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 - 경북‘찾아가는 행복병원’현장 가보니...

▲ 경북 경주 신원2리 김분이 할머니가 의료버스에서 약처방을 받고 있다.

고된 농사일로 골병든 농촌주민에 효자병원
코로나19로 예산 삭감돼 의료버스 운행 차질

고령화로 인해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은 증가하고 있지만, 농촌의 부족한 의료인력과 열악한 교통이 주민을 병들게 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보건의료서비스 불균형 해소를 위한 맞춤정책과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마을회관서 원스톱 진료
경북도는 김천, 안동, 포항에 거점의료원을 지정하고, 각 지역 의료원이 경주, 영천, 영덕, 청도, 울진, 울릉 등 7개 시군을 관할하며 찾아가는 행복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버스를 운행하는 무료이동진료를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진들은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을 진료하고 전문조제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포항의료원(원장 함인석)은 지난 5일 X-ray 시설과 의료진이 상주하는 의료버스를 경주 신원2리 경로회관 앞에 정차시켰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진료를 받기 위해 마을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최현구 이장은 “마을주민 연령대는 평균 75세”라며 “33가구 중 18가구가 홀로된 할머니들”이라고 소개했다.

농사일에 어르신 건강 적신호
이날 포항의료원 공공의료사업부의 의료 지원인력은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진료접수와 버스 운용 담당으로 구성됐다. 
마을회관에도 진료부스를 만들어 어르신들을 맞이했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은 혈압을 재고 개인별 인적사항을 접수했다. 이어 옆방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채혈하는 등 기본적인 검진을 실시했다. 
어르신들은 접수증을 갖고 의료버스에서 흉부와 다리 등 아픈 부위를 X-ray 촬영한 뒤 약을 처방 받았다.

▲ 행복병원 의료버스는 흉부와 다리의 X-ray 촬영시설을 완비했다.

김원열 방사선사는 “지난번 마을에서 70대 할아버지를 진료했는데, 갈비뼈가 아프다고 호소했다”며 “X-ray를 촬영해보니 갈비뼈가 부러져있어 조치를 취했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진료를 마친 어르신들 손에는 저마다 약봉지를 들고 있었다. 노인성질환에 주로 처방되는 진통제, 안약 등이 주를 이뤘다. 한편, 충남도에서도 농촌마을주치의제를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농촌지역 주민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예방의학에 집중하고 있다면, 경북도 찾아가는 행복병원사업의 특징은 검진결과를 지역보건소에 통보하고, 진료와 검사를 통한 조치로 전문조제약을 처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서 자신들의 몸 상태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부윤 할머니(85)는 계단에서 넘어져 복사뼈 부위를 다쳤다며 수술자국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농촌 주민들은 다들 다리가 아프다. 농사일을 많이 하니까 뼈도 다 닳는다”고 토로했다.

▲ 윤정숙 할머니가 눈을 진찰 받고 있다.

윤경숙 할머니(78)는 “다리에 힘이 없어서 걸을 때 넘어지려고 한다”면서 “병원서 무릎 관절이 닳아서 주의하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절약이랑 눈이 침침해서 안약을 처방 받았다”고 말했다.
최현구 이장은 “어르신들은 이동이 가장 큰 어려움인데, 마을까지 와주니까 고맙다”면서 “주민들도 경주보다 큰 포항 병원에서 찾아온다고 하니까 더 신뢰하고 참여율이 좋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경북의 ‘찾아가는 행복병원사업’은 포항의료원에서 운영한지 10여 년 됐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찾아가는 행복병원활동이 어려웠다. 마을에 자주 나가지 못해 코로나 이전 1억3000만 원이던 예산이 올해 9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오히려 10년 전에 정부기관에서 관심 가져주고 예산도 2억 원으로 더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의료버스 내 의료기기 구축에만 9000만 원 예산이 소요됐다. 버스 운행에 필요한 유류비가 크게 올라 예산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

비록 예산은 줄었지만 시군 보건소 등 관계기관과 마을주민들 호응이 좋아 올해 세운 계획 이상으로 보람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새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우리마을 주치의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비사업으로 내려오면 전액 도비로 운영되는 찾아가는 행복병원사업이 사업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될 우려가 있다. 

정부에서 나서서 전국으로 미을주치의사업을 활성화하더라도 비슷한 의료복지서비스를 하는 사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해관계가 없어 국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사업이 있으면 같은 사업으로 인정해서, 국비를 유연하게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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