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인열전 - 경기 광주 김경숙 화훼 민간육종가

경기 광주 김경숙씨는 퇴촌면에 시설하우스 5동(4960㎡)을 조성하면서 3동을 생산동으로, 2동을 연구동으로 분리해 민간육종가의 꿈을 키웠다. 퇴촌의 토마토가 싱그럽게 익어가던 5월, 야생화 전문 육종가로 신품종 개발과 식물육종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숙씨를 만나봤다.

▲ 스스로 힘으로 화훼 15품종을 출원하고, 지난해 품종 등록한 바늘꽃 ‘크리스마스버닝’을 바라보는 김경숙 민간육종가.

수명 짧은 야생화 육종해 사계절 개화 성공
식물육종학교서 노하우 전하며 후진 양성

솔체꽃 기능성 확장
“어렸을 때 용돈이 생기면 꽃집에 달려갈 정도로 꽃 가꾸는 것을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 진로를 묻는 설문지에 ‘화훼’를 취미와 특기로 적을 정도였죠.”

서울 태생인 김경숙씨는 경희대에서 원예학 식물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재원이다. 육종을 잇기 위해 농촌에 터를 잡고 야생화를 전문으로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화훼 특성을 연구하고 교배해 육종되기까지, 또 재배 안정기까지 이뤄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요.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육종 연구를 하는 게 아니어서 처음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랐어요.”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희망이 보였고, 확신을 갖고 육종을 시작했던 초심을 되새겨봤다는 김경숙씨. 그가 10여 년 동안 육종한 화훼는 15품종으로 산림청과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됐고, 심사 중인 화훼만 9품종이다.

대표적으로 시장에 널리 알린 화훼 품목은 ‘솔체꽃’인데 본래 수명이 짧은 야생화지만, 내한성을 높여 사계절 내내 탐스럽게 피고 지도록 개발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경숙씨의 시설하우스도 2중 비닐로 제작하고 가온시설 없이 수막재배하고 있다.

야생화의 꽃 크기와 개수, 색상, 향의 유무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유전자 교배에 성공하며 블루문, 블루아이즈, 그린아이즈, 핑크보케, 스타피쉬 등 기존 솔체꽃의 장점을 다양화해 신품종을 개발했다.

“꽃을 관찰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해요. 한 품종의 다양한 종자를 모종으로 수집하고, 인공수분을 거쳐 원하는 품종을 만듭니다.”

김 씨는 인공수분으로 한계가 있는 종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육종연구동에 방사선 처리를 의뢰해 돌연변이로 교배를 해온다고 했다.

▲ 김경숙씨가 육종한 솔체꽃 ‘블루쥬얼스’

신품종으로 수출길 개척
국내 농가에도 김 씨가 개발한 야생화 모종들이 로열티를 붙여 판매되고 있지만, 최근 화훼강국 네덜란드에 솔체꽃 ‘블루아이즈’와 시레네 ‘롤리팝’ 등 화훼 3종을 수출한 성과가 있었다. 현지 화훼시장에서 2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농가에 생산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매년 우리나라는 외국에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화훼 품종을 수입해오는 실정에서 우리나라의 역량 있는 민간육종가가 신품종 화훼를 역수출 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름다운 농촌자원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어요. 개인이 외화를 벌어오는 건 국위 선양 같아요. 매달 통장에 로열티가 들어와요. 네덜란드에서 다른 국가로 제가 육종한 화훼를 수출할 때면 제 동의를 구해야 해요. 어느 나라로 수출되던 뿌리는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죠.”

▲ 네덜란드 화훼 유통업체에서 보내온 현지 농업인의 모종 생산 모습

생명 움트는 육종 알릴 터
김경숙씨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화훼 트렌드를 시장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육종 목표를 전략적으로 세우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화훼시장의 흐름과 추구하는 방향을 꿰뚫어보고 어느 방향으로 육종해나가야 하는지 직감해야 육종가로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산림청 산림자원민간육종가 부회장, 국립종자원 화훼육종협회 사무국장, 광주화훼영농조합 등에서 활동하며 대학과 기관에 출강해 다양한 연령층에 육종 교육을 펼쳤다.

“올해 국립종자원에서 화훼육종기술을 강의했는데, 의사가 수강생으로 왔어요. 옥상텃밭을 만들어 암환자들에게 육종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하는데 감동이었어요. 육종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 날이었죠.”

강사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농원에서 식물육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28일 개강한 식물육종학교는 18회에 걸쳐 이론·실습교육을 진행한다. 올해도 25명의 초·중·고 학생들과 대안학교 학생이 경기도교육청 꿈의학교를 통해 모집됐다.

“제가 가진 육종 노하우와 기술을 후진 양성에 쓰고 싶어요. 농촌여성도 자기만의 육종기술을 연마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요. 육종배움터로서 식물육종학교를 알차게 운영해 더 많은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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