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박성민 연구사

가축 생체정보 빅데이터로 ‘스마트 원격 기술’ 지원
ICT 융복합 인공지능으로 가축관리 시스템 기반 구축

▲ 박성민 연구사

“우리 축산업은 외국산 장비의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가축의 생체정보 등 자체기술력 확보는 국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의 기초·기반 기술은 크게 열악했습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설계부터 건강 예측 알고리즘 개발까지 전 영역에서의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지요.

7~8년여 전 연구개발 업무에 들어갔을 때 생체정보 관련 센서를 개발하게 됐는데, 잦은 체외 탈락이 되는 바람에 힘들었지요. 수차례 실패를 반복하면서 센서가 가축의 위내에 안착되도록 무게, 부피, 밀도, 무게 중심의 최적 조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의 즐거움이 시작된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박성민 연구사(37)는 국내 축산업에 스마트 원격 기술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가축 생체정보의 빅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석을 놓은 축산과학원 연구자들 중 대표적인 한 명이다.
박 연구사는 ‘한국형 스마트팜 조기 구축’이라는 연구원들 간의 뚜렷한 목표가 맘에 들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처음 하는 것들이었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단다.
시작이 반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에 매달리다보니 조금씩 성과도 나타났다.

박 연구사는 그렇게 7년여 동안 ‘가축의 반추위를 모니터링하는 방법’, ‘가축의 행동과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장치 및 방법’ 등을 개발해 산업재산권 등록을 하는 한편, 기업에 기술이전과 홍보 등 축산업 발전을 위해 전면에서 노력해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다. 특히 농어촌의 인구 고령화 문제는 심각해서 통계청에 따르면 낙농업 종사자 중 60대 이상이 48.6%(2018년 기준)로 5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젖소 사육두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64.1두/호)로 최근 20년간 약 2배가 늘었다.

▲ 소의 위에 체류하는 센서를 먹이고 있는 박성민 연구사

“국내 축산업계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ICT 장비 구입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외 기술 수준의 차이로 외산 장비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상회합니다. 외국 업체는 외산장비를 통해 수집된 우리 가축 고유의 생체정보를 본국으로 회수해 더 나은 기술개발에 활용하지요. 반면에 국내 연구자에게 공유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입니다. 우리 기술 없이는 디지털 데이터도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우리 연구자들에게는 지금도 용기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박 연구사와 동료들은 먼저 ICT 융복합 가축 건강 모니터링 기술 개발을 목표로 했다. 그러면서 가축의 체온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먹이는 캡슐형 센서’를 개발해냈다. 소의 해부학적 특성을 고려해 한번 삽입하면 다시 배출되지 않도록 설계했고, 센서는 가축의 위(胃)내에 머물면서 체온과 활동량 정보 등을 무선으로 전송하는 장비다.

“모니터링 센서는 산업재산권으로 등록해 우선 국유 재산으로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산업체에도 기술이전을 통해 농협 한우 디지털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는 등 국내 축산 현장에 활발히 보급되고 있지요. 소의 심부에서 체온을 정확히 모니터링함으로써 정교한 건강관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발정, 분만 예측 등 올인원 서비스까지 가능한 것이 장점이지요.”

박 연구사와 동료들이 개발한 센서 장비는 외국산 제품이 발정탐지는 우수하지만, 체온 측정 기능이 없거나 있어도 귀의 표면온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외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 등이 제대로 보완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니터링 센서의 가장 큰 효과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우리 가축 고유의 생체정보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농진청은 이 같은 기술들을 기반으로 가축 빅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청 자체에서 생산하는 디지털 데이터뿐만 아니라 농가에서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지요.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는 향후 정부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한 오픈 API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로 필요한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될 것입니다.”

박 연구사가 개발한 가축 생체정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형 원격 가축관리 지원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졌다.
“농가가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가축 질병으로 발생되는 손실액은 줄어들고 번식 간격은 단축되는 등 첨단 질병과 번식 관리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경제성 분석 결과, 낙농가의 경우 농가당 23만4387원/두/년 소득이 증가되고, 사회·경제적으로는 13억9700만 원 가치를 창출하며 농장주에게는 부족한 잠을 제공하고, 바쁜 사양관리로 소원했던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모니터링 센서 개발은 외산 제품의 독단적인 가격 인상 제동은 물론 가축 관리 시스템의 생산, 설치, S/W 개발, 판매,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다양한 경제활성화 기여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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