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농촌으로 간다- 전북 완주 '림보책방'

완주 귀촌 삼인방, 의기투합해 지역살리기 나서
바느질 소모임·페미니즘 독서모임 등 청년들의 사랑방

“아직도, 도시 살아요? 왜?” 귀촌 청년들이 묻는다. 디지털노마드시대, 왜 아직도 인구밀도 초과인 그곳에서 굳이 버티고 있느냐고. 귀촌을 선택함으로써 비로소 ‘정신 차리고’ 살고 있다는 세 청년을 전북 완주의 ‘림보책방’에서 만났다.

▲ 림보책방은 책방을 매개로 청년들이 자유롭게 머무르고 교류하는 공간이다.(사진 오른쪽 부터 홍미진 대표, 윤지은, 강소연씨)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아서
서울에서 출판사에 다니다 서른 살에 전북 완주로 귀촌한 림보책방의 홍미진(35) 대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생활했지만 마음 한편엔 항상 농촌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릴 적 청주, 안성 등 시골에서 지냈던 시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귀촌’이라고 하면 흔히들 노년의 계획으로 생각하지만, 그의 귀촌 계획과 실패수 등을 생각했을 때 서른은 적정한 나이였다.

평생 책을 사랑하고 책 만드는 일을 해 온 홍 대표는 귀촌 후에도 같은 길을 가리라 마음먹고 농촌지역 도서관, 시골책방 운영 등을 계획하며 귀촌 준비를 했다.
전북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며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온 그지만 어쩌다 보니 현재 운영하고 있는 림보책방은 책방이라기보다 완주 청년들의 거점 공간에 가깝다고 그는 말한다.
“책방은 거들 뿐이에요. 이곳은 완주 청년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죠.”

림보책방은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모색하던 완주군 청년정책팀과 책방을 준비하던 홍 대표의 뜻이 맞아 2019년 문을 열었다.

▲ 림보책방 전경

귀촌, 무엇보다 자신을 잘 알아야
림보책방은 홍미진 대표 외에 완주로 귀촌한 윤지은(33) 사무국장, 강소연(38) 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완주에 와서 뜻이 맞는 동료를 만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는 홍 대표는 귀촌을 결심할 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진정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남들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아야죠. 저는 마을처럼 작은 단위의 커뮤니케이션이 좋아요.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하는 걸 좋아해서 익명성이 짙은 도시의 소통에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길가다 만나면 너무 반가워요.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사람에겐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어요. 지역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내게 맞는 지역을 선택하려면 자신을 잘 알아야죠.”

반면 귀농한 친구를 따라 완주에 왔다가 귀촌을 결심한 윤지은 사무국장은 완주에 온 뒤에야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아마 도시에서 계속 살았으면 남들 뒤꽁무니 쫓으며 살았을 거에요. 대출받아 아파트 사고, 남들 하는 건 다 하려고 하면서. 그런데 귀촌 후에 그렇게 한 방향으로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어요. 여기서는 내 생각대로 사유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저는 거기서 더 행복감을 느끼더라고요.”

디자이너인 강소연씨가 귀촌 후 가장 만족을 느끼는 것은 집값이다.
“잠시 놀러 온 곳에 반해 귀촌을 결심했는데, 집값을 듣고 이곳이 더 좋아졌어요. 서울에서 방 하나 값이면 이곳에서는 방이 여럿 딸린 집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프리랜서다보니 굳이 서울에 붙어있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 림보책방 소식보. 다양한 소모임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떠도는 귀촌괴담, 실상은…
그렇지만 이들이 완주에 정착하기까지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가장 먼저 직면해야 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지역커뮤니티 사회로 들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소모임이나 지역활동에 참여하며 사람들을 알아갔어요.”
저녁 7시만 되면 깜깜해지는 읍내도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적응해 갔다. 가끔 심심하면 림보책방을 찾았다고. 실제로 강소연씨는 그 인연이 닿아 함께 일을 하게 됐다.

동네 어른들의 오지랖은 간섭으로 느껴질 때도, 관심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흔히 도시에서는 농촌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괴담처럼 떠드는데, 그냥 친척들이 결혼 안하냐고 묻는 거랑 비슷해요. 저한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선을 조금 넘는 것 뿐이에요. 그냥 도와주고 싶어 하시는 거고, 문화차이 일수 있죠. 조심하면서 부담주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친구이자, 이웃이자, 사업 파트너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귀촌이라는 선택에 후회 없도록 살아가는 그들. 홍 대표는 귀촌생활이 궁금한 이들에게 되레 묻고 싶다고 말한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인터뷰를 참 많이 와요. 궁금해하니 대답을 해주고 있긴 한데, 저는 이제 그 프레임이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봐요. 저도 묻고 싶어요. 당신은 왜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느냐고, 그렇게까지 대도시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냐고요. 그럴 때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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