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이인순 영덕군연합회장

매년 4월이면 경북 영덕은 분홍빛 복사꽃 세상이 된다. 과거 큰 태풍피해로 폐허가 된 영덕의 메마른 땅을 살린 복숭아는 소득 뿐 아니라 연간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찾아오게 하는 중요한 존재다. 그처럼 지역의 대표적 여성농업인단체인 생활개선회를 올해부터 이끌게 된 이인순 회장은 지역 곳곳을 꽃피우겠다는 다짐을 갖고 뛸 계획이다.

▲ 이인순 회장은 재봉틀로 다양한 소품을 만들던 실력으로 작년에 마스크 만들기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자식들 건사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해
전대미문 위기에서도 여성농업인의 저력 발휘

쓰리잡 이 회장
이인순 회장의 첫 인상은 씩씩하다는 것이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는 게 농촌생활이지만 이 회장은 특유의 씩씩함으로 세가지일을 거뜬히 해내는 쓰리잡족이다. 오래 전부터 군립 어린이집 차량 운전을 하고 있던 이 회장은 주말엔 아이돌보미 일까지 하고 있다. 원래부터 아이를 좋아했었기에 쉬는 날은 없지만 힘든 줄도 모르는 이 회장이다. 그리고 배봉지 씌우는 일을 아르바이트로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부터다. 복숭아밭 2000평과 논 2000평을 남편과 둘이서 햇지만 혼자선 도저히 힘에 부쳐 결국 휴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좌절할 순 없는 노릇.

“농촌은 부지런하기만 하면 도시살이 부럽지 않아요.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일을 시작한 덕분에 자식 넷을 건사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다 장성했고 큰딸부터 영덕으로 다 모여 사는 게 제 꿈이에요. 우리집부터 인구유출을 막아야 해요(웃음).”

그의 부지런함과 열정은 자식에게도 이어졌다. 큰딸은 과메기덕장을 시부모님,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모습이 KBS 인간극장에 나올 정도로 씩씩하게 삶을 일구고 있다.

영덕은 관광객 천만 명을 넘어 2천만 명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곳곳에 관광자원이 즐비하다. 그래서 농업뿐 아니라 소득을 올릴 곳이 많고 외지인들이 정착하기에 좋다는 게 이 회장의 자신감이다.

“고래불해수욕장부터 예닐곱개 해수욕장에다 전국 최고 해안길과 풍력발전단지, 좋은 캠핑장도 많아서 꼭 농사를 안 지어도 먹고 살 게 많은 곳이 영덕이에요.”

코로나발 어려움 컸지만…
코로나발 위기는 생활개선회 활동에도 큰 지장을 줬다. 대면활동 자체를 할 수 없었던 탓이다. 신임회장인 이인순 회장 입장에선 지난해 하지 못했던 것 이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얼마 전 임원들만 모아서 올해 계획안을 짰어요. 부채춤과 아랑장구를 우선 배우고 싶고, 재봉틀로 다양한 생활소품을 만드는 양재반도 만들었어요. 작년엔 한번 쓰고 버리는 현수막을 활용해서 농작업 앞치마를 만들어서 다 기부했어요. 그때 만든 앞치마만 몇백개나 돼요. 농업기술센터에 있는 재봉틀이 20개가 채 안 되는데 집에 있는 걸 가져와서 만들 정도로 회원들 의지가 대단했어요.”

올해는 양재반의 회원들과 농작업 앞치마와 옷과 파자마, 하물며 티슈케이스까지 만들 생각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 회장이다.

그래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통해 생활개선회라는 조직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기도 했다. 마스크 한 장 구하기 어려웠을 때 재봉틀로 다양한 것들을 만든 실력을 발휘해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던 영덕군연합회.

“어려울수록 저력을 발휘하는 게 바로 여성이고 생활개선회인 것 같아요. 올해도 쉽지 않겠지만 작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해나간다면 또 좋아지지 않겠어요. 모두들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들 땐 영덕으로 오셔서 맑은 공기, 좋은 풍경 보시면서 힐링하는 것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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