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꽃남(꽃보다 남자)’은 신라시대에도 있었다. 국선(國仙)과 화랑의 시원이 된 원화(源花)가 그것이다. 진흥왕 때인 676년에 남모(南毛)와 준정(俊貞)이라는 두 미녀를 원화로 뽑았는데, 서로 시기한 끝에 준정이 남모를 사저로 끌어들여 술을 먹여 죽이자, 남모의 패거리가 이를 고해 준정은 처형됐다. 그 일이 있은 후 미녀 원화는 남자 화랑으로 바뀌었다.
화랑은 귀족출신의 청소년 중 얼굴이 아름답고 품행이 곧은 남자를 가려 뽑았으며, 그 우두머리를 국선이라 했다. 김유신, 관창, 원술랑은 특히 유명한 화랑이었다.

저 고대 그리스에도 ‘꽃남’이 있었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조각같이 단련된 몸매를 가진 준수한 용모의 미소년이었다. 그는 살라미스 해전 승전 축하연 때, 벌거벗은 채 손에 수금악기를 들고 춤을 출 소년들의 대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말하자면 ‘왕의 남자’였던 셈이다.
<일리아드>의 영웅인 아킬레스 역시 미소년이었다. 소포클레스는 이 미소년을 이렇게 그렸다.
“그가 눈을 들어 슬쩍 쳐다보면, 마치 날카로운 창이 날아오는 것만 같았다.”
그런 미소년을 흠모하며 ‘그 소년의 손바닥 위에 녹아가는 눈덩이’로 비유된 동성애적인 사랑에 빠져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탄탄하게 다져진 근육을 가진 남성들인 ‘훈남(훈훈해 보이는 남성)’이 뭇여성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탤런트 권상우, 송승헌, 모델 차승원과 그룹 ‘클론’의 구준엽 등이 빵빵한 근육을 자랑하던 근육맨들이었다.

그런데 이 ‘훈남’은 이제 ‘아저씨 스타일’로 폄하되고, 군살 하나 없이 탱탱한 근육에 기름기 빠진 가녀린 스타일의 스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 끝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로 열연한 이민호나 탤런트 강동원,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인기를 모았던 모델출신 탤런트 김재욱, 모델 이혁수 등이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꽃남’으로 떠올랐다.
잔근육으로 다져진 슬림한 몸매에 연약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이들이 여성들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은근히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연약해 보이면서도 탄탄한 남성미도 느낀다’는 게 공통적인 인기의 주요인이라는 것.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준표의 파마머리에 검은 뿔테안경, 정장 가슴주머니에 꽂는 손수건인 포켓치프, 캐주얼 재킷 차림의 구색을 갖추는 완벽 ‘꽃남’ 패션스타일이 유행이라니 ‘바보상자’ TV의 힘은 과연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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