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동물영양생리과 백열창 연구사

▲ 백열창 연구사

부산물 활용한 보급형 배합비 프로그램 개발
농가교육․컨설팅 통해 프로그램 활용도 높여

“연구사님 덕분입니다~”
“어쩌다 한우농가 분들을 만날 때면 ‘연구사님 덕분’이라는 말을 한 번씩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뿌듯함을 느낍니다. 2020년 통계청 기준으로 비육우 100두를 키우는 한우농가의 연소득은 6천만 원 정도 됩니다. 소득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 농가에서는 농식품 부산물 사료화 기술을 접목하고 있지요. 이는 배합사료를 주는 기존의 사양체계와는 다르게 농가에서 많은 공부와 땀을 흘려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청년농업인을 중심으로 자가사료 제조기술을 배우려고 직접 축산과학원을 찾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청년농업인 양익종 씨(34)는 “높은 사료비와 낮은 소득으로 영농 승계에 고민이 많았는데, 축산과학원이 개발한 배합프로그램과 기술을 접목해 사료비 40% 이상 절감과 육질 상위권 도약으로 2년 만에 만성적인 부채 2억 원도 갚았다”며 자가사료 제조기술을 개발한 축산원 연구원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위기의 한우산업에 효자 기술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영양생리과 백열창 연구사(39)는 한우 자가사료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제조 프로그램을 축산현장에 보급해 농가의 배합사료 의존율을 줄임으로써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현장연구가로 꼽힌다.

백 연구사는 그동안 ‘호남지역 논 재배에 적합한 곡식 사료용 밀 품종 선발 및 사료가치 평가’ 등 논문과 학술발표 6편을 비롯해 ‘한우 비육후기 뇨 질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사료 조성물 및 이의 용도’ 등의 산업재산권 출원, 한국표준사료성분표 발간과 각종 사료제조 프로그램 개발·홍보 등 축산농가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물가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료업계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국내사료산업은 배합사료 생산에 이용되는 사료용 곡물의 전체 공급량 중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제곡물 6월호에 따르면, 2022년 3/4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 지수는 176.9(2015년=100)로 전망되며, 이는 2020년 4분기 84.3에서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사료원료 가격 상승은 배합사료 가격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에 한우산업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농가들도 쉽게 제조할 수 있게...
오래 전부터 계속된 사료용 곡물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백열창 연구사와 동료들이 집중한 것은 바로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한우농가 스스로가 배합사료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맥주박, 감귤박, 버섯부산물, 비지 등 농식품 부산물은 단백질과 에너지가 풍부하지만, 그 가치를 잘 모르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는 따라서 이 원료들의 영양적 가치와 가축 소화율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사료화 기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렇게 사료비를 15~35%가량 절감할 수 있는 맞춤형 사료배합비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농가 단위에서도 자신의 농장에서 사용하는 원료사료와 이용하려고 하는 농식품 부산물을 선택해 영양소를 고루 갖춘 과학적인 사료 배합비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배합비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용입니다. 농가가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프로그램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자가 배합비 프로그램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료비 절감연구 매진
백 연구사와 동료들은 자가사료 배합비 프로그램 외에 가축의 비육기간을 단축해 사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도 골몰했다.
“기존에는 한우 장기비육이 고급육 생산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인식돼 30개월 이상 사육한 한우를 출하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어요. 그렇지만 자체적으로 연구한 결과, 사육기간을 단축해도 한우 고기의 맛과 도체 성적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28개월과 31개월 비육한 거세한우를 비교했을 때, 단기비육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한우 생산비의 6.3% 정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백 연구사는 프로그램 개발에만 그치지 않았다. 2012년 이후 지금까지 63회 이상 한우 사육농가에게 프로그램 사용법을 교육하는데 열정을 다했다. 또,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네이버밴드를 만들어 한우를 키우는 농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최근에는 메신저 등을 적극 활용했다. 코로나19가 심했던 시기에는 영상통화를 활용해 농가 컨설팅을  이어나갔다. 

“최근 사료가격이 급등하면서 자가사료 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이 더 뜨거워진 것 같습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올해도 6~7월까지 도별로 7회 230명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당 기술이 현장에서 원활히 활용될 수 있도록 배합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동영상도 제작했습니다. 이 동영상은 농사로 누리집(http://www.nonsaro.go.kr) 영농기술-동영상정보에서 ‘한우 자가TMR 제조 길잡이’로 검색하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도 가능합니다.”

국제곡물가 급등에 따른 사룟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한우산업에 단비와도 같은 자가사료 제조 프로그램이 이젠 한우농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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