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에너지환경공학과 김형권 연구사

초단열 소재 ‘에어로겔’로 다겹보온커튼 개발
보온효과 유지와 과습 발생 방지 효과도 커

김형권 연구사
김형권 연구사

 

화석연료 줄이는 첨단 보온기술
“이상기후는 농업·농촌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겨울철 온실의 난방용 화석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연구에 착수한 것도 그 같은 연유라고 할 수 있지요. 우주항공에 쓰이는 첨단소재를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농업분야에 적용하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어 새 난방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었고, 또 마침내 농가에 보급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가장 보람되고 뿌듯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에너지환경공학과 김형권 연구사(54)는 온실 지붕면으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열이 우수한 보온커튼을 개발해 시설농가의 난방에 적용하는 등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에 노력해온 대표적인 연구자다.

김 연구사는 그동안 ‘다겹보온커튼 및 이의 제조 방법’에 대해 특허등록 하고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하는 등 많은 연구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이상기후의 원인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화석연료 이용을 줄이는 기술이 농업현장에서 많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비닐온실이나 유리온실의 겨울철 난방의 대부분은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채소·화훼류 재배 온실 면적의 80% 이상을 난방 유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난방법이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에너지 절감은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지는 만큼 농가경영의 절대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생산시설로 제조 가능
에어로겔은 머리카락 1만분의 1 굵기로 매우 가벼우면서도 두껍지 않고, 단열성이 우수한 다공성 구조의 초단열 소재로 우주항공분야에 많이 쓰이는 재료다. 그러나 에어로겔은 분말 형태로 제조되므로 그 자체로는 사용이 어렵고, 소수성(물과의 친화력이 적은 성질)과 깨지기 쉬운 약한 강도를 지니고 있어 응용 분야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에어로겔은 군용, 항공우주, 첨단 선박분야 등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지만, 농업분야의 보온 자재로는 사례를 찾기 힘듭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에어로겔 다겹보온 기술은 기존 다겹보온커튼에서 사용하던 화학솜을 에어로겔 소재로 대체한 것입니다.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은 마트지, 중공사부직포 등의 자재를 10~15㎝ 간격으로 누비거나 초음파로 접합해 보온성을 높였습니다. 추가적인 장치 투입이 필요하지 않고 기존 생산시설을 이용해 쉽게 생산할 수 있도 있죠.”

김형권 연구사와 동료들이 개발한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온실에 설치할 경우에도 기존 다겹보온커튼의 설치 방법과 동일하고, 자동개폐장치 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농가의 시설을 그대로 적용해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는 평가다.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은 다양한 형태로 조합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지+중공사 부직포(80g)+에어로겔 발포 부직포(중공사 80g)+중공사 부직포(80g)+마트지, 마트지+중공사 부직포(80g)+에어로겔 발포 부직포(스펀레이스 40g)+중공사 부직포(80g)+마트지 등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양합니다.”

시범사업으로 농가보급 매년 확대
김 연구사가 개발한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은 시설원예 에너지 절감과 환경개선 신기술 시범보급 사업으로 선정됐다. 2020년 경기도 양평 등 9개 농가 2.8㏊, 2021년 19개 농가 3.8㏊, 2022년 28개 농가 4.8㏊ 등 총 44개 농가 11.6㏊ 면적에 시범 보급돼 농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온실의 보온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화학솜을 사용하는 기존 다겹보온커튼의 경우, 장기간 사용하면 내구성이 떨어지고 과도한 수분 흡수로 인해 과습 발생, 중량 증가 등의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은 매우 가볍고 나노 크기의 다공성 구조이기 때문에 보온커튼의 내구성이 더 향상돼 보온성을 높입니다. 또 결로 발생이 줄어들어 투습도를 개선하기 때문에 시설 내의 작물 재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요.”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은 특성분석시험에서 보온율 66.7%, 투습도 37g/㎡/h로 분석돼 기존의 화학솜 제품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초단열 소재인 에어로겔을 연구해 개발한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은 시설원예 난방에너지 절감을 위한 보온기술의 엄청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다겹보온커튼에 비해 난방에너지를 15∼20% 절감하는 효과도 증명됐습니다.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에 따른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계산하면 2031년까지 2천㏊ 정도 보급될 것으로 가정할 때 누적치 20만tCO2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더 연구하고 보완하면 탄소 저감과 비용 절감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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