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과수화상병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증상을
빨리 발견하고 방제해야 한다.
또한 확산의 원인을 찾고
최적의 대응책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과수농가의 협조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과수화상병은 사과와 배에 매우 치명적인 세균병이다. 감염되면 꽃, 열매, 잎, 나뭇가지 등이 까맣게 변하고, 마르는 증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엔 나무 전체가 죽는다. 과수화상병균은 소멸하지 않고 나무 궤양에 잠복하며 겨울을 난다. 그리고 이듬해 봄, 적정 온도와 습도가 조성되면 다시 활성화된다. 병원균의 이동을 돕는 것은 곤충이나 비, 바람에 의한 자연적인 요인과 묘목으로 인한 전염, 병든 나뭇가지를 가지치기한 도구를 소독하지 않고 재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전염 등으로 보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1780년 미국 뉴욕주 허드슨밸리 근처의 배, 사과 과수원에서 최초로 발병한 것으로 기록된 이후 현재는 사과와 배를 재배하는 주요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치료제가 없고, 세균을 사멸시키는 방제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는 상태다. 따라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나무는 모두 베어내고 생석회를 섞어 땅에 묻는 매몰이 현재로서는 병원균을 제거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현재(6월30일 기준) 과수화상병은 5개 도, 22개 시·군의 503농가 232.2㏊에서 발생했다. 올해는 사과 주산지인 경북 안동, 영주와 충남 예산, 당진 등에서 잇따라 확진됨에 따라 과수화상병 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위기경보를 ‘경계’로 유지하되 ‘심각’단계에 준해 대응하고 있다. 과수화상병 발생 시·군에서만 운영했던 대책상황실을 전국 농업기술원과 과수 주산지 시·군, 과수화상병 발생 인접 시·군으로 확대해 지역별, 도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또한 농업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매일 개최하며 발생상황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다발생 지역의 추가 확산을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한 간이진단법, 실시간 유전자검사법 등을 활용한 현장진단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시료채취와 확진 판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빠른 방제와 확산 차단을 위한 조치다. 이 밖에도 과수화상병 확산이 심화되는 지자체는 과원 출입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증상을 빨리 발견하고 방제해야 한다. 또한 확산의 원인을 찾고 최적의 대응책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과수농가의 협조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과원에서 과수화상병 의심 증상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임의로 제거하지 말고 농업기술센터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또한 과수원 출입 시에는 신발과 장갑 등을 소독하고 각종 농기자재는 소독액에 반드시 5분 이상 담근 뒤 사용해야 한다. 또한 과수원 내 나무와 잔재물 등은 과수원 밖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먹는 것보다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으로도 과수화상병 치료를 위한 약제나 획기적인 방제기술이 개발된 사례가 없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균의 활동 억제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시험하고 있다. 지난해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나무에 방제 약제를 주입하는 수간주사를 통해 병원균 활동이 억제되는 것을 일부 확인했으며, 올해 충주지역 농가 3곳을 대상으로 실증시험 하고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산학 공동연구로 개발 중인 과수화상병 예측 시범서비스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과수화상병 저항성 유전자원을 활용한 과수 계통과 품종 연구개발, 묘목의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초정밀 진단기술, 무병묘 생산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과수화상병 극복은 모두의 노력과 협력으로 풀어야 할 도전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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