큰 변곡점이 된 해다. 출생이 27만5800명인데 반해 사망은 30만7700명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농촌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2020년)에 의하면 울릉이 26명, 경북 영양 40명, 전남 곡성 44명 등 연간 출생아가 200명을 넘지 않는 지자체가 60곳이었으며, 대부분 농촌지역이었다. 심지어 출생이 아예 없거나 1명 이하인 읍면지역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금처럼 농촌의 인구감소를 방치한다면 결국은 대한민국 인구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 20일 열린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정책 컨퍼런스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문수 부연구위원은 분만의료기관과 보육환경이 농촌의 정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농어촌이 도시보다 전체 출생아가 적고 가임여성 인구비율이 낮다. 반면 합계출산율은 1.16명으로 도시의 0.74명보다 오히려 높아 인구증가의 잠재력을 농어촌이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어촌 잠재력의 발목을 잡는 건 1차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만의료기관, 부족한 보육시설이 꼽힌다. 농어촌이 많이 분포해 있는 강원과 경북, 전남과 전북은 분만의료기관이 태부족이다 보니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정 위원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까지 도시는 25.2분이 걸리지만 농어촌은 46.9분이나 되고, 응급상황 대응기관과 이송수단이 부족해 농어촌 여성의 64.3%가 자기차량을 이용해 분만의료기관으로 이동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국립중앙의료원이 내놓은 관내 산부인과 이용률만 봐도 일반시(市)가 32.1%인데 반해 농어촌은 4.0%에 불과했고, 고위험 산모는 겨우 1.9%일 정도로 열악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농어촌 여성의 출산계획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낳고 싶지 않다’가 56.2%, ‘낳고 싶으나 상황이 안됨’ 25.1%, ‘현재 거주지 출산’ 11%, ‘다른 지역 출산’ 8% 순으로 응답했다.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농어촌에서 출산하지 않고 도시에서 낳거나 아예 출산자체를 포기함으로써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일 열린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정책 컨퍼런스에서 농진청 최윤지 연구관은 교육이 농촌에서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열린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정책 컨퍼런스에서 농진청 최윤지 연구관은 교육이 농촌에서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농촌 거주 40대, 자녀교육 때문에 도시로 가장 많이 떠나
출산·보육환경 개선에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해야

 

홀로 육아 책임지는 농어촌
아이를 키우기 위한 보육시설도 분만의료기관 못지않게 부족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진학시기에 맞춰 영유아와 어린이의 유출이 가속화되는 게 농어촌 인구감소의 특징이다. 자녀교육 걱정을 덜어줘야 젊은 층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윤지 연구관도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건 중 하나로 교육을 지목했다. 최 연구관은 “농업인 대상의 복지실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농촌에 거주하는 40대 중 도시이주 이유 1순위는 ‘자녀교육’이었다. 농촌인구가 감소하면서 교육여건 악화, 교육지원 감소, 교육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결국 삶의 질이 떨어져 농촌을 떠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농촌은 도시보다 영유아 보육 시 부모의 돌봄 비율이 높고, 주민센터 등의 공공기관 이용률은 1.8%로 크게 떨어진다. 농촌의 부모들은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을 책임져야 하고, 교육 인프라와 정보 부족도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최 연구관은 “교육을 통해 소멸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해외와 국내도 있다. 일본은 저출산대책에서 아동·자녀 양육지원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학교와 가정, 지역을 연계하는 교육지원 활동 촉진사업을 2011년에 시작했다. 경남 함양군은 폐교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기 위해 빈집을 학부모에 공급하고 일자리도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출산·육아를 국가가 책임지자
분만의료기관이 태부족인 전남은 저출산 극복과 양육서비스 개선을 위해 ‘전남형 공공산후조리원’을 거점별로 만들어 모든 지역에서 30분 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내놨다. 전남은 광역시도 중 처음으로 공공형 산후조리원을 2015년 해남에 문을 연 데 이어 2024년까지 총 8곳에 구축할 계획이다. 새로 설치되는 3곳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보육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농어촌을 출산·보육 친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목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에 매년 1조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분야가 청년과 주거, 교육으로 정해져 있어 분만의료시설 확충에도 쓸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한편, 컨퍼런스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농촌정책과장은 농특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총리직속 농어촌 삶의 질 위원회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합쳐지게 되면서 각 부처장관과 다양한 문제에 관해 직접 건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여건이 갖춰지게 됐다. 대통령직속 위원회 중 살아남은 7개 위원회 중 하나인 농특위는 법을 바꿔 내년 하반기쯤에는 삶의 질 정책을 맡게 된다. 농촌의 분만취약지역 예산 증액을 위해 기재부 장관과 직접 만나 요청할 수 있게 되면 조정과 협업을 이끌어내 아이 낳고 키우는 좋은 농촌으로 탈바꿈돼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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