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31)

남편의 눈이 되고 
발이 돼 서로 부축하며 
유튜브 세계 입문~

귀농교육 중 멘티에게 “유튜브를 하라”고 해놓고, 정작 나 자신은 유튜브를 보기만 하지 할 엄두를 못 냈기에 이 기회에 남편과 멘티랑 나까지 유튜브에 입문해 유튜브 일기를 쓰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로 농사정보를 알려주는 제주도 친환경농업연합회 회원을 강사로 모시기로 하고, 친환경연합회 모임 밴드에 함께 공부할 회원들을 모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10여 명으로 제한해 두 달이나 기다렸다가 첫 번째 수업을 듣고는 다시 3단계로 격상돼 수업이 무기한 중단되고 말았다.

큰마음을 먹고 도전했는데 유튜브로 가는 길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친 셈이지만 우리는 끈기로 진검승부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첫 번째 수업시간에는 외계어를 듣는 듯 이해가 안 됐으나 집에서 복습을 반복하니 두 번째 수업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그동안도 여러 경로로 유튜브를 배울 기회가 있었으나 디지털인간으로 탈바꿈하기가 버거워서 배움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멘티를 교육하면서 유튜브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고, 나보다도 더 문외한인 남편이 온라인 세상을 습득하는 게 힘들어서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해 함께 배우면서 서로 모르는 것을 보충해주고자 했다.

20년 가까이 블로그를 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컴퓨터에 능한 줄 아는데 나는 실상 기계치다. 학교 다닐 때도 문과과목은 듣기만 해도 머리에 들어와서 쌓이는데, 이과과목은 이해가 안 되고 자장가로 들렸으니 컴퓨터 세상을 따라가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나는 호기심 천국이라서 컴퓨터의 무한한 용도를 체계적으로 배우기는 싫고 활용은 해야겠기에 지름길을 택했다. 아이디를 만들고, 이메일을 만들고, 블로그로 들어가는 경로만 배우고 나서 나는 오직 그 길만 사용했다. 운전도 10년 동안 후진은 못하고 앞으로만 달렸듯이 ‘컴퓨터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고, 필요한 것을 활용하기만 된다’는 얄팍한 지론으로 무장하고, 20년 동안 독수리 타법으로 블로그를 써댔다. 검지 하나로도 오랫동안 쓰니 거의 날아가는 수준이라 옆에서 보고 혀를 내둘렀다.
아빠가 유튜브에 입문했다고 하니 아이들이 반색하면서 아빠의 꼬진 스마트폰부터 바꿔줬는데, 컴퓨터세대인 아이들은 너무나 쉬운 것을 우리는 전전긍긍 헤매다가 우주의 미아가 되곤 한다. 아슴아슴한 노안 시력에다가, 회전이 안 되는 굳은 돌머리, 투박한 손가락이 작은 스마트폰 화면의 글씨를 맞춰 누르기도 어렵다.

그나마 영상 통화로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묻는다. “많은 이론을 설명하지 말고, 지름길로 들어가는 것만 알려다오.”
이렇게 습득이 느린 부모들이 구시대의 유물로 보이겠지만 이렇게라도 따라가야만 하는 우리 세대의 생존법이 한편 애처롭다.

60세가 넘어서야 남편사용서를 터득한 나는 남편의 눈이 되고 발이 돼 서로 부축하며 유튜브라는 세계에 입문하고 있다. 내가 먼저 터득해 하나씩 가르쳐주면서 남편 비자금으로 식사 대접받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기회에 꿈에 그리던 대접을 남편에게 받을 요량이다.
“유튜브 잘하면 달러도 번다더라~” 이 말에 남편은 고무돼 있다. 최고의 당근은 역시 돈이다. 나의 배둘레햄(복부비만)은 더욱 두꺼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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