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저장유통과 박미희 연구사

세계 최초로 참외·토마토 저온장해 기작 밝혀
신선농산물 손실률 줄여 선박수출 물류비 절감

▲ 박미희 연구사

농산물 수출의 걸림돌 ‘저온장해’
“냉장고를 열었을 때 풋고추의 겉은 멀쩡한데 씨가 까맣게 변해있거나, 물러서 버려지는 양파를 보면서 수확 후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며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꾸준한 연구 끝에 조금씩 저온장해 기작(생물의 생리적 작용 기본 원리)을 알아갈 때, 이것을 현장에 어떻게 접목할까 늘 고민했지요. 
이때 한류열풍으로 우리 고유의 작물들이 하나둘씩 세계로 나가기 시작했고, 더불어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확 후 품질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온으로 장거리 수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온장해가 수출 후 유통 시에도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들을 하나씩 현장에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외국에서의 연구생활이 학문하는 즐거움으로 내 연구의 바탕이 됐다면, 연구사 생활은 내가 해온 연구가 어떻게 세상에 기여시키는지 지켜보는 또 다른 기쁨이 된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박미희 연구사(51)는 농산물을 수출할 때 오랫동안 상하지 않도록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해 장거리 선박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채소 유통 저온장해 발생원인 구명과 억제기술 개발에 많은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과채류 저온장해 기작 밝히다
박미희 연구사는 그동안 ‘참외 선도유지법’, ‘고추 수확기시 결정 칼라차트 개발’ 등  산업재산권등록 4건과 ‘토마토 이산화탄소 처리에 의한 선도유지 기작’ 등 SCI 논문게재 13건을 비롯해 ‘토마토 이산화탄소 처리에 의한 선도유지법’ 등 8작목 영농활용 25건, ‘수출 참외 열수 처리장치 보급 지원’ 등 정책제안 2건, 그리고 ‘농산물 유통연장을 위한 선도유지기술 신기술보급’, ‘참외 열수처리기술 현장 실증 연구’ 등 기술보급에 힘써왔다.

박 연구사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9 과학기술진흥 유공 장관표창’, ‘2018한국원예학회 우수논문상’ 등 다양한 수상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확 후 관리 미흡으로 버려지는 신선농산물의 양이 선진국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채소를 한계온도 이하에 장기간 보관했을 때 참외는 골갈변, 토마토는 과피함몰 등 유통 중 저온장해가 발생해 상품성과 소비자 선호도 저하의 주원인이 되고 있지요. 

저온저장은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해 저장기간을 연장시키는 효율적인 수확 후 관리법입니다. 그런데 아열대가 원산지인 토마토, 고추 등은 한계온도 이하인 4℃에서 장기간 저온저장했을 때 장해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팀은 4℃ 이하 조건에서 골 갈변과가 다수 발생하는 것을 통해 골 갈변과 저온장해가 연관이 있고 골 부분의 큐티클층 붕괴와 상표피 왁스의 감소가 갈변을 유도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힐 수 있었습니다.”

저온장해 극복기술 농업계 반색
박 연구사와 동료들은 이와 더불어 기능성 포장재와 45~50℃ 열수 침지를 통해 기존 대비 상품과율을 23% 증가시켜 선박수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아울러, 토마토를 저온저장한 뒤 상온 유통했을 때 나타나는 ‘과피함몰’ 현상을 막기 위해 토마토 품종별 기능성포장재(MA) 포장, 30% 이산화탄소 처리(적색토마토), 20% 이산화탄소 처리(방울토마토),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염소 복합처리(도색계토마토) 방법을 개발해 상품성을 15~20% 증진시키는 성과를 냈다. 

또한 풋고추를 냉장 보관할 때 발생하는 종자갈변의 원인을 구명하고 메틸자스몬산 처리법을 통해 세계 최초로 비급등형 작물에서 에틸렌 반응과 관련한 유전자가 저온장해에 관여한다는 것도 밝힐 수 있었다.

“저온장해의 원인을 구명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신선채소 저장 유통 현장과 수출현장의 애로사항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데 의미가 큽니다. 또한, 저온장해 저항성 작물 육종 등 신품종 육성을 위한 유전학적 기반도 구축하게 됐죠. 개발된 저온장해 억제기술인 ‘참외 선도유지법’, ‘고추 수확기 결정 칼라차트 개발’ 등은 특허 출원하고, 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모두 산업화했습니다.”

이밖에도 박미희 연구사가 개발한 토마토 이산화탄소처리 선도유지기술은 2016년 현장 실증을 거쳐 2022년부터 ‘농산물 유통 연장을 위한 선도유지기술 신기술보급사업’의 요소기술로 투입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참외 열수처리를 통한 골갈변 억제 기술을 현장실증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앞으로 신기술보급사업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과채류 선박 수출국은 2023년 10개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채소 저온장해 억제기술은 국내 저온유통시스템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고 선박수출 확대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재배단계와 연계한 수확 후 품질관리 기술은 생산농가와 유통업자들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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