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 김재수의 기승전農

"식품이 먹거리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가진
성장동력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농식품 대통령’ 나오길..."

▲ 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근 차기 대통령 후보자가 20여 명이나 되고 각자의 자격·경력·사생활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대통령은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이해력, 경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국민을 아우르는 포용력을 갖추면 더욱 좋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그런 후보자를 보기가 어렵다.
2017년 있었던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를 기억한다. 그 토론회에서는 농업이나 농촌, 식품에 관한 토론이 단 1분도 없었다. 대통령 후보자가 농식품 문제를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농업계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 후보자에게 농식품의 중요성과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 산업임을 인식시키지 못했다. 선진국이 되려면 농업이 선진화돼야 하고 농촌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으나 돌아오는 메아리는 공허했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에 대한 농업계의 전반적 평가도 싸늘하다.
선진국 지도자들을 생각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농산업은 도전을 겪는 동시에 막대한 기회 앞에 서 있다”고 말하면서 농업부문의 고용 증대를 강조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농산업은 나노공학, 우주산업처럼 미래를 여는 열쇠”라며 농산업의 미래가치를 강조했다. 선진국 대통령들은 공통적으로 농산업을 ‘미래의 핵심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농업계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대통령 후보자의 농업에 대한 관심은 적다. 그렇지만 경제대통령, 안보대통령, 외교대통령도 필요하나 ‘농식품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나라가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먹거리가 순조롭게 공급된 덕분이다.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지 않았고 파동이나 사회혼란이 없었다. 의료진의 헌신 못지않게 농식품 공급체계가 안정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차기에 농식품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농식품시장은 엄청 광범위하다. 농업인은 물론 농산물 가공·유통·저장·수출·종자·비료·농약·농기계 등 관련 산업 종사자가 매우 많다. 지난해 농가인구는 231만 명이니, 전체 국민의 18%인 약 900만 명이 농식품 종사자다.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35만 명이다. 농식품 종사자가 여론을 좌우하고 민심을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능력이다. 글로벌 이슈는 곡물을 중심으로 하는 먹거리에 집중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이다. 대통령은 해외 곡물시장 동향, 국내 수급상황 등을 잘 파악하면서 글로벌 안목을 갖춰야 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한 톨의 쌀도 수입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곤혹을 치른 전직 대통령을 기억한다.
셋째, 농식품 부문은 IT·BT·NT 등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주도할 것이다. 이미 농산업 현장에 스마트팜이 널리 보급되고 농업기계화가 상당히 진전됐다. 식당에서도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로 주문하고 로봇이 배달한다. 농식품은 대표적 융복합 산업이며 미래 성장동력 산업이다.
코로나19는 한국 농식품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왔다. 당장 농업인들은 판매 부진, 출하 애로,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외식업계도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온라인 구매가 확대되고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체계는 전방위 위기를 겪고 있다. 반면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르게 대비한 사람은 기회를 잡았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전통시장에서 국밥을 말아 먹는 대통령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 식품이 먹거리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가진 성장동력 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농식품 대통령’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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