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40년쯤 전에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고향의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란 팝송이 국내에서 유행 했던 적이 있다. 돈(Dawn)이라는 가수가 부른 이 노래는, 전형적인 미국 컨트리풍의 발라드곡으로 곡의 분위기와는 달리 짠하게 가슴을 울리는 내용의 가사로 되어있다.
‘나 고향에 돌아가요, 형기를 마치고/이젠 무엇이 내 것이고 무엇은 아닌지 알아야만 하죠./…/그대 지금도 나를 원한다면/고향의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그대 지금도 나를 원하나요?…’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가사의 내용인즉 이렇다. 어찌어찌 하다 죄를 지은 청년은 3년간의 옥살이를 하고 출옥해 고향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다. 옥살이를 하기 전, 이 청년에게는 사랑하던 고향 처녀가 있었다. 죄를 지어 형무소로 끌려가서도 처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몸을 떨며 잠을 설치던 청년은 연인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형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았다면 고향의 동구밖에 있는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아달라’고.
청년을 태운 버스는 고향에 점점 가까워지고, 청년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치며 진정할 길이 없다. 떡갈나무에는 리본이 달려 있을까, 아닐까, 혹 그녀의 마음이 변해버린 건 아닐까….

‘기사 양반, 나 대신 봐 주세요/나는 차마 내 눈으로 볼 수 없을 테니까요/나는 여전히 갇힌 몸, 열쇠는 내 사랑 그녀가 갖고 있죠./내가 자유의 몸이 되려면 노란 리본만 있으면 되는데/그녀에게 제발 그래 달라고 편지 했지요.’
이윽고 버스가 고향 어귀 산모퉁이를 돌아선다. 순간, 동구밖 떡갈나무가 온통 노란리본에 뒤덮여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난 믿을 수 없어요./수천개의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는 저 떡갈나무를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전직 대통령이 뇌물수수죄로 검찰에 소환되기 전, 그를 변함없이 지지한다는 모임의 회원들이 그의 고향집 주변에 노란 풍선 무더기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팝송 주인공 청년은 떡갈나무를 뒤덮고 있는 노란 리본을 통해 참사랑을 확인하고, 무량한 마음의 안식과 자신을 옥죄고 있던 정신의 자유를 얻었지만, 그들은 노란풍선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이젠 그들이 목청을 높여 환호하던 ‘노짱’도 가고, ‘노빠’도 가고… 그렇게 ‘꽃이 피면 같이 웃고/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아,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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