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획 릴레이 인터뷰···여성농업인단체장에게 듣는다(3)-(사)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이숙원 회장

▲ 이숙원 회장은 수도작을 하며 인력 부족과 고령화된 농촌을 위해 못자리뱅크를 운영해 육모와 파종 위탁사업을 하고 있다. 한여농 활동은 31년으로 올해 3월2일 새농민상을 부부가 받았다.
뭉치면 힘이 되듯, 여성농업인 권익과 지위향상을 위해 여성농업인단체들의 역할은 컸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와 여성농업인 복지바우처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들도 여성농업인단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농업인들은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며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농촌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꾸고, 우리의 토종종자와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이어나가는 동시에, 농촌 돌봄의 사각지대를 보살피는 등 다중한 책무를 맡으며 농촌과 농업의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
디지털 온라인 세상으로의 급진적 변화가 이뤄지는 요즘 여성농업인의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또 여성농업인단체들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여성농업인단체장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세 번째로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이숙원 신임 회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이 농촌여성정책의 구심점

지자체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로 여성정책 뻗어나가야

 

- 디지털시대를 맞아 단체는 어떤 역할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기후변화 등으로 예상치 않은 농작물 재해가 극심하고 고령화로 농업농촌을 유지가 힘든 시대다.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도 늘리지 못해 식량안보마저 위협받고 있다. 젊은 후계농의 육성은 필요하고 스마트팜 교육을 확대해 그들이 농업농촌을 유지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한여농 회원들은 청년보단 이해가 늦더라고 디지털 교육을 원하고 있다. 농촌은 도시보다 디지털 환경이 취약하고 스스로 노력해서 디지털 시대를 헤쳐 나가기엔 무리가 있다. 정부와 지역의 농협에서 주도적으로 여성농업인의 디지털교육을 주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성농업인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 주었으면 한다.

 

-여성농업인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은?

여성농업인들이 건강해야 올바른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작금의 농촌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고 외국인근로자가 농업을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도 여성농업인들의 농업에 있어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반복적 작업을 해온 여성농업인들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하우스병도 직업병으로 갖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깨 팔다리 손마디 등이 마비될 정도로 고통 받고 있다. 수정과 적화 등을 할 때는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다. 아무리 기계화 농업시대라 하지만 사람의 손이 필요한 작업들이 있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등 의료 분야 지원이 절실하다. 여성농업인 예산 중에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많았으면 한다. 밭고랑에 앉아 일하는 여성농업인들은 몸이 성한 데가 없고 삭신이 망가진 상태다.

여성농업인들은 몸을 아끼고 조심해야 하며 올바른 영양섭취도 중요하다. 여성농업인 특화병원도 있었으면 한다. 여성농업인 자신을 위한 건강과 영양교육이 필요하고 그래야 생명농업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여성농업인 정책 중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은?

여성농업인 바우처는 충북도연합회 회장을 맡았을 때 이룬 성과로  현재 금액도 인상됐고 전국적으로 확산돼 무척 뿌듯하다. 여성농업인이 미용실도 가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강한 햇볕을 막아주는 선크림도 살 수 있어 요긴하게 사용된다. 한 가지 의료 부분에 사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만성 근육통에 시달리는 여성농업인들이 가까운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데도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상비약도 여성농업인 카드로 구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단체의 역할과 노력, 성과는?

4-H 활동으로 젊음을 불태웠고, 후계자 부인 활동을 하다 한여농의 창립당시부터 줄곧 활동해 왔다. 친정아버지께서 봉사와 단체 활동을 해야 한다며 무슨 교육이든 가보라고 권유하셨고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학습을 권하셨다.

결혼 이후엔 한농연 활동을 하는 남편과 같이 전국대회에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참여하며 재미있게 활동했다. 가족과 남편의 도움으로 맘 편히 한여농 활동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7만여 한여농 회원들이 응집력을 키워온 것을 자랑하고 싶다. 회원들의 역량강화 활동과 전국대회를 통해 여성농업인의 자긍심을 높이며 당당히 여성농업인을 농업의 주체로 인식시키기 위해 활동해 왔다. 코로나 환경이지만 올해 전국대회를 중앙에서 단독 개최하며 단합을 꾀할 계획이다.

 

- 여성농업인의 권익 신장과 지위 향상을 위한 방안은?

농식품부에 농촌여성정책팀이 생기면서 농촌여성정책의 구심점이 생겼다. 다만 각 지자체에도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를 설치해 여성농업인의 권익과 지위향상 정책들이 뻗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은 많지만 예산이 분산돼 있어 피부에 와 닿는 정책에 대한 집중도 필요하다. 여성농업인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의 작업과 생활환경에 맞는 교육과 환경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선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 편리한 농사뿐 아니라 상속과 회계교육 등 경제교육도 농촌의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이런 교육들의 기회가 좀 더 제공됐으면 한다.

보조자의 역할에 머물렀던 여성농업인들이 공동경영주로 등록하며 당당히 경영주가 됐다. 단순히 서류상의 경영주에 머물지 않고 실제적으로 여성농업인에게 돌아오는 금리인하 등의 혜택이 있었으면 한다.

또 농촌에는 결혼이민여성 외에는 출산할 수 있는 젊은 여성들을 찾기가 힘들다. 출산장려제도 등에도 농촌 지역엔 인센티브가 있었으면 한다.

현재 농협 여성조합원 30% 이상일 때 여성임원 1명 이상의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성조합원 20% 이상으로 낮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 여성조합원을 대변하고 여성 참여 기회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여성들 역시 지역농협에 대해 공부하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강외면 지역농협에서 활동할 때 출자금을 회비에서 충당해 여성농업인 모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적이 있다.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

여러 여성농업인단체가 있지만 여성농업인들의 권익향상과 농업농촌에 이바지 한다는 목표는 같다. 단체가 함께 여성농업인 관련 사안에 있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공동 대처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함께 힘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고 정책을 발의할 때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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