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가면 - 인천 강화 오가그레인

오가그레인 우기성 대표는 소싯적에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공무원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 유럽 등 외국과 협업하는 일이 많았는데, 유럽의 어느 농촌에서 현지인들이 맷돌(스톤밀)로 통밀을 갈고 있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맷돌 활용에 착안해 ‘맷돌믹서’를 개발했다.

▲ 맷돌제분기를 개발해 토종밀과 우리밀 소비촉진에 나서고 있는 (왼쪽부터)나경열, 우기성 부부

전통 맷돌방식으로 우리밀 영양성분 보호
우리밀쿠키 만드는 농촌체험장 조성이 꿈

과학적 맞춤설계
부인 나경열씨는 공무원 생활을 정리한 남편을 응원하면서 지난 2014년 연고 없는 인천 강화로 귀농했다. 부부는 밀농사를 8260㎡(2500평)에 지으며 외국의 맷돌제분을 우리나라에 접목하기 위해 전국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남편이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맷돌의 부속장치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조립했어요. 같은 돌이 맞닿아 돌아가는 맷돌방식에 숨은 과학을 찾는 데만 여러 해가 지나갔습니다.”

부부는 수소문 끝에 강원도 철원에서 40년간 현무암으로 맷돌을 제작하는 업체를 찾아가 맷돌을 맞춤 제작했다고 한다.

▲ 맷돌제분기 내부에 맷돌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토종밀과 우리밀만 취급해 분쇄한다.

밀의 영양가 그대로
우기성 대표가 개발한 맷돌믹서는 맷돌을 돌리는 일에만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다.

“시중에 나온 제분기는 밀가루를 하얗게 가공하면서 열이 발생해 밀이 가진 고유한 영양소를 파괴합니다. 온도가 40도 이상이면 단백질 변성이 와요.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없어지는 거죠.”

맷돌믹서는 제분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지 않고 전분과 미네랄, 단백질 손상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밀가루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맷돌 제분한 우리밀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오가그레인에서는 최소 100kg 이상의 우리밀을 가져오면 밀가루로 가공해주고 있다고 한다.

“밀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밀음식을 먹고 싶을 때 건강한 방식으로 밀가루를 생산해주는 곳이 없어요. 제분소라고 간판 내걸고 방앗간을 운영하는 곳도 많고요.”

맷돌믹서 단점으로는 고속으로 맷돌을 회전시킬 수 없다보니 하루에 최대 400kg만 밀가루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소비자는 우리밀가루가 좋다는 것을 알아서 비싸도 우리밀을 구매해요. 매니아층이 있어서 우리밀 빵을 만드는 전국 유명빵집에 우리밀맷돌밀가루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토종밀의 우수성 홍보
나경열씨는 강화군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교육이 농촌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강의를 듣고 강화 대표 농산물인 순무와 인삼으로 강화순무김치와 인삼물김치를 만들면서 요리에 흥미가 생겼어요. 원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죠.”

강화농촌여성들은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나경열씨도 우리밀로 수제비와 부침개를 만들고, 우리 통밀가루로 풀을 쒀 김치를 담가보니 맛이 한층 더 좋았다고 한다.

오가그레인은 우리밀과 토종밀만 취급하고 밀가루를 생산하는 데 자부심을 내보였다.

“오가그레인에서는 앉은키밀 재배단지가 형성된 농촌에서 토종농부들에게서 앉은키밀을 수매해오고 있어요. 토종밀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중심역할을 하고 싶어요.”

앉은키밀은 우리밀하고 다른 특색을 알게 됐다는 나경열씨. 어떤 밀음식을 만들어도 구수한맛이 은은하게 남아 거친 식감이어도 씹을수록 구수한 통밀빵 매니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오가그레인에서 생산한 밀가루는 방부제를 넣지 않아 냉장 보관해야 하고, 오래두고 먹으려면 냉동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연말까지 시설과 규모를 넓히고, 강화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우리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어요. 즉석에서 제분한 우리밀로 쿠키를 만들어보는 체험학습장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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