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폭염, 폭우에 농민들 위험하다...대형산불 그후-경북 울진

▲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진화됐어도 타다 남은 나무들은 폭우 때 민가를 덮칠 가능성도 있다.

전소된 주택복구는 신속, 시설물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뎌
경사진 곳에 방치된 타다 남은 나무는 폭우 때 2차 피해 가능성

더디기만 한 복구
지난 3월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열흘 동안이나 숲과 주택, 각종 시설물을 불태우며 최악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건조한 날씨에다 강풍의 영향으로 울진에서만 1만4140ha 면적에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죽변면에 살고 있는 이재심씨는 피땀 흘려 일군 김치공장이 모조리 타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사업자등록을 마친 데 이어 HACCP 인증을 준비하며 사업이 확장단계에서 맞은 산불로 인한 피해로 그 상심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수도작과 김치공장에 들어가는 일부 재료를 직접 농사지으며 해결하던 이 씨는 농기계가 모조리 타면서 농사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더 속 타는 일은 복구를 위한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는 것이다.

“공장은 다 타고 집은 그래도 피해를 안 봐 처음에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어요. 근데 집이 탄 농가는 전자제품을 다 갖춘 컨테이너를 지원받았는데 전 해당사항이 없잖아요. 피해성금이 많이 걷혔다고 그러던데 받은 지원금으로는 타버린 공장을 다시 짓는 데 턱없이 부족해요. 차라리 그때 집도 타버리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더 힘이 빠지는 건 농번기가 시작됐어도 이앙기에 호미며 낫이며 싹 타버려서 일일이 빌려 가며 하고 있는데 어디 농사가 제대로 되겠어요.”

이처럼 시설물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늦어지면서 이 씨에게 산불피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게다가 울진은 여전히 강수량이 적어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심씨 역시 계속된 가뭄으로 이중고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한다.

▲ 산림청은 대형산불 발생지를 중심으로 산사태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다.

타다 남은 나무들이 민가 덮칠 수도
거기다 더 큰 걱정은 집 뒤편 야산에 타다 남은 나무들이다. 완전히 탄 피해목은 제거하기 쉽지만 일부만 탄 나무는 제거하는 데 장비가 동원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산불피해지역 벌채를 위한 실시설계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이재심씨처럼 인근에 피해목이 방치된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산불피해가 컸던 지역에서 피해목들이 떠내려오면서 민가를 덮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시급히 벌채에 나서야 함에도 상황은 그렇질 못하고 있다.

울진군이 파악한 산불이 난 산과 가까워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마을은 27개다. 옹벽을 쌓아 피해를 막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국지성 호우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여름철 태풍도 북상하고 있는 지금에도 일부 마을에만 공사를 겨우 마쳤다. 계획된 마을에 복구공사 완료시기는 빨라야 이번 달 말로 예정돼 있다.

산림청도 울진을 비롯해 대형산불 발생지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판단하고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예방 활동에 나섬으로써 2차 피해 발생을 막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한 긴급조치와 응급복구를 시행해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지고 나무소실이 많아 토사가 유출될 가능성이 큰 곳은 방수포를 덮는 등의 조치를 펼치고 있다.

지자체와 관계기관들은 복구속도가 늦어진 이유로 워낙 피해규모가 큰 탓에 정확한 조사를 진행한 이후에야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이전의 복구보다 속도를 더 냈어야 한다. 피해주민들은 타다 남은 나무들이 언제 집을 덮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지자체와 관계기관은 조속히 피해예방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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