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유농장 탐방 - 제원하늘농원 오순금 대표

▲ 오순금 대표가 농원 곳곳에 조성한 블로비에서 싱잉볼을 활용한 소리명상으로 치유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농촌교육으로 다문화여성·귀농인에 멘토 역할
고객들, 콘서트장 부럽지 않은 블로비 매력에 ‘풍덩’

귤나무가 자라고 있는 노지 2만8100㎡(8500평)에 들어서자 동산에 와있는 듯하다. 제주 조천읍 제원하늘농원은 40년 전 농사짓던 부모님 농토를 물려받은 강성흡·오순금 부부가 2016년 귀향하면서 ‘여러 사람이 같이 농토를 나눠 쓰면 좋겠다’며 감귤을 공감대로 사회적농업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 다문화여성, 귀농귀촌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 농업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치유농업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농원은 주민들의 사랑방
오순금 대표는 치유농업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꿈꾸는 귤낭정원’이라는 농장의 별칭을 지었다.
“‘귤낭’은 밭이라는 뜻이에요. 사회적농업을 통해 농촌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어요.”
오순금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2018~2022)’을 받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1회 꾸준히 일자리와 돌봄, 교육 등 사회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순금 대표는 농업기관 귀농귀촌담당 공무원에게 사업을 홍보하고, 읍사무소에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어서 주민들 집을 일일이 찾아가 교육프로그램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참여자 모집에 나섰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교육 10명, 귀농귀촌교육 10명의 그룹을 구성했어요. 농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다문화여성이 남편과 싸웠던 일을 털어놓으며 펑펑 울었어요. 또 농기계사고로 아버지를 여읜 후계농 청년은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짐을 싸기 일쑤였는데, 그때마다 농원으로 불러서 집안싸움을 무마시켰어요. 다문화여성에게는 밑반찬 레시피를 전수하고 가족들과 먹을 수 있게 소분해가는 요리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상황을 접하면서 제원하늘농원 강성흡·오순금 부부를 ‘은인’으로 표현하는 주민들이 하나둘 늘어났다고 한다. 

‘블로비’ 아이디어 반짝
오 대표는 사회적농업을 하면서 체험객을 위한 감귤꽃체험, 감귤따기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비가 올 때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투명한 돔 형태의 ‘블로비’를 농원에 설치했다. 블로비는 제주 노형동에 블로비를 설치하고 피크닉감성을 모토로 운영하는 유명카페를 직접 찾아가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농작업 하다가 블로비에 들어가 휴식하면서 휴대폰으로 팝송을 틀었는데, 사방에서 울림이 있으니까 예술의전당 부럽지 않았어요. ‘이게 치유구나’ 처음으로 체감했죠.”
오 대표는 블로비 안에 있으면 귤밭의 풍경이 더 잘 보이고, 이곳에 갇힌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다 가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촌자원은 충분히 치유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를 계기로 오 대표는 농원에 설치한 블로비 두 곳에 피아노와 싱잉볼을 들이고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싱잉볼은 고대 티벳 승려들이 마음명상에 쓰던 도구다. 우리나라의 ‘징’처럼 싱잉볼을 치면 깊은 파동을 일으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특별한 연주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장애인도 어린이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치유프로그램이에요. 자신의 손으로 연주하고 그 진동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 그게 치유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 제원하늘농원은 귀농귀촌인에 영농기술을 전수하는 소통창구로 정착을 돕고 있다.

공간설계 능력 발휘
농원에는 오로벨 풍경종을 나무에 달고 주변에 해먹을 걸었다. 체험객들이 농원을 걷거나 해먹에 누워있어도 풍경종의 선율은 멈추지 않는다. “바람이 연주자”라고 오순금 대표는 소개했다.
귤나무 사이로 이층침대도 놨다. 2층에 올라가 누우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에 체험객들이 좋아한다고.

“남편은 이층침대를 농원 아무곳에나 두라고 했어요. 하지만 농장의 어느 곳에 놓을지 고민하고 귤나무를 벤 자리에 놔봤는데 적절한 자리는 아니었어요. 지금 놓인 자리가 이층침대에 맞춤옷을 입은 듯 어울려서 마음에 들어요.”

오순금 대표는 농원의 구조를 항상 생각하면서 둘러본다고 했다. 직접 걸어보면서 동선을 체크하고 불편한 점을 알아본다고 했다. 싱잉볼을 놓아둔 블로비를 농원의 깊숙한 안쪽 자리에 설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이 조성된 가장 아늑한 장소에서 싱잉볼 파동을 느낄 수 있게 마련했다.

“귤나무와 어울릴 수 있는 가구와 소품을 생각하면서 공간을 설계했어요. 제주에 관광 왔을 때 비가 내리면 난처하셨죠? 저희 농원은 빗줄기도 불청객이 아닌 소리명상을 돕는 연주자랍니다.”
귤나무가 우거진 제원하늘농원에서 깜짝 선물처럼 숨겨진 블로비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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