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음력 설날은 추석과 함께 나라사람 모두의 최대 명절이다. 돌아가신 조상님과 살아 있는 가족을 이어 주고, 살아 있는 가족에게는 서로의 소중함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행복을 맛보게 해주는 날이다. 이렇게 좋은 날에는 서로 덕담을 나누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며 가족 전체의 에너지를 증폭시켜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날을 지나면서 오히려 가정불화가 싹트는 일이 있으니 살펴 조심할 일이다.
명절 상차리기를 비롯해 명절을 잘 보내기 위해 역(逆)으로 겪는 여인네들의 명절증후군이 있다. 이는 기존의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대충 알고 있는 바이다. 없는 살림이지만 나름대로 구색을 갖춰 제대로 차려야 한다는 중압감, 온갖 뒤치다꺼리의 힘듬과 번거로움은 기본이다.


억울한 것은 큰며느리로서 시부모님 모시고 온갖 궂은 일 다하며 고향을 지키며 지내왔으나 명절에 오랜만에 온 작은 동서들이 시부모님께 용돈 드리며 온갖 아양(?)을 떨 때 시어머니는 “그래, 니가 최고다” 하시며 평소 큰 며느리에 대한 서운함을 은근 슬쩍 내비치는 소리를 무심코 밖에서 엿 들을 때다. 억장 무너지는 억울함과 모멸감, 남편과의 크고 작은 갈등 등 명절증후군의 현상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오늘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에 관해 아내와 남편간의 입장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에 포커스를 맞춰보고자 한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가정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보통은 평소에도 조금씩 드리다가 명절이나 생신 같은 날을 기해 그 액수도 올려 마음먹고 드리게 된다. 이 때 효도를 앞세우며 가정형편을 생각지 않는 남편의 극성이나 일방적인 행동은 아내를 화나게 한다. 효도가 시집식구들을 즐겁게 하고 새색시만을 비탄에 빠트린다면, 효도하는 덕목을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이것은 진정한 효도가 아니다. 효도라는 행위는 옹졸하거나 편협한 것이 아니다. 효도가 지향하는 바는 매우 높고 아주 넓은 것이다. 효도의 이름으로 아내를 울려서는 안 된다.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는 일은 비록 그것이 적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아내의 살림 주권행사에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와 상의를 해야 한다.


남편이 아내를 제쳐두고 부모에 다가서면 부모나 동기, 친척들에게는 효자라는 칭송이 자자 해진다. 이는 아내의 살림살이의 의욕을 꺾어놓을 뿐만 아니라 가정경제 질서를 흩뜨릴 수 있다.
아내가 이런 행위를 못마땅해 하고 방해한다는 사실을 시댁에서 모를 리가 없다. 며느리의 행위가 좀 심하다 싶으면 남편과 시집식구들은 한통속이 되어 며느리를 독부나 악녀로 만들어 놓는다.
이런 비극은 남편에게 그 책임이 있다. 몰래 하거나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부부가 서로 상의해서 형편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 현명한 남편은 우선 장인 장모어른과 처갓집에 대한 배려부터 먼저 언급한다. 돈이 어디 있느냐 하면서도 아내는 마음속으로 고마워한다. 양쪽집 어른께 용돈을 드릴 때에도 서로 바꾸어 드리는 게 좋다. 시부모님께는 며느리가 드리고 장인장모께는 사위가 드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상의가 서로 원만히 이루어지자면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을 평소에 쌓아 놓아야 한다. 가정의 대소사는 부부가 서로 편한 대화로 상의해서 처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만 가정이 평화로워지고 부부금슬이 도타와 진다.
가정사는 정말로 서로 서로 상대편의 입장에 서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지혜롭게 풀어 나가는 노력을 의도적으로라도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