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를 지역발전의 기회로 전환해야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역활력의 마중물로

인구감소지역,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 위해
올해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10년간 매년 1조원씩 자치단체에 배분
인구감소지역 사업공모 심사로 차등적 기금 배분
▲ 지방소멸의 현 상황과 대응전략을 모색해보는 토론회가 지난 23일 국회 어기구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지방은 인구문제의 원인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열쇠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고, 지방정부가 지역의 인구 변화와 지역여건을 파악해서 해당지역에 적합한 미래 전략을 설계해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정부는 지역들의 미래 전략 수행을 위한 패키지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부처 간의 칸막이를 배제하고 협력적 통합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생·고령화,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 심화 등으로 지방소멸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지방소멸 현실화, 당면과제와 대응전략’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2021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 세계 최저수준이며, 우리나라가 1970년부터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최저치이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 인구 감소세가 더 가파르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겹치면서 지방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으로 지방소멸 위험지역은 113곳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인 49.6%에 달했다. 누군가는 지방소멸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라고 하고, 누군가는 ‘시한폭탄’이라고도 한다.

어기구 의원은 개회사에서 “그동안 정부는 인구 감소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성장거점 중심의 인프라 위주 개발에 초점을 맞췄고 중앙이 주도하는 획일적 정책이 추진되며 소규모 지역에 대한 소외와 지역의 자율적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며 “인구감소지역이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해 지방소멸 위기를 넘어설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전략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남연구원 유동훈 원장은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위기라 하지는 않고 지역의 활력이 사라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제 농촌에는 아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쓸쓸하고 외로운 지역으로 변해가고 인구 50인 이하의 한계 마을도 늘어나고 있어 의료· 교육 ·육아 등은 물론 편의시설이나 서비스 업종이 들어설 여지가 없고 이런 환경이 사람을 몰아내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난해 전국 시·군구를 대상으로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처음 지정하고, 현실로 닥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만들어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1조원씩 배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 사업 공모 심사로 차등적인 기금 배분이 이뤄졌다.

또 행정안전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청년 정착 지원과 교육·주거 등 다양한 분야의 특례를 부여할 예정이다. 인구감소지역에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보조율 상향, 국세·지방세 감면 확대 등의 지원 계획도 있다.

유동훈 원장은 “기금이 각종 인프라 정비와 시설 건축에 쓰이기보다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하나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지방소멸이라는 두려움 대신 현재 농산어촌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상과 일자리와 소득원 창출로 청년층의 유입이 이뤄진다면 거기서 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농업인 육성사업, 중소기업벤처부의 지역기반 혁신가사업, 행전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협업 정신을 강조했다.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는 향후 지속, 심화될 것

 

국회미래연구원 민보경 연구위원은 ‘지방인구의 위기와 미래 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인구 감소의 위기적 현실을 인식하고 기존 지역발전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등 미래 환경 변화를 고려한 지역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연구위원은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는 향후 지속, 심화될 것”이라며 “과거의 인구성장을 전제로 한 지역발전 전략의 전환은 불가피해 인구감소는 돌이킬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인구감소를 전제로 고령인구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응전략’과 청년이 살기 좋은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인구감소 추세의 ‘완화전략’을 지역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했다. 즉 지역인구 대응에 완화와 적응전략을 적절히 혼합해 추진해 지방소멸 위기를 지역발전의 기회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 어기구 의원(사진 중앙) 주최로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지방소멸 현실화, 당면과제와 대응전략'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방과 농촌이 여성이 살고 싶은,
여성이 살기 편한 곳으로 변모된다면,
저출생 문제 해결책을 제시할 공간이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심재헌 삶의질정책연구센터장은 “지방의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경제적 기반의 붕괴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의 연쇄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의 위기로 전환될 수 있기에 지방의 급속한 붕괴를 저지하고 개선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의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한 이유로 하나로 심 센터장은 “저출생, 고령화 대책이 다양한 지역발전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해 지방에서의 지속가능한 삶과 지역주민의 미래에 대한 희망 증진과 직결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저출생, 고령화 정책과 인구감소 대응 지역개발 정책 등이 통합적 접근 방식의 대전환을 이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심 센터장은 저밀도 사회인 인구 감소 시대의 농촌의 가치에도 주목했다. 자연 파괴를 통한 성장보다는 보전을 중시하고 산업적·경제적 이익 추구보다는 자아실현의 가치가 중요하게 되는 미래 세상에서 사람들은 농촌다움과 자연이 풍부한 농촌과 지방이 감성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 장수하는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최적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과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은 수도권과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20년을 기준으로 영광군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전국 평균의 3배가량인 2.5에 달하며 ‘군’지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15다. 이에 지방과 농촌이 여성이 살고 싶은, 여성이 살기 편한 곳으로 변모는 출산율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출생 관점에서 보면 농촌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20년 기준 전국 2030세대의 성비는 110.9로 남성이 여성보다 10명 정도 더 많은 수준이지만, 농촌의 경우는 138.0에 달한다. 특히 면 지역의 경우는 그 수가 158.1에 달해 2030대 여성 100명보다 남성이 58명 더 많다. 이는 소득·일자리 문제를 분리하더라도 농촌에 거주하는 젊은 남성들은 결혼 대상을 만나기 어려워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달리 해석하면 젊은 여성은 농촌에서의 삶을 꺼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층의 농촌이탈은 지난 5년간 연간 1만 명씩 농촌에서 2030세대가 감소했고 특히 면지역에서는 연간 2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 측면에서도 농촌 지역의 심각성은 매우 높다.

심 센터장은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예산의 지원과 단계적인 접근도 요구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경제와 도시 중심의 성장전략을 넘어 지방과 농촌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으로 인구감소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만를 강조하기보다 지역을 재생하고, 부흥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회생이 어려운 지방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의 재원을 투입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구 감소지역을 대전환해 국민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국가의 재원이 투입된다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재헌 센터장은 인구감소 대응책으로 ▴농촌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재생, ▴다부처 협력체계의 강화를 통한 정책지원, ▴지방과 농촌발전을 위한 주체의 개념을 정주인구에서 관계인구까지 확대해 지역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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