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한상미 연구관

▲ 로열젤리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성분 기준과 규격을 표준화해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한 한상미 연구관

세포․임상시험 통해 피부건강 개선 효능 구명
양봉농가 소득 안정화와 관련산업 활성화 기대

꿀벌 연구에 벌쏘임은 숙명
“꿀벌 연구는 현장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꿀을 채취하거나 꿀벌을 관찰하다보면 벌 쏘임 사고가 자주 일어납니다.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때도 있지만, 어느 날은 유독 통증이 심하고 많이 부어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야하는 경우도 있어요. 함께한 동료들이 더 진하게 그리운 것도 그런 경험들을 공유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연구하면서 현장을 찾는 일은 지금도 설렘이고 기쁨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한상미 연구관(52)은 그동안 이상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양봉농가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로열젤리 성분 표준화와 과학적 효능 구명 등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양봉 관련 연구자다.
한 연구관은 그간 ‘로열젤리 생산기술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 비교 평가(2021)’ 등 벌꿀 관련 논문게재 180건을 비롯해 로열젤리, 벌꿀, 수삼을 함유하는 겔형 식품 조성물 및 이의용도 등 125건을 산업재산권 등록했다.

이밖에도 한 연구관은 ‘피부노화 억제용 조성물’ 등 174건을 기술이전 했고, ‘건강기능성식품 원료 사용을 위한 국내산 로열젤리 성분 및 채집 기준 설정’, ‘새로운 식품원료 수벌번데기 등록’ 등 25건의 영농정책 자료집을 냈다. 한 연구관은 이 같은 공로로 대한민국기술대상 대통령표창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부가가치 양봉산물 개발 위해...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꿀벌 서식지와 개체수, 밀원수종이 감소해 생물 다양성과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양봉 현장과 학계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까시나무 개화시기와 꿀벌 활동시기 불일치 등은 양봉농가의 주 소득원인 아카시아꿀의 흉작으로 이어져 농가소득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연구관과 동료들은 양봉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양봉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득원 개발이 시급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로마시대부터 로열젤리가 노화 예방, 면역력 강화 등의 효능으로 식품과 의약품으로 활용돼 오고 있다는데 착안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구명하는 것이 농가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로열젤리의 성분 표준화와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벌에 쏘이는 일이 허다했어요. 그러기를 반복하다보니 끝내 로열젤리의 성분 표준화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식품, 기능성식품, 의약품 등의 소재로 사용을 위한 로열젤리의 성분 표준화는 그 자체로 농가에 큰 의미가 됐어요. 동시에 로열젤리의 피부노화, 보습 효과와 기전(효능, 기능성을 나타내는 원리)을 세포와 동물실험을 통해 구명했습니다.”

민간요법의 기능성, 과학적으로 구명
한 연구관은 로열젤리 산업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상온에서 쉽게 변질되는 로열젤리의 특성을 보완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양봉농가에서 생산한 생로열젤리는 수분 함량이 60% 이상입니다. 또 주성분인 단백질 함량이 11% 이상으로 냉장이나 상온에서 쉽게 변질되는 특성이 있지요. 다양한 산업화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동결건조 로열젤리를 활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의 억제, 상처 난 피부의 피부세포 재생 효능을 평가하고, 로열젤리의 생리활성에 작용하는 주요 성분 등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한상미 연구관과 동료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실험에서 국산 로열젤리를 투여한 결과, 피부주름이 억제됐을 뿐만 아니라 피부 보습 유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체적용시험에서도 24주간 로열젤리를 복용했을 때, 피부의 거칠기가 개선돼 전반적인 눈가 주름이 펴지고 피부상태도 고르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벌꿀을 비롯한 양봉산물은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질병 예방과 치료 용도로 활용돼 오고 있지만 과학적인 효능과 기전에 대한 연구는 미흡했고, 임상연구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어요. 저와 동료들의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양봉산물 중의 하나인 로열젤리의 효능과 기전을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구명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기능식품 등록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시험을 수행해 로열젤리의 피부 개선 효능을 밝혀냈다는 것이죠. 또한 산업화에 필요한 로열젤리의 성분 기준과 규격 등을 설정하고 표준화함으로써 향후 식품이나 화장품, 의약품 등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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