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2026년 목표로 범용 고성능기계 개발에 속도

더딘 밭농업 기계화율은 인건비 폭등, 쌀공급과잉 해소, 여성농업인 영농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사진은 마늘 파종을 사람이 일일이 하는 모습
더딘 밭농업 기계화율은 인건비 폭등, 쌀공급과잉 해소, 여성농업인 영농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사진은 마늘 파종을 사람이 일일이 하는 모습

98.6%에 육박하는 논농업 기계화율에 비해 밭농업은 61.9%에 머물고 있다. 특히 파종과 정식은 12.2%에 불과해 자급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물론 본격 개발기간이 10여년 남짓인 밭농업 기계화율과 40년이 넘는 논농업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더딘 기계화율은 코로나19 이후 인건비 폭등과 육체노동이 힘겨울 수밖에 없는 여성농업인에게 큰 제약요소가 되고 있다.

2010년대부터 감자파종기, 고구마정식기, 범용콤바인 등의 밭작물 농기계 개발·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2026년까지 밭농업 기계화율 77.6% 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농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밭작물 확대가 중요한 시점에서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도 마늘과 양파·주산지 4개 지자체에 밭농업 농기계 구입을 대폭 지원하고, 전국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여성농업인을 위한 밭농업 기계를 집중 보급하고 있는 점은 밭농업 기계화율 증가에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정책포럼에는 농업 혁신을 이룰 핵심으로 밭농업 기계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쌀 공급과잉 해소 위해 밭작물 확대 필수 선결과제
재배양식 통일이 핵심, 확산세 높일 보급정책도 관건

고성능 스마트 농기계 개발에서 해결책 찾아
2015년 농촌진흥청의 밭농업 기계화를 주도할 핵심부서로 출범한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은 그간 마늘과 양파, 감자, 구고마 등 주요 밭작물의 파종과 정식, 수확까지 모든 작업을 기계화하는 생산 전과정 기계화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농진청 김영근 밭농업기계화연구팀장은 “개발에 성과도 있었지만 다양한 재배방식과 저조한 밭기반 정비, 영세한 농가가 많은 탓에 취약한 구매력으로 농기계 업체 90%가 매출 50억 원 미만 등이 기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마늘 두둑 폭을 예로 들면 의성은 300cm, 남해 150cm, 무안 210cm로 각기 다르고. 호당 0.3ha 미만의 영세농가가 감자 94.5%, 마늘 87.3%, 양파 77.4%나 된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그 해결책으로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 개발과 고성능 스마트 농기계 개발에서 찾았다. 김 팀장은 “2020년까지 마늘·양파·잡곡 등 10개 밭작물의 전과정 농기계를 개발했고, 2025년까지 옥수수·고추·인삼 농기계를 선보일 것이다. 물론 개발에만 그쳐선 안 되고 농업현장에 보급이 중요해 이 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재배양식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김 팀장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공동으로 표준안을 설정했다고 제시했다. 마늘의 경우 7조 재배 두둑폭은 100~120cm, 11조 재배는 150~160cm로 통일하고 쪽분리기와 파종기, 수확기, 줄기절단기 등 인력에 의존했던 과정의 농기계를 개발해 노동력은 67%, 비용은 47% 감소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재배양식 통일을 통해 소량 다품종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기업들이 개발에 나서지 않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농진청은 예측했다.

정체된 밭기반 정비·정책 지원 확충 지적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서용석 사무총장은 논농업 기계와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해 밭기반 정비를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전략작물직불제가 도입되면 혜택으로 농기계를 가장 많이 원하는데 쌀로 다른 걸로 대체하고 싶어도 농기계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다. 기계화율을 높이는 게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서 총장의 지적대로 밭기반 정비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2년 총 경지면적 대비 밭기반 정비율은 12.8%이던 것이 지난해 겨우 3.7%p 오른 16.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년 16.8%에서 오히려 0.3%p 줄어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 문태섭 농기자재정책팀장은 관행농법의 탈피를 위해서 성공사례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팀장은 “기계화율 제고를 위해 마늘주산지인 창녕과 영천, 양파 주산지인 함양과 무안에 밭농업 기계화 우수모델 대상자로 정해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지원하고, 주산지 지자체 2곳을 추가 선정해 기계화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체측은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표준 재배양식 확립과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장길수 팀장은 “그동안은 재배양식이 각기 달라 지역마다 특정업체가 공급해 대량생산이 안돼 원가가 높아 농민에게 부담이 컸다. 재배양식을 통일하면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관행농법을 바꾸려 하지 않는 농업인에게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앙기도 처음에 수확량이 줄까 봐 농업인의 저항이 있었다. 지원을 통해 이앙기가 보급되며 수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알려지며 보급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한 장 팀장은 “한번 개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요자 요구를 반영해 개선을 거듭해야 농업인의 충성심이 생겨 재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김영근 팀장은 “논농업 기계는 많은 재원과 인력이 있는 민간에서 하는 게 성과가 훨씬 좋다. 하지만 밭농업 기계는 그렇지 못해 개발은 정부가 하고 있지만 현재 밭농업기계화연구팀 인원은 9명에 불과해 어려움이 크다. 아무리 좋은 농기계를 개발해도 정책적으로 지원이 없다면 농업현장에 보급은 사실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