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산책

 

과거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나약하고 수동적인 인물을 자초해 왔다. 특히 사극 속 여성은 남성의 혈통을 이어주는 보조자로 머물거나 기껏해야 음모와 계략을 꾸미는 내전(內殿)의 정략가로만 그려진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방영된 KBS 1TV ‘천추태후’에서의 모습은 기존의 사극 속 여성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고 방대하다. 그녀는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 직접 전장을 누비며 대립되는 정치의 현장에도 선두에 서서 싸우는 여걸이다. 
치열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세상의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고려의 여걸 천추태후가 다시 돌아왔다.


천추태후, 여성의 힘 구현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천추태후’는 여성 영웅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이는 천추태후를 통해 현모양처가 아닌 진취적인 여성상을 나타내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척한 여성을 표현 할 것이다. 극 중 천추태후는 “모두 들어라! 나는 선왕의 비이며, 현왕의 누이인 순덕 공주이다. 내손에 죽겠느냐, 아니면 고려를 위해 적들과 싸우다 죽겠느냐, 선택은 네 놈 몫이다.”라며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우렁찬 목소리로 여성의 강한 면모와 진취적 여성임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유교에 심취했던 성종이 유교 이념을 받아들이면서 사대관계를 맺은 송나라와만 외교해 결국 993년 고려는 거란의 1차 침입을 받는다.
하지만 천추태후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명분보다는 실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해 송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 당시 신흥강국으로 떠오르던 거란과 외교관계를 시작해 북방을 안정시키고자 한다.


천추태후의 현실적 실리 외교는 효과를 발휘해, 태후의 섭정기간 동안 단 한 번의 외세침략이 없는 시대를 맞이한다. 997년 성종이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나고 천추태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추태후는 성종 때 외면당했던 고려의 전통을 부활시키며 태조 왕건의 대고구려주의를 계승, 북진정책의 전초지였던 서경(평양)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친다.
천추태후는 왕실의 공주로 태어났지만, 처음부터 지도자로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강한 의지로 흩어져 사는 고구려인, 발해인, 신라인을 아우르는 대제국 고려를 꿈꾼 천하의 여장부였다.

 

사랑과 야망의 화신 천추태후
스스로의 이상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위해 깨어지고 부딪히며 성장해 간 천추태후. 하지만 강인하고 야망 넘치는 그녀도 사랑 앞에선 나약한 여자였다. 그는 경종이 죽은 후 외가 친척인 김치양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당시 천추태후는 김치양을 만나 정을 나누었고 이것이 알려져 궁궐에 분란을 일으키자 왕후의 오빠 성종은 김치양을 귀양 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섭정을 시작한 천추태후는 김치양을 다시 불러 막대한 권력을 주었다.


결국 강조의 변이 일어나 김치양은 목숨을 잃었고, 태후는 유배를 갔으며 목종은 폐위되어 유폐지로 향하는 도중 강조의 부하들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 후 태후는 유배에서 풀려나 황주로 내려갔으며 현종 20년 정월에 왕궁으로 돌아와 66세를 일기로 숭덕궁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번 드라마는 미지의 세계인 고려시대를 표현하고 그 중심에 강인하고 능동적인 여성 ‘천추태후’를 그릴 계획이다. 그녀는 과연 불륜과 권력욕의 화신인가, 자주고려를 세우고자한 희대의 여걸인가? 어떤 의미에서든 분명한건 그녀는 반드시 현대여성의 귀감이 될 것이며, 쓰러져 가는 현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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