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유전자공학과 오재현 연구사

농진청 연구진, 꽃양귀비 항염․항암 효과 구명
고령사회 맞춤형 의약소재 작물로 농가소득 기대
농진청-산업체-지자체 생산 협력 선도모델 구축

▲ 오재현 연구사

규제 등으로 연구에 많은 난관
“마약성 양귀비의 법적 규제와 사회적 인식 때문에 관상용 꽃양귀비의 국내 연구가 미진한 상황인데도, 마약성 양귀비와 꽃양귀비를 연구하는 것은 주변의 반대 등으로 연구에 많은 벽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마약성 양귀비 작물을 이용하려면 학술연구자 허가 받아야하고, 정기적인 마약류 취급 등에 관한 교육과 의료시설에서의 검사, 보안시설을 갖춘 재배시설에서의 제한적 연구, 정기·수시점검 등 많은 과제를 풀어야 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사체(시료에 존재하는 대사물질의 총체) 자료수집 등을 하기에는 취급 불가능한 표준품이 존재한다는 난제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과학기술이 발달해 지표물질 예측 프로그램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지요. 이렇게 모든 과제와 벽을 넘어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뿌듯합니다.”

초고령사회 대응 식의약 연구에 초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오재현 연구사(41)는 꽃양귀비의 효능 연구와 생산·가공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신산업 생태계의 선도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연구사는 그동안 ‘꽃양귀비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약학 조성물’ 등 2건을 산업재산권 등록한 것을 비롯해 ‘양귀비속 4종의 잎에 있는 2차 대사산물 생합성 유전자 및 사이토크롬의 전사프로파일’ 등 7편의 논문 게재와 발표, 꽃양귀비의 의약소재 대사물질 등 다양한 효능의 홍보와 산업화, 6건의 기술이전 등을 추진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OECD 38개 회원국 중 1위다. 이러한 초고령 사회에는 항염·항암 치료제 등의 원료 소재가 되는 물질에 대한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여론이다. 국내 항염제 시장은 약 2조5천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지만 국산 항염제 점유율은 16%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골관절염치료제 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에 잠식된 상황이다.

“꽃양귀비의 효능 연구는 항염·항암 등의 연구라는 측면에서 시작됐습니다. 3년이라는 연구기간은 다양한 꽃양귀비 작물의 효능을 확인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었지만, 작물의 전사체(한 세포에 존재하는 모든 RNA분자의 합)와 대사체라는 도면을 그렸지요. 또한 꽃양귀비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널리 쓰이는 항암·항염물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조 물질을 찾아 그 주변 물질을 위주로 효능을 확인해나갔습니다. 

전사체 정보는 대사물질의 생합성을 예측하게 했고, 대사체는 후보물질 주변 대사경로를 그리는데 유효했지요. 이러한 농생명 빅데이터 분석은 빠르게 높은 효능의 물질을 스크리닝(다수 중에서 선별하는 조작)하는데 기여했습니다.”

과학적 효능 검정으로 연구 외연 넓혀
오재현 연구사와 동료들은 꽃양귀비의 유효 대사물질에 대해서는 분리·정제와 분석을 위한 최적화 조건을 확립하고 재현성·특이성 확인을 통해 검증해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꽃양귀비 생명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국립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연구결과는 주요 국제학술지에 논문(7편)으로 발표했다. 

“꽃양귀비로부터 추출한 유용성분은 사이토카인의 분비 억제 등 다양한 염증 관련 매개물질의 항염증 효과와 대장암·췌장암·유방암·위암·폐암 세포에 대한 생육억제활성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꽃양귀비 추출물은 세포 독성이 없음도 확인했지요. 이밖에 우울증 예방과 진통효과를 보이는 도파민 등의 성분이 존재함도 확인하면서 항암효과, 신경정신질환 예방과 관리효과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오 연구사의 연구를 통해 꽃양귀비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생합성 물질은 새로운 의약품 후보물질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만큼 알칼로이드 생합성 작물의 연구 결과는 식의약 소재 연구로의 확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과학적·기술적 성과는 양귀비 작물 연구에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건기식 외에 화장품 원료로 사용 기대
“연구가 말해주듯이 꽃양귀비는 향정신성 치료 목적으로의 효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령사회 필수 의약품이 된 항암제와 항염제 효능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종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항암제 시장은 약 1조5천억 원 규모이며, 항염제는 약 2조5천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물론 의약소재 물질을 확인한 수준이어서 추후 산업화를 위한 연구가 계속돼야 하지만 2021년 기술가치평가(한국농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현시점에 꽃양귀비 추출물은 항염·항산화·항암 등의 기능을 가진 약학 조성물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꽃양귀비에서 추출한 성분이 항염·항산화 기능이 있음을 고려할 때 항산화 관련 건강기능식품 원료, 미백·주름개선 등의 화장품 원료로도 곧 사용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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