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창

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6월은 6일 현충일을 기념하며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을 기리는 달이다. 지난 5월 마지막 날 일요일에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다녀왔다. 그 일주일전 주말에는 고교동창 50여명과 함께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가장 가까이 대치하고 있는 태풍전망대를 둘러보고 안내헌병으로부터 6.25 당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흔쾌히 목숨을 내던진 가슴 뭉쿨한 전쟁 무용담을 들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동작동 서울국립현충원은 조국수호를 위해 몸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16만5천위가 안식하고 있는 민족의 성역이다. 현충문과 현충탑에는 6.25때 전사하고 유해를 찾지 못한 10만4천여 장병들의 위패가 모셔있고, 43만여평 경내에는 이승만 초대대통령내외분과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의 묘역을 비롯해 상해임시정부 요인, 애국지사, 국가유공자, 군인, 경찰관, 예비군 등의 영혼들이 신분별로 안장돼 있는 곳이다. 이곳은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굽어보고 있는 국내 최고의 명당(明堂)이다.

중고교 학창시절에 단체로 들러 참배하고 주변청소도 했던 기억이 나며, 직장생활 때에는 간부직원들이 현충일에 직장행사의 일환으로 현충탑 묵념만 하고 돌아오곤 했었다.
이번에는 본 칼럼에 의미를 더하고자 마음먹고 찾아가 영령들의 천상안식을 위해 기도하며 다리가 아플 정도로 경내를 돌아다녀 보았다. 서울 도심에 이렇게 숲이 우거져 맑은 공기와 약수를 접할 수 있고 나라사랑과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영혼을 맑게 하는 뛰어난 무료자연공원이 있음에 절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동작역 3, 4번 출구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자연공원에 이날 오후 참배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현충일 당일 많은 참배객이 몰리겠지만 현충일을 일주일 앞둔 공휴일에 경내를 두어 시간 도는 동안 묘소 앞에 모여 있는 얼마간의 가족들 외에 일반 참배객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정부당국은 시민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보다 쉽게 현충원을 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고위관료나 정치인들도 현충일 당일이나 선거를 앞두고 비장한 표정으로 현충탑에만 서둘러 헌화 분향하고 돌아가는 통과의례가 되지 않았나 반성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흔쾌히 몸을 던진 이 호국영령들로 인해 우리가 오늘의 풍요를 누리고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인의(仁義)를 지키다 죽으면 군자요 자기이익만을 탐하다 죽으면 소인이라 한다. 삶을 마감하기는 매한가지인데 누구는 존경받고 누구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병역기피를 비롯해 온갖 비리를 저질러 가며 출세했다는 인물들이 이 현충탑 앞에서 과연 얼마나 뉘우치며 부끄러워 할 것인가. 이곳에 잠든 수많은 영령들은 시대와 각자의 삶의 지향은 달랐을지라도 자신만을 위해 죽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한, 죽은 사람들은 죽은 것이 아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여행은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순국선열들과 호국영령들의 끝을 보면서 앞으로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출발점으로 생각 해 본다. 현충원을 나서면서 묘소의 크기와 넓이가 다름에 조병화(1921-2003)시인의 시 한수가 떠 올랐다. 

 

해 인 사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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