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과 섹스(上)

“자, 그러면 조금 서먹한 감정들은 몇 잔의 와인으로 넘기시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시길 바랍니다.” 미혼의 남녀들을 대상으로 최근 늘어나는 와인파티를 진행하는 커플매니저의 주 멘트다. 알려진 대로 술은 최음제인 동시에 성욕을 자극해 사람 사이의 긴장의 벽을 허물고 자신의 숨은 모습을 드러내 마술적인 사교의 힘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술이 지닌 근원적인 문제점은 생각처럼 여러 가지 약속을 결코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량의 샴페인은 경우에 따라 자제심을 느슨하게 하고, 섹스의 즐거움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많은 술을 마실 경우, 오히려 진정제 작용을 함으로써 남성의 발기와 사정능력, 페니스의 둔한 감각과 더불어 대화하는 기술까지 감소시킨다.
실제로 연구자료에 의하면 남자 대학생을 조사한 자료에서 다양한 양의 술을 제공한 후 ‘페닐 플레사이모 그라프: 발기의 속도와 견고함을 측정하는 기구)를 연결시키고 에로틱한 영화를 보여주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 0.025% 이하, 즉 소량의 술을 마셨을 경우에는 실제적으로 발기의 속도가 빨라져 적당한 음주는 성적 각성을 촉진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략 75kg의 남성이 한두 시간 동안 세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실 때의 상태인 혈중농도 0.05% 이상 시에는 발기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이든 남성일수록 과도한 음주는 더더욱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적당한 술은 부드러운 대화와 감정이입, 긴장의 완화, 붕 뜨고 활기찬 기분 때문에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했던 말 또 하기’를 반복하고 밤새 핸드폰 울려댄 후 다음날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라면 좋은 친구나 사랑의 상대이기는 커녕 정신적 폭력자 내지는 기피대상 1호임이 자명하다. 

강경숙 (산부인과전문의·성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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