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한 두 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본지 칼럼니스트

 

2009년 새해가 밝았지만, 경제 회생의 빛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길고 어두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세계 경제가 불황이니 수출도 감소하고 해외자본도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다 보니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치솟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달성하기도 어렵다고 하니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와 고용을 하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중년층들은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해 있다.

 

위기마다 효자 노릇하는 농업
경제가 어렵다 보니 농업, 농촌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다 보니 값싼 수입산 농산물을 더 찾게 될 것이다. 농업인들이 피땀 흘려 정성스럽게 생산한 고품질 우리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감소될 것이며, 값도 떨어질 것이다. 낙담한 농업인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경기침체로 국산 농산물은 수요가 감소된다 하더라도, 농산물의 소비감소는 공산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농산물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으로 육류 등 값비싼 고급농산물의 수요는 감소하는 대신 쌀과 채소, 장류를 중심으로 한 전통식생활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작년 쌀농사가 대풍인 것은 하늘이 도운 것이다. IMF때처럼 위기를 극복하는데 농업이 효자역할을 할 것이다.
쌀, 콩, 채소를 중심으로 한 전통식생활을 수요가 늘어날 올해 농업인들은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는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에 익숙해 진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입맛을 우리의 식단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업계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는 식품안전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전국 확산으로 가금류 800만 마리 이상이 매몰처리된 것을 비롯해 살처분 보상금, 닭과 오리 수매자금 등으로 막대한 재정이 낭비되었다. 작년 4월엔 미국과 쇠고기 협상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로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결정했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5개월 만에 퇴진하였다. 지난 가을 중국에서 우유에 멜라민을 첨가한 제품을 장기 복용한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과자와 각종 식품에서 멜라민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식품안전을 중요해지고 경기침체로 전통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을 쌀을 중심으로 한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농업인들은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값싸게 공급하는데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경제위기를 극복하려고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지원, 4대강 정비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공공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눈앞에 위기를 헤쳐 나가기 급급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경제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직업교육, 식생활교육, 최신 영농기술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전통식생활 교육과 더불어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한 올바른 교육은 국내 농산물에 대한 장기적 수요를 증가시켜 국내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도시민 농촌유입 대비를…
경제가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귀농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 도시민의 농촌 유입을 돕기 위해서 각종 농촌체험마을과 귀농마을을 조성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귀농대책과 더불어 은퇴 도시민들의 거주공간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정부 혼자만의 힘으론 어려움이 있다. 일사일촌 운동 등 다양한 도농교류활동을 통하여 민관이 공동으로 돌아오는 농촌, 살맛나는 농촌을 조성해야 할 때다.   
2009년은 소띠 해다. 소는 농업, 농촌의 상징이며 오랫동안 쌀농사와 함께 해왔다. 도시민과 농업인 모두 소처럼 힘차게 정진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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