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여성농업인 열전 - 충남 당진 ‘꽃양꽃색’ 삼총사

대대손손 농사지은 조상이 없고, 충남 당진도 무연고지다. 지난 2020년 청년여성농 세명은 이곳에 은행에서 대출 받은 귀농창업자금 3억 원을 갖고 혈혈단신 귀농했다. 사는 곳도 성격도 다른 이들은 학교에서, 일터에서 알게 된 인연이다. 시설하우스 10동에 장미, 국화, 거베라 등 다양한 작목을 재배해 농장명도 각양각색을 뜻하는 ‘꽃양꽃색’으로 지었다. 문소영(32)씨와 김에스더(31), 박미아(32)씨를 만나 청년들의 농촌 정착기를 들어봤다.

▲ (사진 왼쪽부터)김에스더(31), 박미아(32), 문소영(32)씨는 고향도 성격도 각양각색 다르지만 농업 열정으로 뭉친 청년여성농업인들이다.

친환경재배로 브랜드 철학 담고 안전생산 꾀해
화훼 경매구조 문제…직거래 중심의 판로 개척

전재산 투자한 귀농
꽃양꽃색에 방문했을 때 문소영씨와 김에스더씨는 작업대에서 택배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농가에서 재배한 꽃을 소포장해 전국 각지에 있는 소비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두 사람은 대학 동문이다. 둘이 먼저 귀농하고, 나중에 박미아씨가 합류했다. 농사를 같이하는 것이 이들의 귀농전략이었다고 한다.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에 교육을 신청하면 꼭 다른 한 명도 신청 의사를 물어봤어요. 항상 2명이서 같은 교육을 들으니까 공무원들에게도 소문난 귀농인들이었죠,”

연고 없는 당진에서 이들은 농지 구매에 나섰다.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며 저축한 돈과 은행 대출금으로 농지와 시설하우스도 마련했다. 귀농 정보를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면서, 농업기술도 공부했지만 농지는 대출 말고는 차선책이 없었다고 한다.

“정부의 귀농귀촌지원사업을 다방면으로 알아봤지만 타지인이 지원금을 받는 건 너무 어려웠어요. 해당조건에 아무것도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귀농인보다는 후계농이나 땅만 없지 농업을 어깨너머로 배운 준농업인을 위한 정책 같아요.”

빠듯한 자금으로 농지를 마련해야 하니 땅이 많이 필요한 수도작이나 밭작물은 엄두도 못냈다고 한다. 그래서 평당 단가가 높은 화훼를 선택했다.

“꽃은 보고 있으면 기분을 좋게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이런 감정을 주는 농작물이 잘 없어요. 도시민들에게 치유농업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목 같아요. 또 수도작이 기계화된 것처럼 미래에 화훼도 기계화 될 때 청년농으로서 빨리 이해하고 농가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의 작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식탁에서도 안전한 꽃
꽃양꽃색에서는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고 꽃을 재배한다. 온·습도를 세밀하게 조절하고 방충망으로 해충을 방지하고 있다. 김에스더씨는 모든 작물이 어렵겠지만 화훼는 특히 더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과실이 아닌 꽃 생산에 집중하다보니 농사일이 더 많고 병해충에 예민해진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PLS에서 예외 품목인 화훼를 굳이 친환경으로 재배하냐며 의아하게 봐요. 식탁에서도 안전하고, 아이에게도 무해한 꽃을 지향하고 있어요. ‘꽃양꽃색’ 브랜드스토리에 가치관을 담아 알리고 싶습니다.”

양질의 화훼 생산을 위해 배드에서 재배되는 장미 등 작목에만 유기자재로 만든 해충기피제를 뿌려 병해충을 방지하고 있다. 김 씨는 천적을 이용한 방제법도 알아봤지만, 천적이 생태계 교란을 일으켜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는 환경문제를 접하고, 해충기피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소비자는 친환경 먹거리를 찾는데, 농업인들도 안전한 재배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꽃양꽃색에서 친환경으로 재배되는 국화 주변으로 풀이 나있다.

화훼 직거래 개척
지난해 꽃양꽃색에서는 수해를 입어 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애써 재배한 국화가 출하를 앞두고 전량 폐기됐다.

“정강이까지 물이 차서 눈 앞이 아득해졌죠. 막막했지만 지나고보니 그때도 귀농을 후회하진 않았어요.”

올해 하우스 10동을 꽉 채워 수확하는 국화와 장미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저희는 경매를 원치 않아요. 직거래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당진시내에 있는 꽃집도 굳이 서울 양재동까지 가서 꽃을 사와요. 화훼농가에서 중간유통인에 꽃을 보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 소비자가 꽃을 받기까지 시일이 걸려서 결과적으로 3~4일 지난 꽃을 받게 됩니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차비가 들고, 꽃에 대한 수수료도 내야하는 유통과정은 문제가 있어요.”

택배포장에 용이한 작업대를 농가 입구에 넓게 조성한 이유다. 직거래하면 꽃이 완전히 피지 않은 꽃봉오리부터 개화해 낙화할 때까지 오랫동안 소비자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은 주1회 회의시간을 갖고 재배방법과 판로를 의논한다고 한다.

“마케팅을 항상 고민해요. 직접 판로를 확장하지 않으면 경매 밖에 없으니까 11번가, 위메프 등 쇼핑 채널에 노출되는 방법을 고려하면서 안팎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소비자는 봄가을에 많은데, 꽃을 사랑하는 소비자 연령대와 취향을 연구하고, ‘꽃양꽃색’이 가진 철학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직거래로 알게 된 플로리스트 고객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플로리스트분들은 직거래에 큰손이에요. 정성껏 피워낸 꽃으로 신뢰를 쌓고 앞으로 플로리스트협회와 취미모임에 문을 두드려 직거래를 확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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