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낙농과 박성민 연구사

가축 생체정보 측정장비 국산화로 외국산 독점 제동
인공지능 가축관리기술 개발…농가소득 향상 기여

▲ 박성민 연구사

축산장비 자체기술 확보를 위해...
“지금도 국내 축산업의 외국산 장비 의존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외국산 장비를 사용하다보면 국내 가축 고유의 생체정보가 국외로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축산장비의 자체 기술력 확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전제로 국산 가축장비 관리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 기초·기반기술의 부재로 하드웨어 설계부터 건강 예측 알고리즘 개발까지 전 영역에서의 연구·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위 체류형 센서의 경우, 개발 초기 잦은 체외 탈락은 큰 걸림돌이었지요. 수차례 실패를 반복하면서 센서가 가축의 위 내에 안착되도록 무게, 부피, 밀도, 무게 중심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는 과정 등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박성민 연구사(38)는 가축 생체정보 활용기술을 개발·보급하는 등 다양한 스마트 가축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젊은 연구자다.

박 연구사는 그동안 ‘가축의 반추위를 모니터링하는 방법’ 등 7건의 산업재산권을 등록 출원한 것을 비롯해 10개 업체에 14건의 기술 이전, 위 체류형 생체정보 수집 센서와 무인 사료급이 로봇의 사업화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 같은 공로로 그는 과학의 날 과학기술진흥 유공 표창(과기부장관), 농진청 농업기술대상 최우수상, 정부혁신 유공 포상(행안부장관 표창)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력·장비부족의 축산위기 극복 신호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축산업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령화율이 이미 50%(2019)를 넘어섰다. 가축 사육두수는 꾸준히 증가해 젖소의 경우, 한 가구당 64.1두(2018)를 사육해 최근 20년간 약 2배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늘어가는 사육 부담에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최근 ICT 장비가 축산농가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외 기술 수준의 차이로 외국산 낙농장비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실정이다.

“축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과 장비 부족이라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농진청을 비롯한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인공지능 가축관리기술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저와 동료들도 만찬가지였죠. 가장 먼저 연구에 들어간 것은 가축의 체온을 안정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축의 위(胃) 안에 센서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위 체류형 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위의 온도를 체온으로 쓸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질삽입형 온도 센서도 개발하게 됐죠.”

“검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질 삽입형 센서가 분만이 시작되기 직전에 스스로 탈락됐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떤 장치보다도 정확하게 분만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확보했습니다. 센서 개발이 연이어 성공한데 이어, 소의 행동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목걸이형 발정 관리 센서도 개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인 사료급이 로봇을 개발해 사료 급이 노동력을 대폭 절감하는 등 사료 공급량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가축관리 빅데이터 일반에 공개 
박 연구사와 동료들이 개발한 가축 스마트 관리기술의 가장 큰 효과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우리 가축 고유의 생체정보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농진청은 가축 빅데이터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현재는 농진청 자체에서 생산하는 디지털 데이터뿐만 아니라 농가에서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농진청 국유특허 기술이전 시 기초데이터 공유 동의 특약을 포함함으로써 빅데이터 구축에 필요한 제도적 근거도 마련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가축관련 스마트 기술들이 구축된 빅데이터는 향후 정부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필요한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될 것입니다.”
국내 최초로 대중에 개방되는 실시간 가축 생체정보를 통해 그 동안 신생기업들을 가로 막았던 하드웨어 생산이라는 진입 장벽이 낮아져 유능한 프로그래머들의 축산업 진출도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가축 생체정보 활용기술 개발 등으로 농장주는 가축질병으로 발생되는 손실액이 줄고 번식 간격 단축으로 사료비도 크게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체 경제성 분석 결과, 낙농가의 경우에 젖소 1두당 약 25만 원의 소득이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죠. 
또한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제품이 출시되면서 외국산 제품의 독단적인 가격 인상도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는 가축 관리시스템의 생산, 설치,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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