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기술원이 뛴다 -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벼직파재배

농촌 고령화와 인력부족으로 인한 경영비 증가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더 악화됐다. 지난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충남도농업기술원 백영목 농촌지원국장은 올해 역점사업으로 벼직파재배 기술 보급을 최우선하겠다고 밝히며, 2025년까지 직파재배 면적을 도내 전체 벼 재배면적의 10%인 1만3000ha로 확대해 전국 최대 벼 직파재배 단지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벼직파재배 전진기지가 될 충남도농업기술원의 관련 기술 보급 현황을 자세히 알아봤다.

▲ 올해 모내기철에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은 부여군 양화면 일원에서 ‘벼 드론직파’ 연시회를 개최했다.

올해 36억9000만원 예산 벼직파재배 확산 박차
농가, 건답점파 호응…드론직파는 인식부족으로 꺼려 

단계별 3가지 벼 직파재배법 제시
충남도농업기술원은 2025년까지 150억 원의 예산을 벼직파재배에 투입한다. 올해는 이를 실천하는 시작점으로 36억9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시범농가 105곳을 집중 육성했다. 농가당 2ha씩 파종을 마쳐 도내 210ha에 직파재배한 모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시군농업기술센터 재량에 따라 많은 곳은 보령 17곳, 당진 15곳이며, 적은 시군은 1곳 등으로 도내 15개 시군에 해당 사업에 대한 신청을 받았다. 이어 도농업기술원은 벼직파재배 설명회를 갖고 농업인 교육, 농업기술센터 공무원 교육, 현장교육 등 정보 공유에 힘썼다.

농가당 3000만 원의 지원금으로 농업인은 직파재배에 필요한 농기계를 구입하고, 건답점파, 무논점파, 드론직파 중에서 농가 여건에 맞는 1가지 재배유형을 선택해 실천하면 된다.

건답점파는 물을 대지 않은 마른 논에 볍씨를 바로 파종하는 직파법으로, 트랙터에 건답파종기를 부착해야 한다. 무논점파는 육묘심기 대신 논물을 빼고 이앙기에 점파기를 부착하고 운용해 입모한다. 드론직파는 논 위에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볍씨를 직파하는 방법으로 비행조작에 노하우가 필요하다.

손에 익숙한 트랙터로 건답점파 하는 방법과, 무논점파로 이앙기를 통해 볍씨가 규칙적으로 살포되고 성장하는 방법을 농가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후 드론으로 볍씨를 살포하는 직파재배에도 농업인이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농업기술원이 3가지 유형으로 단계별 직파재배 방법을 설계한 배경이다.

파종-중간-수확과정을 거치면서 ‘벼직파재배확대 워킹그룹’을 만들어 농가와 전문가 학계가 참여한 업무협의회를 매달 개최하며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농업인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업기술원은 농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충남형 벼직파재배기술 매뉴얼’ 책자를 제작해 보급했다.

못자리와 기계이앙 생략
노동력·경영비 크게 절감
3가지 유형의 직파재배법은 공통으로 못자리 설치와 기계이앙을 하지 않아도 돼 노동력은 85%, 경영비는 83%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건답점파를 8ha까지 실천한 농가가 3곳 있었다. 익숙한 트랙터를 사용한다는 점과 4월 중순부터 조기 파종하기 때문에 농작업 시기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반면, 드론직파에 대한 호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농업인들은 19,800㎡(6000평)도 드론으로 파종하는 걸 버거워했다. 공중에서 볍씨를 살포해 고르게 떨어져야하는데. 볍씨가 떨어진 자리에서 모가 자라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느낀 것이다.

기술보급과 김양섭 식량작물팀장은 “1980~1990년대 농촌에 벼 직파재배 바람이 불었다. 과거에는 현장에 맞춤기술이 부재했고, 정책 상황에 따라 기술보급이 번복되며 직파재배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저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당시에 농업인들이 실패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현재도 벼 직파재배를 주저한다”며 “시대가 발전하면서 직파재배 개념이 정립됐고,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새가 볍씨를 주워 먹어 피해를 입었지만, 이제는 철분·규산으로 코팅한 볍씨가 개발되는 등 기술이 발전한 점을 김 팀장은 근거로 들었다.

벼농사는 기계화률이 높아 대농일수록 안전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 그렇다면 후계농이 있는 농가라면 다를까. 상대적으로 기계 습득 능력이 원활한 청년농이라면 드론 조작에 역량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계농 농가는 직파재배에 대한 고부간의 의견 차이와 후계농이 체력을 받쳐준다는 등의 여러 사정으로 더 보수적이라고 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근력이 떨어진다며 60대 농업인이 이듬해 모내기를 걱정하며 직파재배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시범농가에서는 모내기철에 주로 모판을 옮기고 심는 작업을 했던 여성농업인들은 이 과정이 생략돼 호응이 높다고 했다.

김양섭 팀장은 “잘 모르는 농업인들은 ‘육묘 키워 관리하는 게 속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뒤에는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미래를 대비해 지금부터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자의 말 - 김양섭 식량작물팀장
10년 뒤 충남농업 청사진 그린다

▲ 개인 논에서 드론 직파재배한 현황을 소개하는 김양섭 팀장.

당진 합덕읍에 있는 개인 소유 5940㎡(1800평) 논에 드론을 이용한 직파재배를 실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드론자격증1급을 취득했다. 직접 해봐야 시군농업기술센터 공무원도 시범농가도 실존하는 현장기술로 알고 따라한다.

직패재배는 급하지 않다. 안정되는 과정이 10년 필요하다. 당장 내후년이 아니라 10년 뒤를 내다보고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기술을 수용한 시범농가들이 현장사례를 공유하면서 좋은 인식과 마음가짐이 지역 곳곳으로 전파돼 의지가 생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시범사업 과정을 통해 문제 원인을 농가에서 체득했다. 앞으로 직파재배를 통해 실패요인을 예방할 수 있다. 3가지 유형의 벼 직파재배법이 단계적으로 같이 성장하고, 최종적으로는 드론직파가 널리 활용돼 10분이면 모내기를 마치는 농업·농촌이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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