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시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선 농촌여성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농산물도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이를 극복할 핵심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으며 전통적인 생산에서 탈피해 생산 ․ 가공 ․ 유통까지 과학기술을 적용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장마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농산물 가격이 올랐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적정량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농업의 디지털화는 필수적이다. 스마트팜 등 디지털 농업을 도입해 안전하고 안정된 농산물 생산과 유통으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을 만나봤다.

 

④ 전남 담양 서수원·전남 장흥 문정화

▲ 스마트팜 종합자금지원 대상 1호 스마트베리팜의 서수원 대표

스마트팜에 해외선진농법 더해 생산량 극대화
재배환경 빅데이터 더 축적돼야 안정적 운영 가능

 

■ 담양 서수원 농부

딸기 연구사, 현장으로 뛰어들다

2018년,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대상 1호에 20대 여성농업인이 선정돼 화제가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청년농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사업은 청년농업인들이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농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개인당 30억 원 한도까지 1%의 저금리로 대출해 주거나 10억 원 이하 시설비를 자부담 없이 100% 대출해주는 지원사업이다.
대출자 1호로 30억 대출을 받아 딸기 유리온실인 ‘스마트베리팜’을 지은 서수원 대표는 초창기 ‘여자가 배포도 크다’, ‘금수저가 아니냐’는 등의 우려와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20년 온실을 완공해 연구자이자 경영자로서 최적의 딸기 생육환경을 찾아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행잉거터

행잉거터로 생산량 업
딸기만 재배하는 스마트베리팜은 딸기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유리온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딸기가 재배되고 있는 온실 대다수가 스마트팜 초창기 작목인 토마토나 파프리카를 위해 만들어진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베리팜은 오직 딸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온실이라는 것이 서 대표의 자부심이다.

스마트베리팜은 투명유리가 아닌 반투명의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져 자외선으로 인한 고온현상, 바람 등 외부환경 변수를 줄이고 밖에서 농장을 볼 수 없게 해 내부의 보안을 높였으며 온실 내부환경 제어가 보다 용이하도록 복층으로 설계했다.
자동 양액공급기, 보온커튼, 난방 파이프 등 타 스마트팜에도 설치된 설비는 각설하고 스마트베리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정에 달린 딸기거터다.

“거터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고 해서 ‘행잉거터’라고 해요. 높낮이 조절로 각 거터의 높이를 다르게 설정해 같은 단위면적 안에 더 많은 딸기를 채워 넣을 수 있죠. 스마트베리팜은 실제 3000평이지만, 행잉거터로 5000평 규모의 생산량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행잉거터는 현재 네덜란드에서 사용되고 있는 시스템으로 스마트베리팜의 거터폭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좁을 것이라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팜보다 스마트하게 ‘열공’
서 대표의 스마트베리팜이 선진적이고 전문적인 것은 오랜 시간 농업에 종사해온 그의 이력 덕이다. 직접 영농현장에 뛰어든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농업에 꿈을 안고 대학에서 원예생명학을 전공해 한국온실작물연구소에서 4년간 시설재배에 대한 연구를 해 온 그다. 학부 때부터 다른 작목보다 딸기가 잘 맞았다는 서 대표는 졸업 후에도 딸기 조직배양법, 재배법 등을 연구하고 전남도내 딸기육묘 보급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 스마트베리팜의 양액기

그러나 농업전문가에게도 어려운 게 스마트팜이었다. 농장이 똑똑한 만큼 농장을 컨트롤하는 농장주 또한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흔히 알려진 것과 같이 온도, 습도 등의 설정값을 입력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농장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해 환경을 예측하고 결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 서 대표의 말이다.
서 대표는 농장의 시스템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환경제어를 복합적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딸기온실 스마트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스마트팜이라고 해서 알아서 척척 바뀌는 농장이 아니에요. 변수가 나타났을 때 농장주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가 중요해요. 온도와 습도, 광도, 이산화탄소 간의 상관관계를 모두 복합적으로 인식하고, 온도가 높고 습도는 낮을 땐 커튼을 치고…, 천창을 조금 여는 등 수백 만 가지의 데이터를 쌓아 가면서 예측하고 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건 농장주의 몫이죠.”

