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2009년 3월24일은 대한민국 야구가 2008베이징올림픽 우승에 이어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룬 역사적인 날이었다.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미국, 일본 등 야구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뒤지는 야구환경(초중고 학교야구 저변의 엷음, 돔구장 부재 등)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거둔 성과는 작년 올림픽 우승에 이은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말 자랑스럽고 멋진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 어려운 시기에 3월 한 달 동안 국민에게 행복한 기대와 기쁨과 자긍심을 마음껏 불어 넣어 주었다. 우리국민은 한일전에서는 옛부터의 정서상 꼭 이겨야만 했다. 이겼을 때의 칭찬은 하늘을 찌를 듯 했고 졌을 때의 질책과 비난은 가혹했다. 이는 지난날 많은 우리 국민들과 대다수 언론들의 공통된 모습이었다. 야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스포츠 전체, 더 나아가 다른 분야에도 이기고 질 때의 너무나 선명히 엇갈리는 이분법(二分法)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언론들의 태도가 아주 긍정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패자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주요언론들은 머리글 기사로 ‘고개를 들어라, 영웅들아… 우리는 진정 행복했노라’ ‘세계가 놀란 한국 야구…’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고 하면서 감독, 코칭스텝, 선수들에 대해 칭찬과 격려, 그리고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행복감을 안겨준데 대한 감사의 말을 싣고 있다
참으로 좋은 의식의 전환이다. 여기에서 모자람의 미학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최고와 최상만을 집착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최선보다는 나중의 최상(最上)을 위해 현재의 차선이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보다 큰 분발과 발심(發心)으로 보다 큰 최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한이 없다. 또한 그 욕망이 채워진다고 그것이 반드시 행복한 삶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흔히 많이 소유하고도 남보다 필요 이상으로 더 누리려다가 화를 부르는 경우를 본다. 적장(敵將)이라도 취(取)해야 할 것은 취하는 것이 좋기에 일본의 전국시대를 풍미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유훈을 인용해 본다. ‘사람의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은 것, 서두르지 말지어다. 부자유함을 일상으로 여기면 부족함이 없다. 마음속에 욕망이 생기면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라. 인내는 오랜 행복의 근원, 노여움은 적이라고 생각하라. 이기려고만 하고 지는 것을 모르면 그 해(害)가 자신에게 미친다.’

인생에 대한 관조가 잘 드러난 가르침이다. 너무 최고와 일등만을 추구하고 지고(至高)와 지락(至樂)을 추구하다 보면 자칫 꿀을 탐닉하다 꿀 속에 빠져 죽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십상이다.
학은 소식(小食)으로 장수(長壽) 한다고 한다. 자만하면 넘치고 즐거움이 극에 이르면 뒤집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모든 일을 도모함에 약간의 모자람, 곧 모자람의 미학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온힘을 다한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이번의 준우승이 한국야구의 저변을 넓히고 시설을 근대화 해야겠다는 큰 발심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모자람의 미학을 일깨워 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