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올 여름휴가, 농촌체험마을로 가볼까~

올 여름휴가는 자연·문화·먹거리 풍부한 농촌체험농장에서~

바야흐로 여름휴가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몇 년간 피서다운 피서를 가지 못했던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모처럼 지친 심신을 달래며 재충전을 기회를 갖게 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피서지로의 휴가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여름휴가를 보낼 곳은 없을까? 농촌진흥청은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체험, 관광, 식사, 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농촌교육농장과 농촌체험농장 8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여행지 8곳은 ▲강원 강릉 ‘해품달’ ▲강원 횡성 ‘횡성예다원’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 ▲전남 화순 ‘화순허브뜨락’ ▲경북 김천 ‘송알송알 산골이야기’ ▲경북 안동 ‘토락(土樂)토닥’ ▲경남 고성 ‘콩이랑농원’ ▲제주 서귀포 ‘폴개협동조합’ 등이다.
이들 농장은 농촌문화, 자연경관, 지역 먹거리 등 농촌체험여행에 관심이 많은 40~60대 여성들의 취향에 제격이다. 선정된 농촌체험농장 8곳 중 2곳을 미리 다녀와 봤다.[편집자 주]

칠말팔초(七末八初). 덥다, 무덥다. 휴가철을 맞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어딜 가나 사람들로 들끓는다. 한적한 농촌마을로 피서 가는 건 어떨까. 농촌진흥청은 1박2일 동안 체험·관광·식사·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농촌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 상품을 소개했다. 강원도 강릉 해품달펜션은 농진청에서 지난 4월 실시된 ‘농촌체험․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됐다. 농촌체험과 여행에 관심이 높은 40~60대 여성 취향에 맞춰진 점이 눈길을 끈다.

▲ (사진 왼쪽부터)이미자 대표와 후이엔니씨가 최근 드라마에서 화제인 팽나무 장면을 밤나무 그늘에 앉아 오마주했다.

귀농한 건설업 부부, 농촌마을에 문화 더해
다문화여성 일자리 제공하며 이웃과 화합

동남아여행 부럽지 않아
해품달펜션(이하 해품달)으로 향하는 길. 강릉 사천면 한과마을길을 굽이굽이 지나야 만날 수 있다. 옛맛을 떠올리게 하는 전통한과집들이 이어져서일까. 해품달도 향토적인 농촌민박의 형태이겠거니 섣불리 생각하게 된다.

“농촌여성들이 해품달 오는 길이 온통 논밭이어서 평소 생활반경과 다르지 않다며 실망하더라고요. 막상 도착해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풀려서 동남아나 제주도에 온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해요.”

신명섭·이미자 부부는 농촌체험을 결합한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서울에서 건축설계업에 종사하며 킨텍스, 가락시장 설계프로젝트에 참여한 실력 있는 기술자다. 마흔이 되면 귀촌을 꿈꾸던 남편의 권유로 2012년 귀농했다. 농지원부는 물론 경영체도 등록했다.

“1000평 밭에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심고 주말농장을 했어요. ‘3개월만 살다 갑시다’는 남편 말에 귀촌했다가 눌러 앉게 됐죠. 이웃집이 비어있어 민박을 겸했는데, 사람들이 농작물 수확체험하고 방울토마토로 피자 만들다가 체험프로그램 수가 점점 다양해졌어요.”

체험객들은 농산물을 수확하면서 “친정집에 온 거 같다”면서 바비큐정식의 쌈채소로 소비하고 있다.

▲ 이미자 대표는 맷돌커피체험이 운영되는 달품체험장을 시설하우스로 지었다.

목수가 귀농하다
고향이 동해라는 이미자 대표는 농촌이 낯설지 않다. 휴가철을 앞두고 이 대표는 펜션 예약문의 전화로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해품달은 산과 계곡이 접해있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강둑을 넘으면 계곡이 탁 트여있고 일렁이는 물결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숙박객은 무료로 뗏목체험이 가능하다.

부부는 6600㎡(2000평) 부지에 손수 잔디를 깔고 배롱나무를 심었다. 배롱나무 그늘에 지하 암반수로 수영장과 족욕장을 조성했는데, 여름에 물장구치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근처에 허균·허난설헌기념관과 김동명문학관이 있고, 남편도 책을 좋아해서 우리가 사는 해사리마을을 인문학마을로 만들고 싶어 책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해품달에는 잔디밭에 설치된 다양한 시설물들은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설물 가운데서도 부부의 뜻을 담은 책버스는 특별한 즐길거리다. 체험장에 3대, 산속에 2대 세워진 책버스 외관에는 빨간머리 앤을 비롯한 친숙한 동화 속 주인공이 그려져 있어 체험객들을 손짓한다. 책버스 내부는 베이지톤으로 리모델링했다. 건축업에 몸담았던 부부의 감각이 그대로 녹아있어 마치 신축 오피스텔 한 부분을 떼어다 버스 안에 가져다 놓은 것처럼 세련된 인상을 줬다.

