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희랑대 감원, 경성 스님에게 듣는 생활속 법어

 

신라 제40대 애장왕(哀莊王) 때 창건된 천년 고찰 경남 합천 해인사는 법보(法寶)사찰로 통도사(불보사찰)·송광사(승보사찰)와 함께 삼보(三寶)사찰로 유명하다. 특히 고려팔만대장경판이 보관된 해인사는 호국신앙의 요람이자, 불교 항일운동의 근거지다.
본지는 불기 2553년 석가탄신일을 맞아 해인사 산내 암자인 희랑대 감원이자 중앙승가대학 교수인 경성 스님으로부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부처의 깨우침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해인사 방문에는 이미화 생활개선중앙회장이 동행했다.

이미화 회장 = 우리 중생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이며, 이런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경성스님 = 마음의 평화와 안정, 편안함은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고 만족할 줄 아는 것으로 실현됩니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소욕과 지족이라고 합니다. 이는 욕심을 줄이고 자기가 지니고 있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줄 모른다면 가난과 불안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며, 설령 재물이 없다 하더라도 부러워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다면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사는 곳을 도솔천이라고 합니다. 만족할 줄 안다면 도솔천에 갈 수 있습니다.

이미화 회장 =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거대한 사회제도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주체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참 자신을 깨닫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경성스님 =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지혜란 자기완성이며, 자비는 자기실현입니다.
지혜와 자비의 궁극적인 도달점은 성불이라는 이상향입니다. 자기완성의 목표와 자기실현의 목적지가 동일한 것입니다. 자기완성의 극치란 바로 부처를 이루는 것이며, 자기실현의 극치란 바로 모든 이웃이나 벗들과 함께 부처를 이루는 것입니다. 즉 나와 더불어 모든 중생들이 모두 함께 부처의 길을 이뤄내는 것이 가장 참되게 자신을 깨닫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미화 회장 “현대인들이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경성스님 “재물이 없더라도 자족할 수 있다면
천상의 도솔천에 갈 수 있습니다.”

 

 

이미화 회장 = 욕망을 누그러뜨리고 보살행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성스님 =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휴머니즘이라는 인간위주의 주장보다는 사트바이즘, 중생주의로 시선과 시야를 확대하고 넓혀야만 합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에 자연과 화경을 파괴하고, 합리적이거나 편리하다는 이유로 추구하는 소비 지향은 이제 설득력이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단지 자연의 일부일 뿐이며, 모든 것은 서로 어우러지고 조화되는 것에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넉넉히 온 중생들에게 이롭게 하겠노라는 각오가 바로 보살행을 실천하는 의지일 것입니다.
이미화 회장 =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성들에게 많은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현대사회의 여성들을 보셨다면 어떤 가르침을 주셨을까요?
경성스님 = 현시대의 여성들은 모두 팔방미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커뮤니티의 구성원이나 일원으로서 모든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내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런 모든 역할 하나하나가 소중한 것이고, 이렇게 연결되는 고리를 통해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연으로 맺어지고 이루어진 자신의 모습이며 관계가 나를 구성하는 조건이자 요인이자, 불교에서 말하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의 법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부처님께서는 보다 많은 인연과 관계로 연기법(緣起法)을 확대하고 넓혀가는 현대 여성들에게 연기론을 몸소 증명해내는 보살이라고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됩니다.

이미화 회장 = 스님께서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지요?
경성스님 =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란 등대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악천후의 날씨에 등대가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대가 불안하거나 혼란할수록 사회의 지도자가 자신의 역량으로 모든 사람들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미화 회장 = 일반인들이 바쁜 하루일과 중 단 10분이라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경성스님 = 현대인들은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는 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108배 정도 가볍게 절을 하고, 그 다음에 염불을 통해 부처님을 옆에 모시고 있는 것처럼, 즉 내가 부처님화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되면 잡된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어두운 고민들이 부처님의 광명으로 소멸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더욱 확연히 밝히는 방법에는 참선이 있습니다. 참선을 통해 모든 심신의 장애로부터 벗어나 해탈과 열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화 회장 = 해인사만의 특별한 법회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경성스님 = 오는 6월22일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생전예수재와 함께 제4차 1029일 천도법회가 열립니다. 생전예수재란 전생 인연에 대해 지혜를 들려주실 큰스님들을 모시고 인연법에 대한 좋은 법문을 듣고 남은 생에 좋은 일을 크게 한번 하고 다시 저승길에 오르겠다는 각자의 서원을 부처님께 올리는 날이자 전생 명부전에 진 빚을 갚는 의식을 치르는 날입니다. 이를 통해 업장소명과 극락왕생의 원력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생전예수재는 6월22일을 시작으로 매 재때마다 봉행하며, 수시로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화 회장 = 해인사의 창사 정신을 알려주시고, 당부의 말씀도 들려주십시오.
경성스님 = 해인사 창건의 참뜻은 ‘해인(海印)’이라는 명칭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해인이란 대방광불화엄경에서 설명하는 해인삼매라는 삼매의 경지를 가리키는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해인사는 화엄의 철학과 화엄의 사상을 천명하고자 하는 뜻에서 조성되고 이루어진 화엄의 대도량인 것입니다. 화엄의 철학과 사상이란 수만가지 종류의 모든 꽃들이 각자의 빛깔과 향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어우러질 때에 화엄, 빛으로 화려하게 장엄된다는 것으로, 화합과 조화와 어울림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앞서 질문에서도 여성들에게 많은 차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셨는데,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면서 여성으로서 개성을 존중하는 상화간의 인식이 보편화될 때에 화엄의 어울림과 조화와 화합이 이뤄질 것이며, 전체의 발전과 번영이 구현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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