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우리 고유의 농경문화는
전승돼야 한다.

우리 민족이 집단적으로
모여 행하는 전승적인 의식이자
행사이며 놀이다.
우리 전통 민속놀이와 미풍양속을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세계로 들어내야 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우리는 식량 없이는 살 수 없다. 긴 시간 농업인이 땀 흘려 가꾼 산물이다. 식량의 생산자로서 긍지를 갖게 하는 동력이 중요하다. 인류는 농경(農耕)을 시작하면서 정착하게 됐다. 정착하면서 문화를 창조했다.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문화의 발원지는 농경문화다. 도시화되고 문명이 발달하니 그 근원을 깜박 잊은 채 살아간다.

모내기가 적당하다는 망종(芒種))도 지났다. 벼 잎의 푸름을 보태려 해의 이글거림이 점점 높아진다. 6월14일(음력 5월5일)은 단오다. 단오떡을 해먹고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남자는 씨름을 하면서 즐기는 명절이다. 무더운 여름을 맞으며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祈豊祭)다. 시대가 지나면서 문화도 변해야 하지만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지켜갈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더 이상 사라지는 세시풍속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선조들의 삶의 이야기가 두텁게 쌓인 의례와 놀이가 명맥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세시풍속은 명절 또는 그에 버금가는 날이다.

요즘 문화가 개인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짙다. 농촌은 공동작업이 많다. 그만큼 집단의 평판이 중요하다. 농경문화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농사나 놀이, 제사 등이 이웃과 함께하는 의식공동체로 성립돼 왔다. 우리다운 옛것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살려내야 한다. 명절에 농악의 판굿은 묵은 것을 흘려보내고 새로운 질서를 얻어 들이는 행위다. 삶에 생기를 북돋운다.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수평적인 관계로 조화를 이룬다.

단순한 친목이나 오락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고되게 살아가는 농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합과 사기를 진작시켜 공동체를 굳게 다진다. 이렇듯 세시풍속은 농업인의 삶과 구체적으로 관련되는 공리성(功利性)을 가진다. 오늘날 농경문화를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오랜 사고와 경험을 통해 응축돼 표현된 것이다. 어느 하나도 진리가 아닌 것이 없다. 낙천적인 농업인의 기질이 엿보인다. 세시풍속은 전통시대 따뜻한 공동체적 단합과 화목을 다진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겸허한 마음자세를 갖추는 근신과 정성이 담겨 있다.

농업은 기상과 불가분의 관계다. 24절기에 따라 월별로 행해지는 세시풍속도 그 때문이다. 농업은 가장 존귀하다. 가장 유익하다. 건강한 것이다. 농업은 국가 사회의 근간이다. 
농업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자연을 상대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다. 자연과 그 현상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의 특성은 사람들 스스로 자각 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우리들 체험의 깊은 곳에 뒤얽혀 있다. 농작물에서조차도 현저하게 그게 보인다. 대부분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세시풍속이 코로나19로 멈춰 버렸다. 가족과 친지, 이웃들이 반가이 한 자리에 모여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풍속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농경문화가 변질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국제화를 핑계로 외국 따라잡기에 열심이다. ‘무슨 데이(day)’니 하며 상인은 물론 언론마저 부추긴다. 정신 빠진 일이다. 문화는 혼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우리 고유의 농경문화는 전승돼야 한다. 우리 민족이 집단적으로 모여 행하는 전승적인 의식이자 행사이며 놀이다. 우리 전통 민속놀이와 미풍양속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의 소재로 개발해 세계로 들어내야 한다. 이미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등 세시풍속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세시풍속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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