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유농장 탐방 – 충남 천안 별꽃원예치유농장

#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여주인공 염미정은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남주인공 구씨에게 “하루에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 하잖아. 예기치 못한 행운의 순간에 7초 설레고, 또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라고 조언한다.
충남 천안의 별꽃원예치유농장 이미선 대표도 같은 마음으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면서 드라마 명대사를 인용하며 소녀처럼 웃었다. 오염되지 않은 상토로 농장을 조성하고, 직접 친환경으로 재배한 원예와 약초를 매개체로 도시민의 행복을 찾아주고 있는 이미선 대표를 만나봤다.

▲ 이미선 대표는 치유정원과 텃밭을 조성해 도시민에게 치유의 순기능을 알리고 있다.

심신 지친 사람에게 정서적 안정 선물
“모두의 일상에 행복한 순간 전하고파”

농산물이 가장 맛있을 때…
10여 년 전 원예치료사자격증을 취득한 이미선 대표는 수확물을 얻고 수익을 창출하는 전통농업 외에도 농산물을 재료로 활용해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치유농업의 순기능을 알리기 위해 별꽃원예치유농장을 조성했다.

이 대표의 치유농장은 노지와 시설하우스에 화훼와 약초를 조금씩 다양하게 심어 작목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노지는 곡선으로 건강지압길을 조성하고 치유정원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게 만들었다. 시설하우스는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폭을 넓혔다. 실내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이론수업과 정원에서 채취한 꽃과 약초를 요리할 수 있는 각종 조리도구를 구비해 놨다.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농산물이 완전히 농익어 달고 맛있을 때 맛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모양도 생소한 토종딸기와 애플수박을 먹으면서 신선한 맛에 매료됐죠.”

앵두 한 알을 직접 따 먹으면서 잠깐 행복해지는 것. 그 순간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이미선 대표는 말했다.

▲ 건강지압길 주변으로 다양한 꽃과 약초가 재배되고 있다.

맞춤형 치유프로그램 전파
이 대표는 치매어르신과 장애인, 천안교도소 수감자와 호스피스병동 암환자 등을 대상으로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한 수용자가 출소일이 다가오는데 사회로 나가는 게 불안하다고 했어요. 텃밭체험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이끌었습니다. 흙을 만지니까 처음으로 외부로 나온 기분이 든다고 했어요. 이들이 죗값을 받고 사회에 복귀했을 때 적응할 수 있도록 농업이 역할을 해줬어요.”

교도소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원예프로그램이 항상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미선 대표는 교도소에서 3년간 수감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우며 감사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호스피스병동은 치유프로그램이 길면 3주여서, 지난번에 웃으며 대화했는데 다음에 가면 돌아가셔서 슬프고 힘들었어요. 그래도 수업시간 동안 일상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화분에 흙을 담아가고, 토끼풀을 가져가 꽃반지를 만들고, 야생의 아카시아꽃을 공수해오면서 진심을 다했습니다.”

간호사가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겼는데, 아픔도 잊고 연애할 때처럼 장난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새벽부터 아카시아를 따러 산에 오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체험객의 치유방법 존중
별꽃원예치유농장에서는 텃밭 분양도 겸하고 있다. 유치원이나 가족단위로 아이들과 같이 텃밭을 재배하고 있어 되도록 친환경을 고수한다고 했다.

텃밭을 분양받은 이들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공유해 언제나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운영하는데, 한 부부는 농사일은 않고 그네에서 커피 마시면서 앉았다 가는 분양객도 있다고 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치유정원을 조성하길 잘 했다고 보람을 느껴요. 사람들마다 치유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르고 치유농장주로서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미선 대표는 별꽃이 약성도 좋고 지천에 많은 것처럼 쉼이 필요한 사람들 주변에 치유농업이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마음 둘 곳 없다’는 도시민에게 농장이 마음속 친정 같은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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