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봅시다 – 자연요리 연구가 이정란씨

30대 중반에 자가면역질환으로 몸에 이상신호가 온 이정란씨는 지난 6년간 주말농장과 집 안 베란다에 마련한 텃밭에 채소와 허브를 가꾸며 자연식 요리를 연구했다. 그리고 텃밭을 가꾸며 수확하고 조리하는 과정을 그의 책 ‘자연스럽게 먹습니다’에 소박하게 담아냈다. 블로그 ‘이정란의 힐링푸드’를 운영하기도 하는 그녀는 책에서, 블로그에서 옆집 언니처럼 2월 입춘부터 다음해 1월 대한까지 절기별로 자연이 무엇을 내어주는지, 그 식물을 어떻게 키워 거뒀는지, 그걸로 무슨 요리를 할지 조곤조곤 일러준다.

▲ 자연요링 연구가 이정란씨는 손수 가꾼 텃밭채소로 만든 힐링요리를 블로그에 올리며 몸과 마음을 살리는 레시피를 공유한다.


- 왜 늘 텃밭으로 향하는가 

도시에 살면서도 내 손으로 직접 키운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텃밭을 시작했다. 씨앗을 뿌리고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처럼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직접 키운 텃밭 채소들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보람된 일이다. 무엇보다 텃밭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들끓는 감정이나 혹시나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 이런 것들이 텃밭에만 가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 텃밭의 제철재료로 자연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자연식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30대 중반 건강에 이상신호가 나타나면서 부터였다. 질병이 생기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이중에서 개인이 의지를 가지고 바꿀 수 있는 분야는 식습관을 고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리에 대해 공부하게 됐 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식생활 교육 지도사, 마크로비오틱 지도자 과정, 일본 IFCA(국제식약협회)의 마크로비오틱 식생활 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점은 가능한 한 인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연에서 온 그대로의 음식이 우리 몸에 편하게 흡수된다는 사실이었다.


- 책 제목 ‘자연스럽게 먹습니다’가 의미하는 것은?

‘애쓰거나 억지로 꾸미지 않고 순리에 맞다’라는 뜻이 자연스럽다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게 먹는다거나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시대다. 오이, 가지, 토마토 등 수분이 많은 여름 잎채소들은 더운 여름 우리 몸의 열을 식혀주고, 무, 당근, 우엉, 생강, 연근 등 과 같은 뿌리채소들은 추운 겨울동안 우리 몸을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대표적인 식재료다. 이렇듯 제철채소와 과일에는 그 계절의 에너지가 담겨져 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시간에 맞춰 자란 식재료들로 우리 몸을 유지할 때 몸과 마음의 건강과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소개해 주고 싶은 요리법이 있다면

음식을 스스로 해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매사에 자신감이 있다.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건강하고 간단하게 음식을 해먹기에 ‘된장’만한 것이 없다. 된장국은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끓일 수 있을 정도로 조리과정이 간단한데 어떤 음식보다 속을 편안하게 한다. 그 이유는 미생물에 이미 발효 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된장국을 끓일 때는 쌀뜨물에 다시마와 둥굴레를 넣어 끓여준다. 쌀뜨물로 된장국을 끓이는 이유는 맛이 부드러워지고  함께 끓이는 나물의 풋내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쌀뜨물이 부르르 끓어오르면 다시마와 둥굴레는 건져내고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제철 식재료를 넣고 끓여주면 건강하고 간단한 한 끼가 완성된다. 너무 오랜 시간 요리에 시간을 쏟지 말고 자연스럽게 한끼를 완성하자는 것이 내 요리 철학이다. 


- 1년 24절기의 흐름을 따라 책을 써 내려 갔던데

우리나라의 식문화에는 4계절을 24절기로 세분화한 중요한 틀이 있다. 절기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을 가늠할 수 있기에 농경사회 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계절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제철 먹거리를 알아보는 데 24절기는 그래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농촌여성신문 지면을 통해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성장하는 과정과 이를 수확해 요리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각 절기의 특성과 제철 식재료 그리고 제철 요리법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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