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에 작물도 농심도 타들어간다 : 가뭄현장 실태와 정부대책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185㎜로, 평년 대비 53.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6일 제주도 부근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었다. 메마른 날씨가 지속되면서 수확철을 앞둔 마늘은 제대로 자라지 못해 기형이 속출했다. 충남 서산 인지면에서 마늘 수확에 한창인 김선신(인지면생활개선회장)씨와 그의 시어머니 조태순(88)씨를 만나 가뭄 실태를 들어봤다.

▲ 충남 서산 인지면 조태순씨는 수확한 마늘에 물이 닿지 않은 알뿌리 일부는 찌그러져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지속된 가뭄에 미숙하고 기형인 마늘 속출
메마른 땅은 농촌여성 근골격계 부담 가중

스프링클러 가동해도
품질 장담 어려워

김선신씨는 서산 대표 농산물인 육쪽마늘과 외국산 마늘을 1만4900m²(4500평)에 35년간 재배하고 있다.

▲ 상품 육쪽마늘(사진 왼쪽)과 기형으로 자란 비품 마늘들.

서산지역은 지난 7일 아침부터 먹구름이 끼고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기대와 달리 금방 그쳤다. 김선신씨와 조태순씨는 수확철이 이른 스페인산 마늘을 밭에서 골라냈다. 맞은편 육쪽마늘밭은 6월 중순에 수확할 예정이라고 했다. 육쪽마늘밭에 저수지에서 끌어올린 물이 스프링클러 7대를 통해 쉼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에이, 여기도 찌그러졌네.”

밭 가장자리에서 조태순씨가 마늘을 뽑아내며 말했다. 관수시설로 물을 줘도 가장자리까지 물이 닿지 않은 마늘은 기형으로 찌그러져 수확의 기쁨을 반감시켰다. 생육이 늦어 알뿌리가 작은 마늘도 엄청 났다.

김선신씨는 “4월에 피복을 제거한 뒤로 비가 안 와서 가물었다”며 “날마다 스프링클러에 의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지난주 지역적으로 비가 내렸지만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충남 서산 인지면 육쪽마늘을 재배하는 김선신씨는 마늘잎에 수분이 없어 알뿌리가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마른 농토는 노동에 부담
마늘밭에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도 곳곳이 메말라 손으로 마늘을 캐내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급기야 스프링클러 물줄기가 밭 가장자리의 마늘을 넘어 작물이 없는 농로를 적시고 있었다.

원래 김선신씨는 적은 수입산 마늘밭은 손수 마늘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메마른 땅으로 인해 농기계가 아니면 수확에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농기계가 지나간 자리마다 땅속 메말라 파헤쳐진 흙이 덩어리져 있었다.

“땅이 굳어서 손을 쓰는 건 포기했어요. 처음에 멋모르고 농기구로 마늘을 캤다가 인대가 늘어났어요.”

김선신씨는 깁스를 했다가 수확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면서 거추장스러운 깁스를 풀고 붕대 감은 손목을 바삐 움직이며 마늘을 다듬었다.

“가뭄이 비 오면 해결될까 싶은데 마늘은 그렇지도 않아요. 마늘을 자연건조 해야 하는데 비 오면 거둬들이기도 애매해져요. 마늘 품질이 안 좋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거둬들여야 해요,”

▲ 밭이 메말라 농기계가 아니면 수확이 어려운 지경이다.(수확 후 모습)

힘만 들고 수확 기쁨 없어
맞은편 수확하지 않은 육쪽마늘밭 잎들은 누렇게 떠 있었다.

“잎이 새파래야 정상인데 햇볕이 뜨거워서 겉말랐어요. 알뿌리까지 영양분을 공급하려면 마늘잎에 수분이 차야 되는데, 육쪽마늘도 크다가 말 것 같아요.”

특히 육쪽마늘은 납품 기준이 까다로워, 동그랗게 알뿌리가 찬 양품을 생산해야 초기에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김선신씨는 토로했다.

“같은 날, 같은 땅에 심어서 비료를 똑같이 주고 재배했는데 ‘못난이 넌 왜 잘 자라지 못했냐’고 야속한 마음이 들어요.”

그나마 관수시설이 돼 있어 다행이지만 김선신씨는 두 달 간 지속된 가뭄에 이웃 농가는 지하수가 말라 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도 많은 농가에서는 자연 강우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가뭄이 심해지면 살수차에 물을 싣고 대주고 있어요. 지하수 있는 저희도 애로가 있는데, 가뭄에 대비한 별도의 관수 대책이 필요합니다.”

▲ 스프링클러가 밭 가장자리를 건너뛰고 작물이 없는 농로를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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