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66)

# 우리나라의 저명한 생태학자인 최재천(崔在天·67)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우리나라를 ‘기후 바보’라고 불렀다.
우리 정부의 미적지근한 기후변화 대응을 에둘러 비꼰 것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웬만한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선언했는데, 우리는 ‘그린 뉴딜’을 거창하게 벌이면서도 그걸 담지 못했다. 정말 이제야말로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저 두려운 수준이라면, 기후변화 위기는 나를 포함한 전 인류를 멸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기후행동추적(CAT)’이란 국제단체는 이미 2016년 11월, 한국·사우디아라비아·호주·뉴질랜드를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분류하기도 했다.

# 실제로 한반도는 기후변화 영향을 어느 정도 받고 있을까. 또 앞으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기상청과 환경부가 지난 7월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880년부터 2012년까지 132년간 전 지구의 지표면 평균온도가 0.85℃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912년 관측 이후 2017 까지 105년 동안 1.8℃나 상승했다.
전 지구 지표면 상승 평균온도보다 더 짧은 기간동안에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여름 열흘새 대형급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한 것도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이었다.

# 문제는 이와같은 급격한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생태계와 종·재배작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있다. 앞으로 70년 후(2090년) 봄에는 벚꽃의 개화시기가 지금보다 11.2일 빨라진다.
우리의 주작물인 벼의 생산성은 지금보다 25% 감소하고, 사과 재배는 온난화로 적지가 사라져 아예 한반도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감귤은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그때 가면 강원도가 지금의 제주도 기온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고랭지 채소’란 말은 이제 한반도에서는 영원히 사라진다. 절기(節氣)도 맞지 않는다. 이제껏 24절기에 의존하던 이른바 ‘관행농법’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뒤늦게 ‘2050 탄소 중립’을 처음으로 선언했다.
‘탄소 중립(net zero)’이란 일단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도로 줄인 다음, 그래도 배출된 부분을 산림조성, 탄소 저장 등으로 상쇄시켜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 재원 없이 구호 만으로 탄소 중립이 되는 게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가장 큰 ‘원전’을 없애겠다(‘탈원전’)면서 국제사회 여론에 떠밀리듯 탄소 중립을 하겠다는 얘기가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다소 허망한 얘기일 수는 있어도, 우리 모두가 다같이 ‘꼭’ 가야 할 길 이니… ‘강 건너 불’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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