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 농번기 ‘공동취사장’ 왜 필요한가?

<마을 ‘공동취사장’은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아낙네들의 부담을 덜어줘 일의 능률을 높여주고, 인건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

 

마을회관 공간 활용, 식재료·인건비 절약
인근 식당과 마찰, 시설·예산부족 등 ‘숙제’

 

충북 제천시 백운면 방학1리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임현옥(53세)씨는 요즘 화접 수작업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일손이 부족해 일당 4만원을 주고 일꾼을 부리지만, 오전과 오후새참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마저 일꾼이 많으면 인근 식당에 식사를 배달시켜야 하지만 일인당 5천원씩, 하루 만원에 해당하는 식사비는 인건비와 함께 큰 부담을 안겨준다.
반면, 경북 청송군 현동면 월매리 김해자(55)씨는 식사준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07년 도·군비 지원사업으로 ‘공동급식장’이 마을회관에 설치돼 가구당 당번제를 정하여 점심식사를 준비해 조금이라도 일손을 보탤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바쁜 영농철, 농촌에서는 식사준비로 골머리를 썩는 농촌여성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농사에 부엌일에 게다가 일꾼들 식사까지….
이에 지자체별로 농번기 농촌여성의 취사 부담을 덜어주고자 ‘공동취사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과연 그 실효성은 어떠하며,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지자체별 운영효과 높아

2007년 이후 농촌마을에서 혹은 생산자조직이 중심이 돼 공동취사장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는 농촌여성의 요청과 지방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실현된 것. 강원도에서는 2007년 ‘공동취사장 운영 지원사업’이란 명칭으로 화천군 사내면의 ‘화악산토마토 영농조합법인(대표 이순원)’과 인제군 인제읍의 ‘귀둔2리부녀회(부녀회장 진숙녀)’에 개소 당 5천만원(도비 1,500만원, 시·군비 2천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양구와 화천군에 2개소를 확대 지원한다.
경북 역시 2007년 ‘농촌마을 공동급식 지원사업’이란 명칭으로 사업을 추진 2007년 2개소(칠곡·청송), 2008년 5개소(김천·상주·성주·칠곡·봉화), 2009년 6개소(영주·청송·영양·고령·성주·봉화)가 운영중이며, 개소 당 2천만원(도비 30%, 시·군비 70%)을 지원한다.
대부분 도비는 공동취사에 필요한 집기류와 편의시설 구입비 등으로 사용되며, ‘공동취사장’은 마을이장과 부녀회장의 관리 하에 개별적으로 운영 된다.
인제군의 경우 빈집을 임대한 곳에 공동취사장을 마련, 인제읍 귀둔2리 부녀회원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 공동취사장의 1인당 식대는 4000원. 인근 식당보다 1000원이 싸다. 청송군 현동면은 마을회관에 공동급식장을 마련해 농번기 때 마을공동기금으로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2년째 공동취사장을 운영하고 있는 인제읍 귀둔2리 진숙녀 부녀회장은 “취사장 이용 전에는 점심 식사준비 때문에 오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인력 손실이 컸지만 취사장 이용 후 일의 능률이 올라갔다.”고 말한다.
경북도청 농수산국 서지명 담당자는 “처음 사업이 실시됐을 때는 수요도가 높지 않았지만 사업 후 농촌여성의 호응이 좋아 지역에서의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수요도 높지만 운영예산 부족
일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공동취사장’ 사업이 지역 농촌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만족도가 높아지자 지난해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회장 장정옥)와 농협대학이 전국 10개 시·도 여성농업인 414명을 대상으로 공동취사장 운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취사장 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노지채소, 일반 밭작물, 시설채소 농가의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박민선 농협대학 교수는 “농촌여성들의 요구가 높은 사업인 만큼 마을 공동취사장이 마련될 경우 운영비 등에 대한 지자체·중앙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공동취사장’의 높은 수요도에 비해 지원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 도, 시군 지원비가 시설지원만 가능해 공동취사장을 운영하는 비용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 더불어 인근 식당과의 마찰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공동취사장’ 사업을 지원한 담당 공무원은 “마을 자체로 공동취사장을 운영하기에 주민 간 상호협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무료로 식사를 제공할 경우 마을기금이 충분히 조성돼야 하는 등 운영 상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인제읍 귀둔2리 김장영 이장 역시 “물가가 많이 올라 지난해에 비해 취사장 운영이 어렵지만 인권비도 오른 마당에 식대까지 올릴 수 없다.”며 “식대를 낮추려 해도 인근 식당과의 마찰우려도 피할 수 없다.”고 전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