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77)

# -나이 12세 (2009년 6월23일생)… 크기-가로 154mm×세로 68mm·종이 종류(재질)-목화섬유·앞면-신사임당 초상·뒷면-어몽룡 <월매도>, 이정<풍죽도>·시중에 풀려나간 총금액-121조8000억 원(2009년 6월 이후 235조 원 발행) 유통 중. 환수되고 있지 않음.

-[국민 건강상의 위험 경고] 미국 뉴욕대가 지난해(2020년) 4월,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수집한 1달러짜리 지폐 80장에 묻어 있는 세균을 DNA 전수검사를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곰팡이, 꽃가루, 위염·폐렴·포도상구균, 식중독 유발세균, 탄저균 유발세균, 코뿔소·개·말 DNA 등 3000여 개의 유발세균 발견.
역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게 돈’이란 말이 그대로 입증됐음. 우리의 지폐 5만 원권도 예외없이 취급주의를 요함.

# ‘5만 원권 지급 불가’- 요즘 은행 창구나 현금 입출금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안내문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화폐를 찍어 그 돈을 시중은행에 보내고, 은행은 이를 기업과 가계에 대출과 예금지급의 형태로 다시 전달하는 것이 돈의 순환원리다.
그런데 시중에 꽤 많은 양의 돈이 풀려서 문제가 없었던 5만 원권이 올해 들어 갑자기 줄어들면서 환수율이 떨어졌다. 이유가 뭘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결제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신용카드와 스마트폰 전자결제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인데, 5만 원권이 모자라 지급 불가라…?
그래서, 흔히 국가 사회가 불안해지면 생활필수품을 사재기하고, 금을 사 모으는 것처럼 코로나 이후 현금 5만 원권을 확보해 집에 박아둔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과거 우리 사회의 이러저러한 대형 사건 때마다 수사를 통해 검은 뭉칫돈들이 집안의 은밀한 장소에서, 혹은 마당가 마늘밭 땅속에서 비닐봉지에 싸인 채로 무더기 무더기 발견됐던 사례를 우리는 봐왔다.

게다가 은행 금리가 턱없이 낮아져 현금을 굳이 은행에 넣어 둘 이유도 없어졌다.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검은 돈들도 현금 유통을 피하게 된 주요인의 하나로 작동한다. 세금폭탄이 예견되는 상속세·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도 5만 원권 뭉칫돈을 집안 금고에 쌓아놓고, 현금을 많이 쓰던 음식·숙박업, 결혼식·장례식장도 상거래 활동 축소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5만 원권의 유통과 순환을 더디게 했을 개연성도 높다.

그래도, ‘돌고 돌아서 돈’이란 말처럼 돌지 않고 금고에서, 혹은 땅속에서 잠자고 있는 한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돈에도 주어진 수명이 있다. 발행 시점부터 쓰레기로 폐기할 때까지다. 5만 원권은 174개월, 즉 14년 6개월이고, 1000원권과 5000원권의 수명은 60개월(5년), 1만 원권은 130개월, 즉 10년 10개월이다. 이에 따르면 자주 사용할 일이 줄어든 5만 원권의 수명은 측정결과 12개월, 즉 1년 늘어났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돈은 돌지 않으면 썩는다.
‘그 많은 신사임당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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