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지도사 키운다-한국생활개선포천시연합회
채식지도사 1급 교육과정 진행해 회원 20명 수료
어르신에게 채식요리 대접하며 사회적 책임 다해
메디푸드 본고장 ‘포천’
경기도 포천의 주력작목은 시설채소다. 시금치와 얼갈이배추, 실파와 열무 등의 재배면적이 600ha 이상이다. 가격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그걸 고급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찍이 메디푸드에 중점을 뒀다.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약식동원의 서구화된 개념인 메디푸드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음식을 말한다.
포천에서는 메디푸드 작목 육성하고자 항당뇨를 위한 여주·고춧잎·토란·새싹보리, 간건강을 위한 곤드레·더덕·도라지, 항산화를 위한 눈개승마·취나물·산나물, 고혈압 개선 목적의 당귀·수세미 등을 기능성 작물의 실증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기능성 채소를 재료로 한 레시피 보급에도 포천시농업기술센터는 초점을 맞췄다. 올해 한국생활개선포천시연합회는 6월까지 채식지도사 1급 교육과정을 진행하며 회원 20명이 전문인력으로 거듭났다.
채식요리는 보통의 한식과 몇 가지에서 차이가 난다. 기름을 둘러 볶는 게 아니라 채수로 찌거나 볶는 과정을 거친다. 설탕은 쓰지 않고 소금도 거의 넣지 않아 무염에 가깝도록 조리하는 게 특징이다. 당연히 육류가 들어가야 하는 요리에 채소로 대체해도 전혀 손색없는 음식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예를 들어 잡채에 우엉이나 버섯으로 소고기를 대체한다든지, 두부로 만든 스크럼블, 육류와 식감이 유사한 버섯샤브샤브 등이다.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렌틸을 넣은 비빔밥, 식사대용으로 거뜬한 케일스무디 등의 조리법 교육도 받았다.
채식요리로 재능기부
자격을 취득한 회원들은 재능기부로 영역을 확장했다. 노인복지센터에 소속된 노인분을 모시고 들깨버섯전골, 강낭콩호박덮밥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케일스무디 등 3가지 요리를 대접했다. 요리는 회차마다 변화를 줬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노인분들은 채소 섭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회원들은 현장에서 대접하고 남은 음식은 도시락으로 싸드리거나 반찬통에 담아 드리기도 했다.
채식지도사 1급 자격을 취득한 천병순 회장은 “올해 가장 보람된 일은 우리의 아버님과 어머님 같은 분들에게 채식요리를 알려드린 일이에요. 8회에 걸쳐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총 20가지의 재식음식을 대접했어요. 6회는 홀로 계신 어르신, 2회는 70세 이상의 생활개선회 실버회원을 모셨어요. 부모님 대신 효도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1급 자격을 딴 이계숙 사무국장은 “한 어르신은 생전 처음 먹어 본 음식이라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더라구요. 다른 어르신은 딸이나 며느리도 이런 요리를 해준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구요”라고 전했다.
재능활용 지역돌봄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재능기부는 여성농업인 대표단체인 생활개선회가 복지사각 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목적도 있다. 거기다 육류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때문에 기후위기가 촉발됨에 따라 채식위주 식단으로 탄소중립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천병순 회장은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채식 전문가로부터 채소 위주의 식사가 개인의 건강은 물론이고 지구의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농산물 소비촉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자격증 교육을 시작한 계기가 됐죠”라고 취지를 밝혔다.
■담당자의 말-포천시농업기술센터 김효경 지도사
채식요리로 몸과 마음의 간격 좁혀
농촌일수록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느끼는 고립감이 큰 문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엔 더 심각해졌다. 채식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회원들이 채식요리를 지도하며 몸과 마음의 간격을 좁히고자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음식을 맛보며 젊었을 때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공감대도 형성되며 교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올해 채식지도사 자격취득 과정은 재능기부로 성과가 좋았다고 판단된다. 지난해 약선요리 교육에 이어 내년엔 실버인지요리 교육을 준비 중이다. 치매노인분들이 여러 색깔의 식재료를 보고 만지며 인지기능 향상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역시 생활개선회원분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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