책버스는 가족단위 체험객들에게 필수코스다.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책버스를 타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최적의 장소다. 평소에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 몇몇은 한 번 책버스를 타면 안 내린다고 이미자 대표는 전했다.

▲ 책버스는 독서하기 좋도록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다.

인문학마을 구상
해품달에는 책을 약 4만 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는 ‘버스를 탄다’에서 영감을 얻고 ‘책 타는 마을’로 의미를 확장했다.

심명섭씨는 “‘농업+문학’으로 마을을 재밌게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그곳에 가면 당신이 필요로 하는 책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가 해품달이 추구하는 가치다.

“영국의 ‘헤이 온 와이’ 책마을 소식을 접했어요. 버려지고 홀대받는 헌책을 거둬 좋은 대우를 해주고 싶었어요. 일년 내내 해품달에 사람들이 책을 만나러 올겁니다. 책을 더 많이 사랑해주고 책과 한 가족이 되겠죠. 이런 상상은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합니다. 이것이 책을 모으게 된 이유입니다.”

시설하우스로 만든 달품체험장은 ‘읽지마 책방’으로도 불린다. 이곳에서 책은 부수적인 소품처럼 자리하고 있다. 양쪽으로 책장에 꽂힌 책들은 꼭 꺼내 읽지 않아도 책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엄마가 아이에게 책읽기를 강요하면 안 읽게 돼요. 오히려 읽지 말라고 하면 책에 호기심을 갖죠. 책제목만 봐도 책에 대한 호감이 생기라고 ‘읽지마 책방’을 조성하게 됐습니다.”

또 달품체험장은 맷돌로 직접 커피콩을 갈아 마시는 맷돌커피체험이 진행되는 장소다. 이곳의 맷돌커피체험이 농진청 ‘농촌체험․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공모를 통해 선정돼 농촌체험여행지 8선에 해품달이 이름을 올렸다.

심명섭 대표는 인문학마을 조성을 목표로 면소재지에 있는 폐교에 책을 옮겨 문화프로그램을 계획한다고 했다.

▲ 계곡을 낀 해품달에서 숙박객은 무료뗏목체험이 가능하다.

주민은 든든한 조력자
부부와 인터뷰하는 동안 한 할머니가 파리채를 들고 펜션 주변을 오가며 관리했다. 파리채로 나무와 시설물 사이 거미줄을 제거했다. 이후에는 펜션에서 신발장 등 청소가 잘 되지 않은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다.

“이웃집 할머니세요. 펜션 운영을 도와줘서 고마운 분이에요.”

할머니는 “얼굴이 쪼글쪼글해서 인터뷰도 사진 찍기도 겁난다”며 이름도 드러내길 원치 않아했지만 해품달의 숨은 조력자임이 분명했다.

숙박을 마친 펜션의 정리를 하고, 수영장 물을 받고, 체험장 내 카페에서 커피를 제조하는 등 전반적인 업무는 베트남에서 강릉으로 이주해온 후이엔니(21)씨가 담당하고 있었다. 부부는 그를 ‘예니’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아르바이트로 만났는데, 예니를 오전9~오후4시까지 4대 보험 들어 직원으로 고용했어요.”

후이엔니씨는 연년생 자녀가 둘 있다. 원래 시부모댁에서 살며 육아만 하다가, 해품달에서 근무한 뒤로 자금을 모아 부부가 단둘이 사는 집을 분가할 수 있었다.

“육아스트레스로 얼굴에 여드름이 나고 우울증이 생겼는데, 아이들이 어린이집 있는 시간에 해품달에서 일하면서 상황이 나아졌어요. 대표님이 먹고 싶으면 먹고, 힘들면 쉬라고 배려해줘서 감사해요.”

해품달에 대한 포털사이트 후기에서 방문객들은 주인이 친절하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했다.

“주변이 농경지여서 손님에게 벌레가 발견될 수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에요.”

이 대표는 욕심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운영한다면서, 사람이 안 오면 열심히 농사지으면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해품달은 숙박비 15~20만 원을 지불하면 바비큐정식과 농산물체험, 뗏목타기 등 질적 만족도가 높은 다양한 휴식시간을 즐길 수 있다. 풀장에 물 받는 요금도 따로 청구되는 시대에 농촌에서의 풍요로운 자원과 넉넉한 시골 인심이 도시민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