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가입은 농업인과 똑같은 조건... 주거환경 개선은 이행 기간 둔다

▲ 여주의 한 화훼농가는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 가족같이 몇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농장주는 하우스에 조립식패널로 지은 숙소라 건축법상으론 불법이지만 외국인근로자가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다며 서로 존중하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환경조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근로자의 인권과 주거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며, 정부는 부랴부랴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올해 1월1일부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를 불허한다고 했지만, 현장 농업인들의 반발이 거셌다.(본지 3월1일자 기사내용 참조)

이에 정부는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담은 외국인근로자 근로여건 개선책을 지난 3일 새로 발표했다.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고용허가 불허 조치에 사업주의 숙소 개선계획 등을 전제로 6개월간의 이행 기간을 부여했고, 앞으로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입국 즉시 건강보험 가입과 건강보험료로 최대 50% 까지 경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외국인근로자 건강보험,
농업인과 동일하게 지원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에 종사해 대부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적용되나,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농축산·어업의 경우의 외국인근로자는 입국 후 6개월이 지난 후에 지역가입자로 가입돼 의료접근권이 제약이 있었다. 이는 건강보험법의 외국인 등에 대한 특례조치에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의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입국 후 즉시 지역가입을 적용하고, 외국인근로자도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22%) 대상 당연가입으로 포함시켰다.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사업(28%)을 통한 보험료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확보해나갈 계획이어서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전체 보험료의 50%의 혜택이 농업인과 동일하게 주어진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근로자 고용이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종종 건강보험까지 고용주인 농업인에게 부담을 요구시키는 일이 있었던지라 일단 농업인들은 반기는 입장이다.

이천 화훼농가의 이 모씨는 “외국인근로자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건강보험까지 고용주가 부담해달라는 외국인근로자의 요구가 있었는데 정부가 숨통을 터줘 고용주나 외국인근로자 모두를 위한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
6~12개월 이행 기간 두지만...

정부는 타 산업군의 외국인근로자 숙소 환경개선에는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농축산·어업 사업장의 경우는 지난 1월1일부터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 불법 가설 건축물(농지 위 설치 등)에 대한 고용허가를 불허해 농업인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고용허가 불허 조치가 유예기간 없이 시행됨에 따라 일부 농·어가에서 외국인근로자 숙소를 개선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부족하단 의견이었고, 타산업군과의 차별도 문제였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기존 계약기간 연장에 해당하는 재고용 허가에 대해서만 사업주의 숙소 개선계획과 외국인근로자의 기존 숙소 이용과 재고용 동의를 전제로 6개월간의 이행 기간을 3월2일부터 9월1일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또 숙소를 신축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1년간의 이행 기간을 내년 3월1일까지 주기로 했다. 외국인근로자 숙소 개선이 이행 기간 내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재고용 허가는 취소하고,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외국인근로자 주거문제 핵심은
‘농지의 타용도 일시 사용허가’

하지만 현장 농업인들은 정작 핵심은 피해간 정책 보완이란 목소리가 많다. 외국인근로자 주거 문제의 핵심은 농지에 설치된 불법가설물(비닐하우스 내 조립식패널과 컨테이너 등)에 대한 허용이기 때문이다.

현장과 가까이 숙소가 있어야 하고, 별도로 숙소를 대지에 짓거나 임대할 능력이 여의치 않은 농업인들에겐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주어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농지법에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 사용허가 대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외국인근로자 시설하우스 내 숙소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농업인들 요구의 핵심사항이다. 외국인근로자가 아니면 농사가 힘든 농촌 현실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안전한 숙소 문제 해결과 농업인들의 영농지속을 위한 지원, 모두를 위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 확대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도 확대하는 처우개선책을 내놓았다. 외국인근로자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최초 고용 허가된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또는 계약 만료 시 총 5년의 취업활동 기간 동안 5회 이내의 범위에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며, 휴·폐업,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경우에는 횟수에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가 폭넓게 인정되지 않아 부당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변경이 제한돼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장 변경 횟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를 확대한다.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에 새로 포함되는 사항은 ▴숙소 용도가 아닌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한 경우와 농한기 및 금어기에 권고 퇴사한 경우▴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외국인근로자가 3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를 추가했다.

임금체불 인정 기준도 월 임금의 30% 이상의 금액을 2회 이상, 월 임금의 10% 이상의 금액을 4회 이상 체불한 경우 등으로 명확히 했다.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인 출국만기보험, 임금체불보증보험과 사회보험에 미가입한 때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포함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근로자는 우리 농·어촌과 산업현장에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들의 기본적인 근로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사업주도 함께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물론 날로 악화되는 인력문제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처한 농업인들은 “외국근로자들의 근로여건 개선만큼 어려운 농업의 현실을 바로 알고 균형 있는 정책을 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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