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김제시 죽산면‘아리랑농원’함우연 대표

하키선수생활 후에 고향서 남편과 농장 일궈
소설 ‘아리랑’ 동네서 ‘명품토종닭’ 사육 자부심

▲ 함우연(사진 왼쪽)·황현우 부부

‘아리랑’ 마을에 터 잡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의 ‘징게맹갱외에밋들’은 어딜까. ‘징게’는 김제, ‘맹갱’은 만경, ‘외에밋들’은 너른 들을 뜻한다. 김제 만경평야의 옛 표현이다.
소설 아리랑이 시작되는 김제시 죽산면 옛 내촌·외리마을 일대는 지금 ‘아리랑문학마을’이란 이름으로 현대사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아리랑문학마을에는 민족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 하얼빈 역사, 이민자 가옥, 내촌·외리마을, 근대 수탈 기관 등을 재현해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죽산면은 아리랑문학마을을 중심으로 동진강 중하류에 걸쳐있다.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해봐야 해발 51m인 명량산이 고작일 정도로 온통 평야지대다.
아리랑문학마을에서 ‘아리랑농원’을 경영하는 함우연 대표(46·여)는 “죽산면은 평야지대와 강이 잘 발달돼있어요. 그래서 예부터 벼농사를 주로 지어왔기 때문에 일제 수탈의 아픔도 많이 남아있는 고장”이라고 설명했다.

▲ 아리랑농원 풍경

뽕나무밭에 건강한 토종닭 활개
함 대표는 이 마을이 고향이다. 김제를 벗어나 타지에서 꿈을 키워봤지만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귀농을 할 때는 당연히 벼농사를 지어야할지 아니면 다른 농사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가 선택한 것이 오디와 꾸지뽕 재배와 토종닭 사육을 하게 됐는데, 세월이 흐르다보니까 지금은 그런대로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함 대표는 하키선수 출신이다. 김제여고에서 하키선수를 했고, 이후에는 목포시청에서 10년 정도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0년 쯤 결혼을 하고, 조금씩 선수생활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러던 중 고향이 그리웠고,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귀농을 했다.

“아리랑농원의 특징은 순수한 토종닭을 오디와 꾸지뽕 농장 안에서 방사해서 키운다는 것입니다. 오디와 뽕잎과 주변의 건강한 흙들이 키워내는 닭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당연히 유정란과 토종닭의 맛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날만큼 인기가 생겼습니다. 다만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분양하는 토종닭인 ‘우리맛닭’이다 보니까 일반 외래종 산란계 등과 비교해 절반가까이 적은 알을 낳지요. 그래서 더 좋은 맛과 영양으로 승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정란 80% 인터넷 판매
‘우리맛닭’은 고기를 먹기 위해 육성한 품종인데다 알을 까기 위해 보금자리에 드는 특성(취소성)까지 강해서 알을 생산하고 수거하는 과정이 일반 산란닭에 비해 다소 어렵다고 설명한다.
“명품토종닭으로 소문나면서 조금씩 주문량도 늘고 그러다보니 많은 농작물 관리가 힘들어요. 그래서 꾸지뽕은 정리하고 있습니다. 오디와 토종닭으로만 집중하려고요. 최근엔 입소문이 좋게 나면서 전국에서 유정란을 주문하는 택배가 늘고 있습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고객들의 주문과 칭찬이 위안이 되고 있지요. 요즘에는 일손 구하기도 힘들고 또 품삯도 비싸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서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일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리랑농원의 주 소득원인 유정란은 80% 이상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도 전화예약이나 주변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사실상 판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함 대표와 남편 황현우씨(51)는 농장과 오디나무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일이다. 닭들이 온통 농장 안을 헤집고 다니다보니 자칫 방치하면 농원 안이 전쟁을 치른 것 마냥 되기 십상이란다. 그러면서 계란을 수거하고, 손질하고, 포장하는 일이 하루의 일과다.

“우리농원은 1천여 마리가 넘는 닭을 풀어놓고 키우기 때문에 오디나무도 풀밭도 온통 닭들의 놀이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장소를 마련했지만, 풀이 우거지면 농장 전체가 산란장이 되고 맙니다. 특히 닭의 발은 무엇인가를 움켜쥐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오디나무는 닭의 잠자리나 홰(닭이 올라앉는 나무 막대)가 되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오디보다는 모든 것이 토종닭 키우는 일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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