연구와 현장은 다르더라
연구자의 자세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딸기에 적합한 온실환경을 찾아가는 서 대표이지만 이제 직원을 8명 둔 기업의 대표이기도 하기에 마냥 수치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실제 딸기 생산량을 늘리고 적정 가격을 책정해 수익을 내는 것 또한 서 대표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 목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실제 농장을 운영하면서 큰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일단 온실이 완공되자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나타났어요. 모든 농가가 힘들 때였고 저희 역시 당시엔 완공에 의의를 뒀죠. 그런데 올해에도 지난해 수해 여파가 이어져 생산량이 기대만큼 나오진 않을 것 같아요.”
지난해 여름엔 인근 농수로의 물이 범람하면서 온실 침수피해를 입었다. 물이 무릎까지 찼고 스마트팜 시설이 셧다운 됐다. 복구작업은 한 달 가까이 이뤄졌고, 육묘장은 거의 폐사수준이라 모종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단다.
“요즘엔 또 인력난 문제로 머리가 아파요. 영농현장에는 온도와 습도 말고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는 걸 온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 장흥 문정화 농부

▲ 지상파 방송작가 생활을 접고 귀농해 카네이션 농사를 짓고 있는 문정화씨

방송작가 접고 귀농한
초보농부…스마트팜 큰 도움

온실과 같이 큰 규모의 복잡다단한 스마트팜이 아니더라도 소형 하우스에 최소한의 장비만을 저렴한 가격으로 설치하는 단동하우스 보급형 스마트팜은 농민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모든 것이 어렵고 버거울 귀농 2년 차 초보농부 문정화씨는 아버지가 쓰던 하우스에 단동하우스 스마트팜 기기를 설치해 한시름 놓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화훼농가에서는 계절별 환경조절 방법, 환기나 난방을 이용한 온도와 습도관리, 양액재배 시엔 꽃대의 길이 조절과 꽃색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한 양액관리 스마트팜 기능이 많이 쓰인다. 문 씨의 경우는 환경관리 시스템만을 사용하고 있다.
“햇빛이나 바람으로 인해 변하는 하우스 내부의 온도, 습도 값에 따라 자동으로 환기창이 여닫혀요. 하우스에 없을 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작물이 걱정이 된다면 원격으로 환경을 제어할 수 있고요. 물 주는 것도 양까지 정확하게 조절하긴 어렵지만 원격으로 가능하죠.”

▲ 단동하우스 보급형 스마트팜으로 하우스시설 내 환경을 제어하는 문정화씨.

귀농결심 순간, 스마트팜 교육부터
방송작가 생활을 하다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귀농을 해 라넌큘러스와 카네이션 등 꽃농사를 큰 어려움 없이 짓고 있는 데에는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이 한몫하고 있다고 말하는 문 씨. 그는 ‘한국인의 밥상’, ‘피디수첩’ 등 공중파 TV프로그램 작가였다. 그러나 보람보다 서울살이의 피로감이 더 커져가는 순간 귀농을 결심했다고.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가 많았아요. 몸은 편한데 급박한 환경 때문에 일을 하는 동안 압박감과 부담감이 계속 밀려왔죠. 고향으로 돌아온 뒤, 농사는 아직 조금 어렵지만 마음은 한결 편안합니다.”
지친 와중에 고향에 잠시 내려와 아버지를 돕다 큰 망설임 없이 귀농을 결심한 문 씨는 그 길로 스마트팜 청년보육사업부터 신청했다. 현재 농촌의 가장 큰 문제인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케 하는 건 결국 스마트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농업도 자동화, 디지털화를 피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문 씨는 아직 작물을 직접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기능은 선뜻 망설여진다고 한다. 화훼 스마트팜은 토마토나 타 작물에 비해 관련 자료가 아직 적어 리스크를 덜컥 감수하기 겁난다는 것이다. 토경재배를 하고 있는 문 씨는 장흥의 한 임대농장에서 양액베드재배부터 차근차근 몸소 시험 중이다.

“농장이 자동화가 된다고 해서 작물이 저절로 관리되는 건 아닐 테니까요. 카네이션 최적의 생육조건을 찾기 위해 공부부터 하려고요.”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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